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스토리)배터리·3D프린터가 만드는 '원자재 혁명'
배터리 소재 '리튬·코발트' 가격상승…'티타늄·그라핀'은 3D프린팅 기대
중국발 수요·공급 변화에 유의해야
2015-12-27 14:28:20 2015-12-27 14:28:20
지난 11월 전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5만8400대였다. 작년 같은 기간 보다 109%나 늘어난 규모다. 11월 한달간 판매된 전체 차량 중 전기차가 차지한 비중은 1.1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새로 판매된 차량 100대 중 1대 이상은 화석연료가 아닌 전기를 에너지로 달리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 비중이 1%를 넘어설 경우 전기차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궤도이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자동차가 석유가 아닌 배터리의 힘으로 도로를 누비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산업혁명 이후 수백년간 지속된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것으로 배터리에 들어가는 생소한 원자재들이 석유의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전통적인 원자재인 석유나 철강, 석탄 가격이 몇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의 주요 원료인 리튬의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도 새로운 자원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원자재 시장의 변화는 신기술이 주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배터리와 3D프린터가 있다. 전기차의 핵심기술인 배터리 가격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2010년 배터리가 시간당 1000킬로와트의 에너지를 내도록 만드는데 1000달러의 단위비용을 들였지만 2013년 이 비용은 275달러로 낮아졌다. 2020년이면 이 가격이 13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낮아진 배터리 가격은 전기차 수요를 촉발시키며 배터리의 원료인 리튬과 코발트, 흑연 등의 수요도 늘리고 있다. 제조업의 혁명이라 불리는 3D프린터는 원자재 가공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편리한 가공과 비용 감소라는 무기를 바탕으로 꿈의 소재인 티타늄과 그라핀의 활용도 확대에 기대를 불러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 같은 현성에 대해 "일부에서는 기술이 이끄는 새로운 자원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할 정도"라고 말했다.
 
석유 대신 '배터리'…리튬·코발트 등 수요 급증
 
배터리 기술의 중심에 있는 원자재는 단연 '리튬'이다. 리튬이온배터리는 1990년대 초 소니가 첫 선을 보인 이후 약 20년 만에 스마트폰부터 전기차까지 거의 모든 전자기기 안에 자리를 잡게 됐다. 향후 리튬 수요의 핵심은 전기차가 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리튬이 '새로운 석유'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의 리튬 수요는 연간 16만미터톤 수준이지만 전기차가 1% 늘어날 때마다 연간 7만톤씩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추산이다. 전기차 배터리용 리튬 수요는 2025년까지 1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격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이코노미스트지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1에 달한다. 배터리 기술이 발달했음에도 1시간 동안 1킬로와트 전력을 만들어내는(1㎾h·킬로와트시)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대체로 400~500달러가 든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생산을 위한 단위 가격이 100달러 수준까지 내려가면 전기차가 대중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 테슬라 전기차 운전자가 차량을 충전하고 있다. 전기차의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리튬과 코발트 등 배터리용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는 등 원자재시장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신화
 
배터리에 들어가는 또 다른 중요한 원자재로 코발트가 있다. 코발트는 리튬과 함께 리튬이온배터리에 들어간다. 가스터빈에 들어가는 고강도 금속 생성에도 원료로 사용된다. 맥쿼리는 오는 2020년까지 배터리용 코발트 수요가 두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흑연(그래파이트)도 전도성이 높고 열에 강해 배터리의 주요 원료로 사용된다. 원자재 관련 시장조사업체인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는 오는 2020년이면 배터리 용도의 흑연 수요가 25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연간 생산량 8만톤의 3배가 넘는 규모다. 테슬라가 미국 네바다에 짓고 있는 대규모 배터리공장인 드림팩토리가 완성되면 흑연과 코발트 수요가 모두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FT는 코발트와 흑연 모두 높은 가격과 에너지 저장성 등의 문제로 다른 소재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소재로 부각되는 '티타늄·그라핀'
 
그동안 '꿈의 소재', '원더 메탈'이라는 별명에도 연구실에만 머무르던 원자재들도 기술의 발전 덕에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티타늄이다. 티타늄의 무게는 철강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훨씬 세다. 부식도 잘 되지 않는다. 지구상에 가장 흔하게 퍼져있는 원소라고 불릴 정도로 공급량도 풍부하지만 지금까지는 높은 가공비용 때문에 군사용 비행기나 우주탐사선, 항공기 등으로 활용도가 제한돼 왔다.
 
