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로봇소리', 딸 찾는 아버지와 로봇의 특별한 동행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아버지 해관(이성민 분)은 기껏 대학 보냈더니 음악이나 하겠다는 딸 유주(채수빈 분)가 못마땅하다. 딸은 음악을 못하게 막는 아버지가 너무 미워 대든다. 화가 난 아버지는 "니 마음대로 살 거면 차에서 내려"라고 윽박지른다. 딸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10년 동안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해관은 혹시라도 딸을 봤다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딸의 사진을 넣은 전단지를 붙이고 다닌다. 딸을 잃은 후 10년 동안 그렇게 살았다. 닮은 사람을 봤다는 사람이 있으면 외딴 섬까지 찾아다닌다. 그러나 바다가 보이는 섬에서도 딸은 보이지 않는다. 절망하고 있는 순간 하늘에서 해관을 향해 위성이 떨어진다.

 

이 위성은 미국이 전 세계를 감청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위성 속에 탑재된 인공지능 로봇은 자신의 감청 때문에 가족을 잃은 아프가니스탄의 소녀를 찾으러 땅에 내려왔다. 로봇은 목소리만 듣고도 휴대전화 번호를 찾아내며 위치추적도 가능하다. 해관은 혹시나 로봇을 통해 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는다.

 

영화 '로봇. 소리'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새 영화 '로봇, 소리'는 딸을 잃은 아버지 해관(이성민 분)이 우연히 인공지능 로봇을 만나고 딸을 찾고자 로봇과 동행하는 이야기다. 인공지능 로봇에게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이 생긴다는 비현실적 설정과 지난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 사건을 교묘히 조합한 작품이다. SF와 실화가 만나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해관은 로봇을 통해 딸의 옛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딸이 얼마나 음악을 하고 싶었고, 자신 때문에 딸의 상처가 얼마나 컸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대구 지하철 사건으로 인해 딸이 사망했다는 사실까지도 알게 된다.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 때문에 딸이 죽었다"는 죄책감은 더욱 커지고 해관은 오열한다.

 

영화는 전형적인 보수성을 띤 아버지와 개방적인 딸의 부딪힘을 통해 사랑을 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자고 말한다. 딸을 사랑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던 해관이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은 눈물샘을 자극한다. 서민인 아버지를 훌륭히 연기로 풀어내는 이성민의 힘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영화 중간 중간 개연성 부족에 따른 무리수가 엿보이지만, 이성민의 부성애가 영화의 단점을 덮는다.

 

아울러 인간은 잊어버린 과거를 인간이 만든 로봇은 기억한다는 메시지도 여운이 남는다. 우리들의 잃어버린 인간성을 일깨워주는 로봇은 가령 '세월호 참사'와 같은, 점차 잊혀져 가는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개봉은 21일. 상영시간은 117분.

 

함상범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