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효성, 자사 출신 특약점에 '일감몰아주기'…가상 수주로 실적 위장까지
전현직 임직원 간 밀어주고 당겨주고, 땅 짚고 헤엄치기
가상 수주로 실적 위장, 회계 조작까지…끝없는 의혹
2015-09-09 07:00:00 2015-09-09 07:00:00
효성중공업 초고압변압기. 사진/효성중공업
 
효성이 자사 출신 특약점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퇴직 임직원들과 내부 관계자들이 공모해 일감 몰아주기는 물론 회계장부 조작 등 경제적 범죄도 저질러졌다는 게 내부 고발의 핵심이다. 취재팀은 최근 제보자를 통해 효성중공업 전력PU 특약점 리스트와 2013·2014년 특약점 거래 및 실적자료 등을 단독 입수했다.
 
◇자사 출신 특약점 영업익 평균 9.1%…일반 특약점보다 3배 이상 높아
지난 2013년 기준 효성중공업 전력 특약점은 총 55곳, 이중 17곳이 효성중공업 전 임직원(OB) 출신이 운영하는 곳이다. 취재팀은 효성중공업 서울 사업장 소재 ‘OB 출신 특약점’과 ‘일반 특약점’ 각각 5곳씩을 선정한 뒤 NICE평가정보의 도움을 받아 실적보고서를 비교 분석했다.
 
일부 특약점은 직원이 1~2명에 그치는 등 영세한 곳들도 많아 비교 데이터의 신뢰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어 ▲직원수 4명 이상 ▲서울 소재 ▲OB 출신 및 일반 특약점을 대상으로 최근 3년치(2011~2014년) 평균 실적을 조사했다. 특약점별 매출 및 수주량과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봤다.
 
대체로 효성 출신 특약점 수익성이 일반 특약점과 비교해 월등히 높았고, 일부 특약점의 경우 사업 기반이 전무했음에도 불과 1~2년 만에 실적이 급증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효성 출신 특약점의 3년치 평균 영업이익률은 ▲효****(2012~2014, 13.3%) ▲신****(2012~2014, 10.2%) ▲대*****(2009~2011, 8.8%) ▲T*******(2011~2013, 8.2%) ▲브***(2012~2014, 5.1%)로 업종 평균 대비 매우 양호했다.
 
반면 일반 특약점은 우***(2011~2012, 7.35%)을 제외하고는 ▲태***(2009, 2.45%) ▲천***(2011~2013, 1.58%) ▲대***(2010~2014, 1.09%) ▲유***(2012~2014, 0.86%) 등이 효성 출신 특약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윤을 남겼다.
 
효성 출신 특약점은 평균 영업이익률이 9.1%로, 일반 특약점(2.7%)보다 3.37배 높았다. 
 
◇OB 특약점, 프로젝트 수주 상위권 싹쓸이
효성의 '2014년 판매경영계획’에서도 자사 출신 특약점의 수주물량 및 매출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해당 문서는 2014년 초 작성됐으며, 전년 특약점의 실 계약을 반영했다.
 
지난해 전체 특약점 가운데, 프로젝트 수주개수 상위 3곳은 A사(60개), B사(46개), C사(39개)로, 모두 효성 출신이 운영하는 특약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특히 가장 많은 물량을 수주한 A사는 효성중공업 임원 출신이 운영하는 곳이다. 2009년 10월 퇴사한 그는 효성중공업 일반변압기 영업팀 임원으로 4개월 정도 근무한 바 있으며, 당시 영업팀장이자 현재 중전영업팀장의 직속 상관이었다.
 
