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CIA와 국정원, 억울해도 할 수 없다
2015-11-19 09:10:45 2015-11-19 09:10:45
파리 테러를 계기로 정보기관의 대테러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존 브레넌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16일 이슬람국가(IS)의 추가 테러 가능성을 주장하며 올해 6월 발효된 ‘미국 자유법’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법은 2013년 미 국가안보국(NSA)의 전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의 무차별적인 도·감청 실태를 폭로한 후 만들어진 것으로 미국 내 통화기록을 대량으로 수집하는 것을 금한다.
 
한국의 이병호 국정원장은 1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나와 테러 위험인물의 통신정보나 개인정보를 국정원이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들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출신으로 정보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테러방지법을 만들어줘야 계좌추적도 하고, 금융거래도 알 수 있고, 통신제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테러 예방활동은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보기관 수장들의 손을 선뜻 들어주기 힘든 이유는 그 기관들의 어두운 과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스노든의 폭로가 모든 것을 말해줬다. 뉴욕타임스는 17일 사설에서 “스노든의 폭로는 국가안보를 위한 권한이라는 모호하고 비밀스런 개념이 얼마나 쉽게 오용될 수 있는지를 백일하에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브레넌 국장은 지난해 CIA의 고문프로그램을 조사하는 상원의회 직원들의 컴퓨터를 CIA가 해킹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사실로 드러난 일도 있었다.
 
국정원의 경우는 2012년 대선 당시 여론조작 파문이 있었다. 지난 7월에는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해킹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 사찰 의혹을 받았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현재 국정원이 신뢰받을 수 있나. 댓글사건 뒤 국정원이 과연 달라졌다고 볼 수 있는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파리 테러 용의자들 대부분은 프랑스나 벨기에 정보당국의 레이더망에 이미 포착돼 있었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한 테러문제 전문가는 정보의 양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한 대응조치에 실패한 것일 뿐이라는 지적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처럼 문제의 본질이나 해법은 다른 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테러가 나자마자 법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나서는 것은 ‘다른 목적’을 의심케 할 뿐이다. 억울해도 할 수 없다. 국정원의 ‘원죄’는 그만큼 무겁다.
 
황준호 통일외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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