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대한민국은 아직 '중앙자치' 시대"
박래학 의장 "손발 모두 묶여 91년과 같아"
"지방자치법 손 볼 때 됐어…세입구조 바꿔야"
2016-01-19 06:00:00 2016-01-19 10:15:57
“지방자치 25년의 현 주소를 정의 내린다면 ‘지방자치’가 아니라 ‘중앙자치’라고 답하겠습니다.”
 
박래학 서울시의회 의장(광진4·더불어민주당)은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한 마디로 이와 같이 정리했다. 동시에 눈과 귀를 막은 중앙정부의 태도가 도를 넘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박 의장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의 수장이자 1000만 서울시민을 대표하고 있다. 제2대 광진구의원을 거쳐 제6~9대 4선 시의원을 역임하고 있는 그는 지방자치의 최 일선에서 발로 뛰어 온 지방자치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제9대 서울시의회 출범과 함께 의장직을 맡아 지난 2년간 서울시의회를 이끌어 온 그는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생활임금제를 도입하고 '반값복비' 조례로 사회주택 활성화를 지원했다. 최근에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문제 해결을 정부에 공식 촉구하는 등 산적한 현안들과 숨가쁘게 싸우고 있다. 박 의장은 지방자치를 위협하는 여러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의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지방자치 도입 25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지방자치 정립을 위해 지방자치법의 대대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그는 올해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지방자치의 문제점과 나아갈 길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대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박 의장을 만나 지방자치의 현주소와 각종 현안들을 짚어봤다.
 
박래학 서울시의회 의장. 사진/박용준 기자
 
 
의회 전반기가 6개월 정도 남았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무엇인가.
 
서울시의회는 지방의회인 만큼 무엇보다 중앙정부에서 못하는 부분들을 하려고 노력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구금·구속 상태로 의정활동을 못하는 의원에 대해 의정활동비 지급을 정지하는 조례를 통과시킨 것은 큰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에서도 아직 하지 못한 일로, 서울시의회가 국회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해 기존 최저임금제도의 공백을 메우고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또 서울시민의 주거부담 경감을 위해 이른바 ‘반값 복비’조례를 개정하여 중개수수료 인하를 유도한 바 있으며,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한 사회주택 활성화를 지원했다. 계약투명성 심의회와 인사추천위원회에 시민단체 추천을 받은 위원을 선임해 예산 집행과 인사의 투명성을 높인 것도 큰 성과다.
 
신년사에서 강조한 지방개혁 4대과제란 무엇인가.
 
지방개혁 4대 과제는 천만 서울시민이 서울시의회에 위임해주신 견제와 감시의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 ‘정책보좌관제 도입’, ‘지방의회 사무처 인사권 독립’, ‘인사청문회 법제화’, ‘지방재정 개혁’을 말한다. 갈수록 시민들이 원하는 요구도 다양해졌기 때문에 지방의회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시의원들은 보좌진 한 사람 없이 서울시와 교육청 한 해 예산 39조원을 분석하는 실정이다. 국회에 가면 국회의원 1인당 보좌관 인력이 9명이 있어 국가 예산 388조원를 다루는데 우리는 39조원을 다루는데 0명이다.
 
많이 안 알려졌지만 시의원들 실제로 예산 분석이나 정책 분석을 위해 간이침대나 쇼파에 자면서 밤새 공부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현재 사무처에 인원을 배치해 일부 지원받는 편법으로 일부 도움을 받지만, 정식으로 인턴 형식으로 1인당 1명씩이라도 보좌관을 지원해야 한다. 이들을 지원하는데 30억원 가량 소요되는데 이들의 정책 지원으로 39조원 중 예산 불용액을 1%라도 더 감시한다면 엄청난 금액일 것이다.
 
그리고 현재 시의회 사무처 직원 350여명 인사권이 자치단체장에게 있다 보니 사무처의 직원들이 인사철만 되면 박원순 시장만 쳐다보고 있다. 사무처 일을 열심히 해서 집행부 감시와 견제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 승진이 달려있다 보니 중요한 의회 정보가 집행부에 속속들이 전달될 소지가 있다. 우리보다 발전이 더딘 몽골 같은 나라도 시의회 인사권이 독립됐는데 지방의회가 제대로 된 책무를 다하려면 인사권 독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사청문회는 국회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장관 인사청문회 등을 보듯이 당연하게 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도시철도·메트로 사장이 바뀌면 부채 갚을 방법을 묻고 정말 시민을 위해 어떻게 일할 수 있냐 비전을 듣자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협약을 맺어 시행하지만, 문제는 상위법으로 제도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사청문회 도입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전횡과 보은 인사를 사전에 차단하고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고 합리적 업무수행 능력이 입증된 인재가 중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앞의 3개 과제가 지방의회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지방재정 개혁’은 지방자치단체 발전과 관련된 얘기다.
현재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세입구조는 8대 2, 세출구조는 6대 4이다. 그런데 누리과정이나 노인기초 연금 등 중앙정부의 공약을 자치단체가 껴안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로 지방재정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데도 중앙정부는 일방적으로 지방재정이 안 좋은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세 교부금을 삭감하고 있는데 이는 엄연히 지방자치제를 훼손하는 일이다. 
 
재정분권은 지방지치의 오랜 숙제다. 해법은 무엇인가.
 
