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남·북 당국회담이 11일 오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시작됐다. 8·25 남·북 고위당국자 합의에서 당국회담을 개최하기로 약속한 후 3개월 보름 만에 성사된 회담이다.
10시40분 시작된 첫 전체회의는 30분간 진행된 후 11시10분 종료됐다. 당초 2시간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수석대표들의 기조발언을 듣고 서로의 입장을 교환한 후 끝을 냈다. 후속 회담은 오후 5시 현재 열리지 않고 있다.
북측의 전종수 수석대표(단장)는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어제 내려와서 개성 시내를 돌아보면서 사업을 생각했다"며 "역시 겨울이니까 날씨는 차긴 찬데 어떻든 북남이 만나서 오래간만에 풀어가자. 겨울이지만 북남관계는 따뜻한 봄볕이 오게끔 쌍방이 잘 노력하자"고 말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모두발언에서 백범 김구의 애송시로 알려진 '야설'(野雪)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1차 당국회담이지 않느냐. 우리가 처음 길을 걸어갈 때 온전하게 잘 걸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가 첫 길을 잘 내어서 통일로 가는 큰 길을 열자"고 화답했다.
이에 전 단장은 "시작이 절반이라고 시작부터 첫 걸음을 잘 떼야 앞으로 남북관계도 새해를 맞는데 전망이 더 밝아지고 좋아지지 않겠느냐"며 "지금 거의 8년 동안 회담이 없었다. 그 사이 고위급 긴급접촉 등 여러 차례 회담이 있었지만 특례적인 경우였고, 사실상 본격적인 북남관계를 푸는 회담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불신과 대립이 골수로 깊어지고 장벽은 더 높아졌는데 우리가 장벽을 허물어 골수를 메우고 길을 열고 대통로를 열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황 차관도 "그렇게 하자"며 "차근차근 잘 협의해서 여러 가지 현안들을 잘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번 회담의 의제를 특정하지 않은 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 문제”를 의제로 삼기로 합의한 바 있다. 양측은 첫 전체회의에서 각자가 중시하는 의제의 윤곽을 드러냈을 것으로 보인다. 남측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 각자의 입장만을 되풀이하며 의제 조율에 실패할 경우 마냥 시간만 끄는 ‘마라톤’ 회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남북회담본부에서 출발 전 남측 대표단과 만나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회담을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중요한 것은 역시 8·25 합의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측 대표단은 황부기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김의도 통일부 국장, 손재락 총리실 국장 등 3명으로 이뤄졌다. 북측 대표단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으로 알려진 전종수 수석대표(단장)와 황철 조평통 서기국 부장, 황충성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참사 등 3명이다.
개성=공동취재단,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11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개최된 제1차 남북 당국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왼쪽 가운데)과 북측 단장인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이 회담 시작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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