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시행됐던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지난달 말 열린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8기 5중전회)에서 두 자녀 출산을 전면 허용하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 돼 성장 둔화가 가속화 될 것이란 우려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비준이 필요한데, 중국 내 법학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해 말부터 둘째 출산이 허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두 자녀 정책의 효과를 낙관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자녀 양육에 드는 비용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아진 탓에 출생률 증가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룬다. 산아 제한을 완전히 폐지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정부가 개인의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중국이 35년만에 한 자녀 정책을 폐지키로 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중국의 출산률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9일 중국 공산당은 5중전회 결과를 담은 공보에서 "인구의 균형적인 발전을 촉진하고 가족계획이란 기본 국가 정책을 유지하는 동시에 인구 성장 전략을 개선하기 위해 한 쌍의 부부가 자녀를 두 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개혁개방 이후 엄격히 시행돼 오던 한 자녀 정책이 폐기되며 인구 정책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현재 중국의 헌법과 인구 및 계획출산법에 따르면 중국은 인구와 경제, 사회, 자원,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계획출산을 실시하며, 모든 부부는 계획출산을 지킬 의무가 있다. 신중국 성립 이후 30년간 6억 명의 신생아가 태어나며 폭발적인 인구 팽창기를 거친 후 경제 성장을 위한 인구 통제의 필요성을 인식한 데에 따른 조치다. 초기에는 결혼을 늦추고 아이를 적게 낳을 것, 자녀를 여러 명 낳더라도 나이 터울을 적당히 두라고 권장하는 수준이었지만 1980년부터는 일부 예외 집단을 제외하고는 한 명의 자녀만 낳도록 규정했다. 이를 어길 경우에는 일반 가정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벌금을 부과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인구 통제 정책을 30여 년간 시행한 결과, 6명을 웃돌던 여성의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말 기준 1.4명까지 떨어졌다. 개발도상국의 평균치인 2.3명은 물론 선진국(2.17명)보다도 낮아지며 국제적인 저출산 기준(1.3명)에 근접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의료 기술의 발달과 공중 보건 환경의 개선으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노동가능 인구는 9억1583만명으로 전년도대비 371만명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60세 이상 고령 인구는 2억1242만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15.5%를 점유했다. 전년도의 14.9%보다 0.6%포인트 증가한 규모다. UN은 2050년에는 중국의 노인 인구가 25%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매년 250만 명 더 늘 것…"기대 못 미칠 것" 우려도
이 처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으로 진행되는 고령화는 젊은 세대의 부양 부담 증가를 불러왔고, 저임금 노동자에 의존해왔던 경제 성장도 한계에 이르게 했다. 한 자녀 정책 폐기는 필연적 결과였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3년 베이징 등 일부 도시에서 부부 모두가 한 자녀 일 경우 둘째 출산을 허용하는 '단독 두 자녀 정책'을 시행했고, 이번에는 중국 전역의 모든 부부를 대상으로 정책 완화의 폭을 넓혔다. 당국은 이번 인구 정책 완화로 총 9000만 쌍의 부부가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매년 250만 명의 신생아가 더 태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내 인구학자들 역시 "전면적 두 자녀 정책 시행 첫 해에는 2000만~3000만 명의 인구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종전의 연평균 인구 증가 수 대비 1.5~2배에 상응하는 수치다.
하지만 서방 외신들을 중심으로는 '두 자녀 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 2년간 시행됐던 제한적 두 자녀 정책에서 이미 예상했던 만큼의 결과가 뒤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포춘지에 따르면 앞선 정책 완화로 200만명의 신생아가 더 태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지난 9월 말 기준 100만 명 정도가 더 늘어나는 것에 그쳤다. 중국 국가위생계획출산위원회에서 밝힌 출생 신고 건수는 145만건으로 포춘지의 집계보다는 많았지만 이 역시 당초 예상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논평을 통해 "특정 집단에 대한 한자녀 정책을 완화했을 때에도 출산율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며 "이는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거·교육비 급증…30년 전과는 달라
다수의 전문가들이 두 자녀 정책의 효과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은 30년 전과 지금의 경제·사회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 자녀 정책을 도입할 때만 해도 30세 미만 인구가 전체의 65%를 차지할 만큼 노동 인구가 풍부했고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했다. 반면 지금은 경제의 고속 성장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뉴노멀' 시대인데다 주거비를 비롯해 교육, 헬스케어 등 각종 생활비 부담이 늘어 아이 한 명을 더 키우는 것이 녹록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포춘지에 따르면 중국의 일반 아파트 가격은 연평균 가계 소득의 9배에 달한다. 4배를 기록한 미국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다. 양육비 부담도 10년전에 비해 수 배나 증가했다.
여기에 이번 정책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20~40세 가임기 여성 중 60% 정도가 35세 이상에 몰려있다는 점도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노산으로 분류되는 35세 이상 여성은 임신 확률 자체가 떨어질 뿐 아니라 조산, 자궁 내 태아사망, 이민성 당뇨 등 산모와 태아의 건강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이 나이대의 여성은 업무 커리어를 쌓는 중요한 시점에 있는 경우도 많고, 기존이 가족들을 돌보느라 또 다른 출산을 계획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같은 이유로 인구학자들은 두 자녀 정책이 조금 더 일찍 시행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앞서 지난 2004년과 2009년 중국 내 인구학자들이 기명 서한을 통해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할 것을 청원을 했지만 중국 정부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이를 외면했다. 포춘이 "정책의 범위가 너무 적고 시기도 상당히 늦은감이 있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뉴욕타임즈 역시 사설을 통해 "경제학자나 인구학자들은 중국 정부가 매우 큰 실책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중국 지도부가 인구 정책 변화를 마치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과 같은 기술적 조정으로 보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숫자에만 치중한 인구 정책…'인간 존엄' 고찰 부족
전면적인 두 자녀 정책 시행에 회의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 대부분은 "정부가 둘째를 낳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는 풀패키지 정책을 내놓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동 보육,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 헬스케어 등 아이들을 위한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수반돼야만 아이를 더 낳는 것에 대한 고려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인대나 지방 정부 단위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면서 달라질 수는 있지만 현 상황은 그나마도 있던 혜택마저 없앨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안휘망에 따르면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현재 18세 미만 한 자녀가 있는 가정에 매달 80위안 정도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부모의 연금 납부 금액 중 30위안을 재정 지원한다. 출산휴가의 경우 국무원 규정에 따라 제공되는 기본 98일 이외에 한 자녀일 때 35일, 결혼 후 몇 년이 지나 낳은 때 15일의 휴가를 더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자녀 정책 하에서는 보조금이나 추가 휴가를 모두 기대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서방 외신들은 중국의 인구 정책이 조금 완화된 것이지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비인간적 근본 속성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이번 조치가 정부가 허용하는 자녀 수를 한 명에서 두 명으로 확대한 것이지 가족 계획의 자율권을 개인에게 넘겨준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 점은 중국 정부도 "두 자녀 허용이 계획출산 정책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규정에 어긋날 때에는 여전히 벌금이 부과된다"고 인정한 부분이다. 정부의 낙태 강요나 강제 불임수술이 계속 자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엠네스티 등 인권단체에서는 "여성은 아이를 낳지 말도록 강요 받다가 이제는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받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여성의 몸을 도구로 다룬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일침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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