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은행권 해외진출, 성과내는 전략 필요
2015-10-14 12:00:00 2015-10-14 12:00:00
국내 은행 산업은 지금까지 우물 안 개구리에 비교돼 왔다. 삼성전자와 같이 해외에서 인정받는 금융회사들이 없기 때문이다. 포화상태인 국내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예전부터 계속 제기됐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해외진출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어떻게(how to) 진출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찾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제 은행과 정부에서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에 대한 모범 답안을 제시할 시점이다. 해외 진출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근 주요 금융그룹들은 해외 수익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실제로 진출 지역이나 네트워크 수는 빠르게 증가해 왔다.
 
2015년 6월말 기준으로 은행의 해외 점포(사무소, 지점, 현지법인)는 166개로 5년 전에 비해 26% 증가했으며,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사무소와 지점형태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아시아 지역 비중이 66%를 차지하는 가운데 사무소는 37개에서 53개로, 지점은 55개에서 67개로 증가했으며 현지법인은 40개에서 46개로 늘었다. 이러한 점포 확대에 힘입어 해외자산 규모와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2014년 기준으로 해외자산 규모는 873억 달러로 국내은행 총자산 대비 비중이 4.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0년 해외자산 규모와 비중은 각각 565억 달러, 3.5%에 불과했다. 또한 2014년 국내와 해외부문의 총자산수익률(ROA)이 각각 0.31% 0.76%를 기록해 해외부문이 국내보다 2배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이러한 해외진출의 성과는 과거에 비해 개선되고 있을 뿐이지 절대적으로 양호하다고는 볼 수 없다. 우리나라 경제 수준이나 금융시장의 발전 단계를 고려할 때 질적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도 많이 남아 있다. 향후 은행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해외진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첫째, 한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획일적인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현지화를 달성해야 한다. 즉, 현지인 고객 비중 등과 같은 수치적인 현지화보다 정말 현지인 관점에서 문화와 생활 패턴을 이해하면서 그들과 동질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현지인 법인장을 선임해 믿고 맡기는 것이다. 국내에 현지법인으로 진출한 SC은행과 씨티은행의 은행장이 한국인인 것과 같은 개념이다.
 
둘째, 현지 네트워크 확보에 있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본 은행의 해외진출은 ‘정부-기업-은행’을 별도로 생각할 수 없다. 원조 등을 통해 정부가 먼저 진출하여 네트워크 기반을 닦아 놓으면 기업이 진출하여 공장 등을 건설하고 현지 고용을 창출하게 된다. 필요한 자금지원을 위해 은행이 마지막에 진출하는 것이다.
 
현지 국민들은 이미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은행이 진출하는 것에 대해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은행의 해외진출에 있어 정부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감독당국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국내 은행들이 현지 은행 또는 금융회사와 제휴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마이크로 파이낸스, 증권, 리스 등 비은행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신흥시장의 경우 은행뿐만 아니라 비은행 분야와 동반 진출하여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자국 은행산업의 보호와 발전을 위해 외국계 은행에 대해 높은 진입장벽을 적용하는데 반해, 마이크로 파이낸스의 진입은 항상 오픈돼 있다. 이제 은행들도 은행업무만 고집하지 말고 해외에서 다양한 업무를 영위할 필요가 있다.
 
넷째, 그 동안 적은 자본으로 소형 은행을 인수해 자체성장(organic growth)하는 전략은 모두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에 중형 이상의 현지 은행을 인수할 정도의 통근 투자가 필요하다. 이제는 CEO의 과감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며, 성공과 실패에 대한 평가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지에서 충분한 네트워크와 인지도를 가진 은행을 인수해 글로벌 지역 거점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다양한 방식의 해외진출을 고려해야 한다. 현지 은행 인수뿐만 아니라 현지은행에 대한 지분투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현지법에 따라 배당이나 투자 자금을 적기에 회수하지 못할 리스크도 있으나 현지은행과의 관계 개선이나 추가 지분인수 시 유리한 입장에 설 수도 있다.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 역사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짧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산업이 비로소 발전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껏해야 18년이 지났을 뿐이다. 씨티그룹이나 HSBC 등과 같은 수준의 해외진출을 생각하면 안 된다. 해외진출도 아직 걸음마 단계로 볼 수 있다. 말로만 그치는 해외진출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는 2단계 해외진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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