질병관리본부 '페스트균' 국내반입 은폐·축소 의혹
'탄저균 배달사고' 당시 주한미군이 통지
6개월간 공개 안해…감염병관리법 위반
2016-01-21 14:14:13 2016-01-21 15:20:43
‘주한미군 오산 기지 탄저균 배달사고’ 당시 한국 질병관리본부가 페스트균이 탄저균과 함께 한국에 배달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6개월 이상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공식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페스트균은 전염병인 흑사병을 유발하는 균이다.
 
미국에 의해 실험용 페스트균이 국내로 반입됐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지만, 이 내용을 질병관리본부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공식문서를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21일 공개한 질병관리본부의 정보공개 청구 답변서와 ‘탄저균 배달사고 조사 한·미 합동실무단 운영 결과보고서(ROK-U.S. Biodefense JWG Final Report)’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탄저균 샘플이 한국에 배송된 사실을 2015년 5월27일 주한미군과 주한 미 대사관에 통보했다.
 
미국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이튿날인 28일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탄저균 샘플이 의도치 않게 배송돼 멸균처리했다”는 사실을 한국 질병관리본부 통보하면서 6월 1일 통관문서를 함께 보냈다. 이 통관문서에는 반입 물품으로 ‘탄저균, 페스트균(드라이 아이스 의학용 공급)Bacillus anthracis, Yersinia pestis(Dry Ice Medical supply / 사진 참조)’이라고 적시되어 있다.
 
주한미군이 지난해 6월1일 질병관리본부로 보낸 통관문서. 자료제공/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여론은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탄저균’에만 집중됐다. 미국 국방부가 "미국의 더그웨이 연구소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탄저균 샘플을 미국과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등에 배송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당시 운송된 페덱스 송장을 확인한 결과 미국 국방부가 한국으로 탄저균과 페스트균을 보낸 것은 4월 24일, 인천공항 도착은 같은 달 26일, 오산기지에 배송이 완료된 날은 같은 달 29일이었다. 미국 국방부 발표는 5월28일로, 미국은 탄저균과 페스트균이 국내에 들어온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이 같은 사실을 시인했다.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정부도 이 부분에 대해서만 해명했을 뿐 페스트균 반입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해명이나 언급이 없어 축소 내지 은폐의혹이 일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2월17일 한·미 합동실무단 운영 결과보고서에서 페스트균이 반입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아직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뿐만 아니라 관세청도 이같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페스트균 반입 사실을 질병관리본부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주한 미군이 보낸 통관문서이다. 관세청은 통관업무의 주무부처다.
 
감염병예방관리법 6조2항 ‘국민은 감염병 발생 상황,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등에 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알 권리가 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 규정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신속히 관련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는 법적의무를 위반한 것이 확인된 이상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징계를 받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 돼 미온적인 후속조치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민변의 담당자 징계여부에 대한 질의에 "한·미 합동실무단 미측 인원인 A대령에게 확인한 결과 탄저균 배달사고 관련하여 징계를 받은 주한미군 담당자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민변은 미군의 탄저균 불법반입·실험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2월29일 국방부와 질병관리본부에 탄저균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지난해 12월17일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에서 장경수 국방부 정책기획관(왼쪽)과 헤드룬드 주한미군사 기획참모부장이 탄저균 관련 한미 합동 실무단 운영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방글아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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