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000억달러.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인 AT커니가 예측한 2018년도 전세계 이커머스 시장 규모다. 2013년 7000억달러 수준에서 5년 사이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사고 파는 이커머스가 주요 유통 채널로 자리잡은지는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매년 두 자릿수 대의 성장을 거듭하며 여전히 매우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주요 거래 품목도 전자기기, 책·음반, 의류·잡화 등 내구재와 비식품 중심이던 초기에서 식료품이나 미용용품 등 생활필수품 전반으로 확대됐다. 온라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명품 브랜드까지도 속속 발을 들이고 있다. 스타트업 등 혁신적인 서비스로 무장한 신규 진입자들이 두각을 드러내는 가운데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기존 강자들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이커머스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전체 유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지난해 기준 전세계 이커머스 시장의 4분의 1을 점유한 미국만 봐도 이커머스는 전체 유통 채널의 10%도 채 되지 않았다. 2억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커머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평균 구매 금액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이커머스를 성장 여력이 여전히 큰 시장으로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미국이나 중국을 비롯한 상위 30개 국가가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AT커니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인도나 멕시코와 같은 신흥국의 잠재력은 상상 이상이다.
IT전문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 리서치는 미래 이커머스 시장의 키워드로 모바일, 멀티채널, 빅데이터, 배송 등을 꼽았다. 가장 먼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의 보급으로 이커머스의 성장 촉매제 역할을 하기 시작한 모바일 쇼핑이 대세로 굳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2013년 미국 홀리데이 시즌의 온라인 매출 3분의 1이 모바일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고, 지역 비즈니스 정보를 모바일로 검색한 사람의 78%가 실제 구매로 연결됐다는 사실에서 이미 그 영향력이 증명됐다. 심지어 이커머스의 태동기에 있는 인도의 경우 '모바일 퍼스트'가 아닌 '모바일 온리'가 정설이 된 상황이다. 때문에 터치로 화면을 조작하기 쉽지 않거나 웹페이지의 식별이 어려운 모바일 친화적이지 않은 곳은 쉽게 도태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두 번째로는 다양한 쇼핑 채널을 동시에 사용하는 환경이 보편화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크게 온라인 구매 시 여러 가지 모바일 디바이스를 이용하는 것과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 없이 물건을 구입하는 것으로 나뉜다. 첫 번째 멀티채널의 사례는 업무 중 데스크톱으로 본 온라인 광고를 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집에 도착해 태블릿PC로 최종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ICSC에 따르면 이처럼 다양한 루트로 정보를 수집한 사람은 단일 채널을 이용하는 사람보다 쇼핑 빈도도 잦고 지출 금액도 3.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사례는 온라인 공간에만 한정됐던 기존의 서비스를 오프라인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본 제품을 온라인으로 검색해 구매하는 '쇼루밍'과 반대로 온라인으로 제품의 정보를 수집한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를 결정하는 '역쇼루밍'이 빈번해지고 있는 것도 최근의 추세를 반영한다.
빅데이터 분석기술로 고객 맞춤형 쇼핑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이커머스로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올 유인이다. 특히 이는 마케팅의 자동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개인들의 구매 이력이나 과거 방문 시 클릭했던 상품들의 정보를 종합해 고객의 층위를 나누고, 각 계층별 특성을 명확히 해 그들에게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는 식이다. 특정 웹사이트를 들어갔을 때 처음 마주하는 랜딩페이지를 고객별로 달리 하는 것이나 자연스럽게 고객의 시선에 드는 연관 추천 상품을 사람별로 다르게 보여주는 것, 고객별로 할인 혜택을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것 등이 앞으로의 주류가 될 마케팅 기법으로 꼽힌다. 이를 위한 알고리즘은 데이터의 양과 분석의 질에 달려있는데, 많은 양의 기본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운 소규모 이커머스 사업체의 경우 제3자 기업과 협력하는 방법으로 난관을 돌파할 수 있다.
이커머스로 구매한 물건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배송도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온라인 시장에서의 성공법은 규모가 아닌 고객의 니즈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예리함인데, 배송 시간 단축은 이커머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부분이다. 사업자들도 이를 인식하고 배송에 신경을 더 쓰고 있는 추세다. 아마존은 프라임 고객에 한해 미국 전역에서 2일 이내 무료 배송 서비스를 시행 중이고, 중국의 징둥이나 이하오디엔은 식료품에 대한 2~3시간 내 무료 배송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인들을 택배원으로 활용하는 '크라우드 소스 딜리버러'라는 개념이 생겨났고, 아마존을 필두로 시작된 드론 배송은 월마트 등 다른 유통 업체로 확산되고 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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