하지만 3D프린터 덕분에 티타늄 가공비용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가공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와 가공 과정에서 버려지는 티타늄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업체들은 전기분해 방식으로 3D프린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티타늄 파우더를 생산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노르웨이 업체인 노스크티타늄(Norsk Titanium)은 미국에 연간 2000t 규모의 티타늄을 생산할 수 있는 3D메탈프린팅 공장을 건 설중이다. 티타늄 가공 가격이 충분히 저렴해진다면 장기적으로는 알루미늄을 대체해 티타늄으로 만든 자동차나 항공기를 타고 다닐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스크티타늄은 우주항공산업에서 사용되는 알루미늄을 티타늄이 대체할 경우 향후 5~7년 동안 티타늄 수요가 25% 이상 늘 것으로 전망했다.
 
그라핀도 활용처를 찾고 있는 꿈의 소재중 하나다. 그라핀은 탄소 원자가 벌집 모양으로 배열한 구조가 반복되는 판이다. 두께가 탄소 원자의 지름 정도로 얇지만 강도는 다이아몬드에 맞먹을 정도로 강하며 열전도율도 매우 높다. 그라핀을 발견한 러시아의 과학자 안드레 가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그 공로로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소재로 최근 3D프린터를 이용한 가공기술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라핀이 물 정화장치의 거름막이나 유리의 투명전극, 태양광전지 등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은 에이즈 예방을 위해 그라핀으로 초박형 콘돔을 만드는 데에 10만달러의 연구비를 기부하기도 했다.
 
희귀 금속 시장 주무르는 '중국'
 
메이저 원자재 시장과 마찬가지로 희토류와 희귀금속 시장의 큰손 역시 중국이다. FT는 "지난 15년간 구리와 철광석의 수요를 중국이 결정했듯이 이들 원자재의 수요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도 중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스 베로니즈는 저서 '금속 전쟁'에서 2016년까지 중국의 희토류 금속소비가 연간 13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10년 지구 전체의 희토류 금속 소비량에 맞먹는 수준이다.
 
실제로 중국 올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리튬의 20%를 소비했다. 전기차 생산업체 테슬라가 소비하는 리튬이 2%가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 가늠할 수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리튬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지역 금속 가격정보 사이트인 아시안메탈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거래되는 리튬카보네이트와 수산화리튬 가격은 모두 올해 들어 100% 이상 올랐다. 중국정부가 환경문제 해결과 미래 산업 육성 등을 위해 전기차 정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리튬 수요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은 소비뿐만 아니라 희토류 및 희귀 금속 생산·가공에서도 시장 대부분을 독식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소에 따르면 공급 가능한 희토류 금속의 96%가 중국 영토 안에 존재하고 있다. 과거 덩샤오핑이 "중동은 석유를 가지고 있고 중국은 희토류(금속)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중국은 풍부한 매장량을 바탕으로 희토류를 헐값에 공급해 다른 나라의 희토류 산업을 황폐화시켰고 2000년대 들어서 시장을 독점하기 시작했다. 최근 배터리 소재로 주목받는 금속인 흑연은 중국이 천연흑연 생산의 60%를 장악하고 있다. 코발트 생산과 관련해서도 중국의 입김이 크다. 코발트 생산량의 절반 이상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나오지만 중국이 대부분을 매입해 정제해 되팔고 있다.
 
베로니즈는 "중국은 적어도 수십년 동안은 희토류 금속 공급 지배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의 변덕스러운 외교관계가 희토류 금속 공급 상황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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