전 세계적으로 지방자치제를 도입한 나라 중 중앙정부가 세입의 8을 가져가고, 지방정부가 2를 가져가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세입은 지방세수로 한정되어 있는데 세출 수요는 안전, 교통, 환경, 복지 등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중앙정부의 과다한 기관 위임 사무와 함께 무상보육, 기초연금, 취득세 감면 등의 경우처럼 자치단체와 협의절차없이 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정부의 일방통행식 결정구조가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가뜩이나 중앙정부의 정책을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 상황에서 지방교부세 삭감, 긴급재정관리제도 도입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재정법’은 우는 아이에게 뺨을 때리는 격이나 다름없다.
 
지방교부세 삭감은 앞으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다양한 복지사업을 중앙정부가 강제로 제동을 걸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기 때문에 지방정부를 굴복시키려는 협박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교부세의 의미 자체가 지방자치단체 몫을 국가가 대신 거둬 다시 나눠주는 성격인데 이를 정부가 마음대로 삭감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기초연금이나 누리과정 등 정부정책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재정 압박상황이 전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방만한 재정운용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3살 먹은 어린 아이도 알 것이다. 

 
"지자체 책임만 늘어난
현행 지방재정법은
우는 아이 뺨치는 것"
 
 
한국의 지방자치 현 주소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중앙자치란 표현이 과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분명 그렇게 보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를 평가하자면, OECD 국가들 가운데 꼴찌일 것이다. 25년 전 지방자치 도입 당시 마지못해 이뤄지다 보니 제도적으로 선진국과 많은 차이가 난다.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가 각계 전문가들과 지방자치법을 검토한 결과, 모두 156건의 문제가 발견됐다. 이는 부분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한꺼번에 법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지방자치 여건은 부활했던 1991년과 마찬가지로 지방자치의 손발을 묶어 놓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앞으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는 25년째 되는 해를 맞아 지방자치법을 손볼 시기가 됐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재정을 위에서 밑으로 나눠주는 식으로 말 잘 들으면 교부금, 매칭펀드 식으로 내려주고 있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대등한 입장에서 일을 해줘야 지방정부의 자주권이 보장 가능하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라면 어떠한 사업을 하더라도 설명회, 공청회, 토론회를 통해서 주민들과 논의를 하고 사업성과가 나오면 이를 주민들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렇게 지역주민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지방의원들이다.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청년수당으로 계속 충돌하고 있다.
 
청년수당 같은 부분도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하는 청년 일자리를 중앙정부가 하지 못해 서울시가 대신하는 것이다. 청년수당 사업에 대해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하며, 동기부여를 위한 장치만 제대로 만든다면 효과적일 것이라 본다. 청년수당을 둘러싼 갈등을 보면 중앙정부가 정치적으로 장난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중앙정부가 청년수당을 하면 답이고, 지방정부가 청년수당을 하면 답이라고 볼 수 없다는 논리다. 지금은 지방정부니 중앙정부 따질 때가 아니다. 청년들이 바로 자라야 우리 미래가 커가는 것이다. 청년들이 당장 일자리가 없어 사회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떤 것이라도 그들에게 주어져야 한다. 
 
당장은 누리과정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국민들을 대상으로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조사한 결과, ‘중앙정부가 책임을 지고 부족한 예산을 더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65.2%, ‘시도 교육청이 책임을 지고 예산 편성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23.5%로 정부 책임이라는 답변이 2배 이상 많았다. 실제 서울지역에도 급식실, 체육관 하나 없는 학교가 매우 많다.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시설도 개선해야 하는데 6600억원에 달하는 누리과정을 떠넘기면 이런 것 하나 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 부채가 38.8%에 달하는데 자체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내년이면 40%가 넘는다.
 
경상경비가 전체 예산의 80~85%에 달하고 인건비도 매년 상승하는데 대통령이 공약한 누리과정을 떠안으라고 하면, 결론은 망하는 것이다. 전임 오세훈 서울시장도 '복지가 팽창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나. 지방정부의 재정상태도 파악 안 하고 3년째 지방정부에 한 푼도 주지 않은 채 빚을 더 내라고 하면 그만두라는 것 밖에 안 된다. 중앙정부가 해야 할 사항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다 보니까 지방정부는 숨을 못 쉰다. 아이들을 볼모로 잡기보다 난상 토론회를 해서라도 하루 속히 해법을 찾아야 한다.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도 문제다.
 
강남구 땅값이 평당 150만원 미만일 때부터 강남에 살았지만, 강남이 스스로 성장했다기보다 강북이 세금을 내서 강남이 만들어진 것이다. 서울시장이 전체 서울 25개 구를 봐야지 강남만 볼 수 있겠나. 가진 자보다는 못 가진 자를 위해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강남특구도 말이 되는 얘기가 아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처럼 강남구가 결자해지를 해야 하는 사안이다. '댓글부대 사건'은 사실여부를 떠나 공무원이 근무시간에 타인을 비방하는 악성댓글을 다는 사건이 발생된 것 자체에 대해 우려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남은 임기 중 각오는 무엇인가.
 
올해는 제9대 전반기 시의회가 마감되는 해로 개혁의 기치를 내걸었던 개혁의 과제들을 점검하고 후반기에도 개혁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지방개혁 4대 과제인 정책보좌관제 도입과 사무처 인사권 독립 그리고 인사청문회 법제화와 지방재정 개혁을 이어갈 것이다. 정책보좌관제는 아직 이루지 못했지만, 의장직을 수행하는 동안은 물론 평의원으로 돌아가서도 도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박래학 서울시의회 의장. 사진/박용준 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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