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물 '검은 사제들', 거침없는 흥행 질주
입력 : 2015-11-09 15:48:16 수정 : 2015-11-09 15:48:16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엑소시즘(퇴마)을 소재로 한 한국영화 '검은 사제들'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5일 개봉한 이 영화는 첫날 19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출발, 나흘 만에 160만 관객을 동원했다. 특히 지난 7일과 8일에는 하루 55만 이상 관객을 모았다.
 
11월 극장가가 한국영화의 침체기였던 점과 국내에서 익숙하지 않은 엑소시즘을 다룬 점을 감안할 때 '검은 사제들'이 세운 기록은 놀라운 수치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영화 중 11월에 개봉해 가장 높은 스코어를 기록한 작품은 지난해 개봉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480만)다.
 
개봉 전 불안요소로 여겨진 엑소시즘 소재는 한국적인 캐릭터와 관객의 이해를 돕는 구성으로 극복한 모양새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검은 사제들'이 흥행한 이유를 짚어봤다.  
 
영화 '검은 사제들'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실험적 소재와 한국적 익숙함의 절묘한 화합
 
'검은 사제들'은 악령에 씌인 소녀를 구하기 위해 구마(악령을 내쫓는 행위)의식을 감행하는 두 신부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호러 장르의 영화다. CJ엔터테인먼트(CJ) 관계자가 비교할 만한 장르의 영화도 없다고 할 정도로 독특한 작품이다. 특히 후반부 30여분간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구마의식은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장면이다. 신선함을 넘어 생소하다는 느낌까지 줘 실험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영화는 소재의 실험성을 익숙한 캐릭터로 극복한 듯하다.김윤석이 연기한 김 신부는 교단으로부터 꼴통으로 불리는 문제적 인물로 그간 어디선가 본 듯한 고집이 있는 캐릭터다.
 
김 신부를 돕는 최 부제(강동원 분)는 신부임에도 월담과 음주, 컨닝 등 옳지 못한 행동을 서슴없이 자행하는 인물이다. 반항아적인 기질이 낯설지 않다.
 
악령과 대치한다는 소재가 한국적인 캐릭터와 맞물리면서 관객이 받아들이는데 있어 어려움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는 구성 역시 다소 복잡한 영화적 설정을 관객이 이해하는데 쉬웠다는 평이다. 첫 장편영화로 데뷔한 장재현 감독의 영리함이 다양한 지점에서 엿보인다.
 
◇연기력과 티켓파워를 겸비한 배우들의 힘
 
이 영화의 중심인물을 연기한 배우는 김윤석과 강동원, 신예 박소담이다.
 
김윤석은 그간 수 많은 작품을 흥행시킨 연기파 배우로 통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안정된 연기력으로 극의 현실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완벽히 수행한다.
 
강동원은 조각 같은 외모로 강력한 티켓파워를 지닌 인물이다. 본인 입으로 손익분기점을 못 넘긴 적이 거의 없다고 단언할 정도로 실패와는 거리가 먼 배우다. 게다가 이번 작품에서는 안정된 발성과 깊이 있는 감정선으로 한층 더 성숙한 연기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윤석이 극의 중심을 잡고 강동원이 톡톡튀는 캐릭터로 극의 활기를 넣었다는 평가다. 두 배우의 연기 앙상블에 높은 평가가 이어지고 잇다.
 
신예 박소담은 악령에 씌인 소녀를 완벽히 연기하며, 충무로가 주목할 배우로 단숨에 떠올랐다. 1인 5역에 해당하는 악령 연기를 흠 잡을 곳 없이 완벽하게 묘사했다. 세 배우의 연기력은 다소 난해하고 어려울 수 있는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제 몫을 다했으며, 높은 이름값 역시 개봉 초반 흥행몰이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쟁작의 부재와 선입견을 줄인 마케팅 전략
 
경쟁작의 부재와 배급사의 마케팅전략도 '검은 사제들'의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그놈이다', '더 폰', '마션' 등 10월 개봉작들이 흥행에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검은 사제들'만이 1000개 이상의 상영관을 확보했다. 지난 주말 '검은 사제들'은 6000번에 육박하는 상영횟수를 기록하며, 좀더 많은 관객들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CJ는 특정 종교와 악령이 등장함에 따라 공포물의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이 영화의 사전마케팅 전략으로 '구마', '공포', '엑소시즘'과 같은 단어를 최대한 배제하는 방향을 택했다. 포스터에도 오롯이 '미스터리 드라마'는 문구만을 사용해 공포물에 거부감이 있는 관객들에게 선입견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했다. 영화를 본 뒤의 판단은 관객에게 맡기더라도, 굳이 공포물이라는 인식을 줄 필요는 없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CJ의 한 관계자는 "엑소시즘이라고 하면 '엑소시스트'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검은 사제들'이 그런 영화와 결이 다른 작품이라 판단했다. 공포물에 대한 선입견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CJ 측은 '검은 사제들'이 앞으로도 더욱 높은 스코어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수능 특수와 함께 19일 개봉하는 '내부자들'과 맞물리면 대중의 주목이 더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오는 12일 수능이 끝나고 나면 수능 특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는 '내부자들'까지 개봉하고 나면 쌍끌이 흥행에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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