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렌드)민간투자 바람 부는 일본 전력시장…이번엔 성공할까
2015-12-21 14:15:40 2015-12-23 14:39:15
[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가동 중지로 인한 전기요금 급등과 전력부족 사태, 대형 전력회사에 대한 대중의 지지 하락에 따라 전력시장에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소매시장이 자유화하고 대형 전력회사에서 송·배전 부문을 분리하는 등 내년 4월을 기점으로 전면 자유화가 추진되면서 일본 전력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생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지난 2013년 4월 전력소매시장 전면자유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신전력사업자의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내년 4월 전력 소매시장이 전면 자유화되는 단계를 거쳐 2020년 4월 송·배전 부문의 법적 분리를 시행할 예정이다.
 
새로운 전력사업자의 수는 2013년 말 126개에서 올해 3월 654개, 올해 8월12일 기준으로 734개로 급증했다. 도시가스, 정유, 태양광발전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력소매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스 분야에서는 시즈오카 가스&파워, 홋카이도가스 등의 기업이 등록돼있으며, 기존 보유 고객망을 이용해 전기·가스 통합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석유 분야에서는 쇼와 셸 석유, 토넨 제너럴 석유 등 지명도는 높으나 전력 소매에 대한 경험이 적은 회사가 등록했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가나가와현 태양광발전 협회 등이 참여했으며, 태양광패널로 만든 전기를 주변 지역에 판매할 계획이다.
 
전면자유화가 시행되는 내년 4월부터는 신고제도가 폐지되고 등록제가 시행된다. 최대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력 확보, 전기요금 등의 공급조건 설명, 소비자 불만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 조건을 갖추고 등록해야 전기소매업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다양한 에너지 기업이 전력소매시장에 진입하면서 2900만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도쿄전력 등 주요 전력회사의 영업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전력회사들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면서도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소프트뱅크, KDDI 등 대형 통신 서비스 회사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간사이전력도 내년 봄부터 전력·통신 통합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이번 일본 전력시장 개혁의 주요 난제로 ▲기존 전력회사들의 기득권 유지 노력 ▲송배전망 이용 차별 우려 ▲송배전 부문의 법적 분리 방식의 한계 ▲소매전기사업자의 경쟁 우위 확보 어려움 등을 꼽고 있다. 대형 전력회사들이 시장점유율 및 수익성 하락을 막기 위해 기존의 독점적 지위와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불공정 행위를 할 가능성이 커서 소매전기사업자들의 전력시장 진출의 성공은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 1990년대부터 전력시장을 자유화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시도가 3차례 정도 있었으나 전력회사의 강력한 반대와 정치적 압박으로 매번 전면적인 개혁은 실패했다. 현재 전력소매시장은 고압(6kV) 이상으로 수전하는 계약전력 50kW 이상의 대규모 수용가에 대해 자유화가 돼있는 상태로 전체 전력소매시장에서 자유화된 부문의 비중은 약 62%다. 일반 가정 등 소규모 수용가에 대한 나머지 38%는 대형 전력기업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
 
이대연 해외정보분석실 전문연구원은 "전력회사와 자민당 소속 등 정치인 사이에 강한 컨넥션이 있으며 전력회사들은 일반 정당들에게 가장 큰 정치자금원"이라며 "이 회사들의 노조는 정치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는 전력회사들이 대중의 지지를 잃으면서 개혁에 대한 저항이 전보다 약해졌다. 이들은 전력소매시장을 민간에 내주는 대신에 원전재가동 허용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력시장 개혁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송배전요금의 경우 기존 전력회사의 영향력이 작용할 여지도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송배전요금이 높게 설정될 경우 소매전기사업자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이 뿐만 아니라 수요밀집도가 높은 지역에 있는 발전원에 송배전요금을 할인해주는 '근접성평가할인제도'를 악용해 신전력사업자의 발전원이 있는 지역을 할인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조치를 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은 전력공급회사 변경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으로 전기요금을 꼽았다. 노무라연구소는 전기요금이 현재보다 10% 인하되면 일반가정의 16%가 신규 기업으로 전력회사를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과거에도 1999년 2차 개혁에 따라 대규모 수용가에 대한 소매시장이 자유화되고 신전력사업자들이 등장했으나 판매 비중은 8%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이번 전력개혁이 성공하려면 기존 전력회사와 소매전기사업자 사이에 공정한 경쟁 여건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공정한 경쟁 여건 조성을 위해 올해 6월 설립된 전력·가스거래감시위원회는 공정경쟁에 반하는 사업자의 행위에 대해 업무개선 권고를 발동할 수 있다.
 
아울러 정전 발생 시 '상대측 과실사고'에 대한 보상의무는 없어 광역기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등 미비한 책임 소재 규정을 보안해야 하고, 모든 가구에 스마트미터를 설치해야하는 등 과제도 남아있다.
 
이 연구원은 "개혁을 통해 민간투자 활성화, 신산업 창출 등 전력사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며 "요금제의 다양화와 서비스 질 향상이 기대되며 스마트미터 보급에 따른 수요반응, 가스·전력 통합요금 서비스 등 신사업이 창출되는 등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사업이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센다이 원전 1호기(좌측)와 센다이 원전 2호기. 일본은 지난 8월 1년 11개월 만에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에 들어갔다. 사진/AP·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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