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을 넘어서면서 차기 대선 주자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현재 권력인 박대통령의 국정운영도 중요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 방향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미래 권력의 창출 여부는 여의도 생태계 속에서는 정치적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언론의 여론조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유력한 후보가 부각되는 상황은 아니다. 여야의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각기 4∼5명의 후보를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을 뿐이다. 여권에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김무성 대표, 오세훈 전서울시장, 김문수 전경기지사, 유승민 의원 등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의 3파전에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전의원이 가세한 양상이다. 장외에서는 안대희 전대법관, 손학규 전경기지사도 언급되고 있다. 다소 시간 여유가 있기 때문에 여타 후보들의 출현도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들 중 누가 승리를 차지할지 그 전제 조건을 통해 퍼즐 조각을 미리 맞추어 볼 수도 있다.
첫째 조건은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 여부이다. 30% 이상의 확고한 지지 기반을 지닌 박 대통령이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인가? 여당내 경선은 물론이고 본선 승리를 위해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통상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승리의 전제인양 거론되어 왔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민주화 이후 몇 차례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과의 불화, 차별화, 탈당은 패배로 이어졌다. 1997년과 2007년 대선은 집권 여당의 분열로 야당의 김대중, 이명박 후보가 승리했다. 반면 2002년, 2012년 대선은 여권 단합으로 여당의 노무현, 박근혜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정권 창출의 기본 공식이다. ‘뭉치면 이기고 분열하면 패배한다.’ 최근 여권 후보들의 박대통령에 대한 구애가 커지고 있다. 스스로 ‘친박’이라고 자처하고 ‘훌륭한 대통령’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겠다고 팔을 걷고 나선다. 야당의 입장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여권 분리 전략(divide and rule)이 절대 필요하다.
둘째 조건은 충청권의 표심이다. 최근 대선에서 충청 지역이 확실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충청 지역 득표 차이가 대선 결과 득표 차이로 바로 연결된다. 1998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충청권의 김종필과 DJP 연합으로 승리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충청권 수도 이전 공약으로 말 그대로 재미를 봤다. 2012년 대선에서는 충청 지역 선진당과 합당을 통해 박근혜 후보가 승리를 거두었다. 현재 여권의 주요 기반이 된 충청도 표심을 탈환하지 않고는 호남과 수도권 표만으로 야당 승리는 거의 불가능하다.
셋째 조건은 4050 세대의 지지 획득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40대 후반과 50대 초반의 표심이다. 인구 구조와 투표 성향으로 볼 때 이들 이전 세대는 진보, 이후 세대는 보수 성향이 강하다. 이들 ‘낀 세대’는 1980년대 민주화를 경험하고 현재는 생활인으로 살고 있다. 흔히 중간, 중도층이 많은 복합 이슈 세대이다. 가치는 진보적이지만 현실은 보수성향이다. 단순한 주택, 교육, 복지, 일자리 정책만으로 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인간에 대한 가치와 존중을 요구한다. 까다로운 세대이지만 이들 스윙 보터(swing voter) 표심이 대선 향방을 결정지을 것이다.
넷째, 2017년 시대 정신을 구현할 후보가 승리할 것이다. 이 시대가 해결해야 할 역사적인 과제가 무엇일까? 개별 분야별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직능별로 요구하는 공약도 넘쳐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시대의 과제는 무엇일까? 유권자는 종합적인(heuristic) 판단을 한다. 부분의 단순한 합이 전체가 될 수는 없다. 구체적인 공약이 아니라 시대 정신을 구현하는 인물을 선택한다. 김대중의 수평적 정권교체, 노무현의 기득권 개혁, 이명박의 경제 살리기, 박근혜의 신뢰와 원칙, 후보와 잘 부합된 시대정신이었다.
마지막 조건은 뉴미디어와 첨단 과학 기술 활용이다. 선거도 경쟁인 이상 효과적, 효율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새로운 미디어를 통한 효과적인 선거운동, 데이터 과학 기술을 이용한 정확한 유권자 관리와 홍보가 필요하다. 1960년 미국 대선에서 케네디는 컬러 텔레비전 토론회를 통해 역동적인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는 SNS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선진적인 선거운동을 펼친 바 있다.
차기 대선까지 2년여 남았다. 좋은 지도자를 뽑는 것은 국민들에게는 행운이요, 나라에는 축복이다. 승리를 위한 다섯 가지 필요충분조건을 넘치도록 충족시키는 후보가 나오기를 고대한다.
서성교 바른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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