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렌드)중산층과 함께 큰 '찰리우드'…세계 최대시장 넘본다
6500만 관객 모은 '몬스터헌터' 역대 박스오피스 1위…하루 평균 16개 스크린 신설
'문화굴기' 주창한 육성책에 할리우드 러브콜 이어져
2015-11-03 14:47:49 2015-11-03 14:47:49
2015년은 중국 영화계에 기념비적인 해다. 연말까지 400억위안(약 7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경제 전반에 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것과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다. Ent그룹 등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중국의 영화 흥행 수입은 296억3900만위안을 기록했던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었다. 관객 수 역시 전년도의 8억3000만명을 앞지른 상태다.
 
여기에는 중국에서 제작한 판타지 액션 영화 '몬스터헌트(중국명 척요기)'의 공이 컸다. 몬스터헌트는 인간과 요괴 사이에 큰 전쟁이 벌어진 먼 옛날을 배경으로 요괴 후계자인 '후바'와 원치 않은 사건으로 그 부모가 된 몬스터헌터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영화다. 기원전 4세기 쯤 지어진 중국의 지리서 '산해경' 속의 요괴를 모티브로 한 '후바'는 중국의 자체적인 컴퓨터그래픽(CG) 기술로 형상화해 이목을 끌었다. 지난 7월 중순 중국 전역에서 아이맥스와 3D로 개봉한 몬스터헌트는 상영 첫 날에만 1억9000만위안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기록했다. 약 두 달 간 중국 전역에서 벌어들인 총 수입은 24억3800만위안. 3억5000만위안의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를 투입해 대박을 일궜다. 영화를 본 관객도 6540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장악했던 역대 박스오피스 리스트를 새로 쓴 것이다. 
 
◇지난 7월 개봉한 '몬스터헌트'는 6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중국 영화 최초로 박스오피스 수입 1위라는 대기록을 썼다. 사진은 랴오닝성 선양의 한 영화관에 진열된 주인공 요괴 '후바'의 모습.(사진/뉴시스)
 
중국 영화의 선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몬스터헌트와 비슷한 기간 개봉했던 슈퍼히어로 패러디물 '팬케이크맨(중국명 전병협)'은 제작비의 10배에 상응하는 8억3800만위안의 수입을 기록했고, 국경절 연휴(9월30일~10월7일) 기간 중 개봉한 '로스트 인 홍콩'은 일주일 만에 매출 10억위안을 돌파했다. 몬스터헌트의 흥행 기록을 뛰어 넘을 것이란 장미빛 전망도 흘러나온다.
 
지난해 칭화대학교 신문방송학과가 발간한 '미디어청서: 중국 미디어 산업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중국 전역에서 개봉한 영화는 총 338편이고 이 중 66편이 1억위안(약 180억원) 이상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기록한다. 1억위안 이상의 매출을 올린 '대박 영화' 중 중국영화는 절반을 조금 넘는 36편이다. 중국 내에서 상영되는 외국 영화 편수를 제한하는 스크린쿼터 제도를 감안하더라도 중국 영화의 선전은 충분히 고무적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2017년에는 중국의 영화 시장 규모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포브스,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들은 중국 영화의 성장 배경을 ▲중산층 확대 ▲영화관 등 인프라 건설 붐 ▲영화에 대한 정부의 인식 변화 등 세가지로 꼽았다. 크레딧스위스가 최근 발간한 '2015 세계 부 리포트'에 따르면 5만~50만달러의 자산을 소유한 중국의 중산층 인구는 1억900만명으로 9200만명의 미국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영화나 공연 등 문화 생활에 지출을 하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완다미디어를 비롯한 문화·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멀티플렉스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스크린 수는 2010년 6252개에서 2014년 2만4317개로 하루 평균 16.2개씩 늘었다. 올 1분기에도 554개의 영화관과 2806개의 스크린이 신설됐다. 그럼에도 중국의 스크린 수는 7만명 중 한 개 꼴로 8000명 당 한 개인 미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최소 15만개의 스크린이 생겨야 한다고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정부의 산업 육성 의지도 영화 산업의 전망을 밝히는 요인이다. 사회주의 혁명과 함께 선전도구로 치부되며 몰락의 길을 걸었던 영화계는 소프트파워 향상이라는 목표로 '문화굴기' 정책을 업고 부활 중이다. 중국 국무원 상무회의가 발표한 '중화인민공화국 영화산업촉진법(초안)'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영화 산업 종사자들에게 세금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정부 차원의 특별 기금을 마련해 자국 영화인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코자 한다. 또한 신설하거나 리모델링을 하는 영화관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민간 자본과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영화산업에 자본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에 중국 자본에 대한 할리우드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연간 상영될 수 있는 외국 영화는 34편에 불과해 중국 관객과 만나기 위해서는 몇 개월 씩 대기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반면 중국 자본이 투자된 영화는 국내 영화로 분류돼 장벽이 대폭 낮아진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촬영과 편집, 마케팅 등 영화 제작 과정에서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지난해 최고 흥행작인 '트랜스포머4'가 중국 배우 리빙빙을 캐스팅하고 영화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촬영한 것은 중국 자본 활용의 대표적 사례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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