제보자는 “이 임원 출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A사는 1년 만에 폭발적인 매출 증가를 기록하면서 특약점 전체 순위에서 2위(매출 기준)까지 올랐다”며 "바닥 다지기에만 최소 수년의 시간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 일로, 효성의 특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부동의 1위인 B사에 이어 2위까지 오른 데는 내부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며 "큰 해외 프로젝트도 여럿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효성의 지원을 바탕으로 A사의 영업이익은 2011년 16억8115만원에서 2013년 20억9684만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2011년 7.21%(업종평균 4.49%)에서 2013년 9.89%(4.79%)까지 치솟았다. 대부분의 특약점이 경기 침체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몇몇 특약점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짜고 치는 고스톱? 가상 수주로 목표 채워
일부 특약점의 경우 일감 몰아주기는 물론 부실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손실분을 메워주는 특혜도 자행됐다. 이는 특약점과 본사 영업 담당자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본사 영업팀은 연초 수주목표가 설정되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게 된다. 문제는 수주목표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때 특약점이 거래처로부터 가상 주문을 받아 본사 영업팀에 넘긴다.
 
본사 영업 담당자는 이를 통해 할당 받은 수주목표를 달성, 급한 불을 끌 수 있다. 나중에 원가율이 높거나 양호한 대형 오더를 수주할 경우, 기존 주문을 덮거나 손실분을 메우면 된다. 이 기간 동안 앞선 주문은 본사에는 실적으로 잡히지만, 실제 생산과 판매로는 이어지지 않도록 창원공장 설계·제작부서와 밀접하게 협업한다. 고객 사정(현장 시공 지연 및 예산집행 지연 등)을 핑계로 제품의 계약 납기를 1~2년 연기하는 식으로 시간을 벌면 된다.
 
이런 방법으로도 해결치 못한 악성 수주는 지난 2013년 초 ERP(전사적 자원관리) 교체 때 털어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제보자는 "영업팀장이 진성 수주와 가상 수주를 A그룹과 B그룹으로 분류, 특별관리를 했다"며 "80여억원의(이중 90%가 특약점 건) 부실이 ERP 교체 때 털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2008년부터 일반변압기 영업팀에서만 누적되어 온 것으로, 효성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조작된 수주 실적은 수백 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약점 역시 본사 영업 담당자의 부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다른 프로젝트 수주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여천NCC, YNCC ESR, 기아자동차(화성) 프로젝트 당시 가상의 스페어 파트 수주를 발행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원가를 투입해 A사의 해외 손실분을 보존해 줬다는 게 제보자의 주장이다. 당시 영업팀장의 지시로 임의로 가공 수주를 입력하고 허위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전현직 골프모임 8인회, 일반 특약점 원성으로 해체
일반적으로 본사는 특약점을 대상으로 제품가격 결정권한과 영업(소유권) 관할 결정권을 갖고 있어 우월적 지위에 있다. 본사 담당자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특약점 계약 갱신을 거절당하는 등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반면 효성중공업 출신이 운영하는 특약점들은 본사와의 끈끈한 관계를 바탕으로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안정적인 매출구조는 물론 수익성까지 담보 받는다. 일반 특약점과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이는 곧 사조직으로 발전됐다. 일명 '8인회'로 통하는 이 조직은 지난 2013년 11월쯤 결성돼 골프 등을 통해 친목을 도모해왔다. 업무시간 골프는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부사장이 근절하려 했던 관행이다. 영업 일선의 한 관계자는 “효성중공업 일반변압기 영업담당 임원과 영업팀장이 OB 출신 중심으로 꾸린 사조직이 8인회"라며 "영업라인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구성을 보면 ▲대*****(창원공장 제작부장 출신) ▲T******(효성중공업 임원 출신) ▲효****(전장영업팀 과장 출신, 8인회 총무)  ▲효****(특판팀 팀장 출신) ▲하****(전 특판팀 과장 출신) ▲브***(전장영업팀장 출신) 등 효성 출신이 6곳, 나머지 신****와 신**** 두 곳은 효성과의 거래관계가 오래되고 충성도가 높은 일반 특약점이다. 특판팀은 지난 2011년 말 일반변압기 영업팀으로 부서명이 변경됐다. 
 
효성중공업에서는 영업 담당인 안모 상무, 김모 상무, 김모 팀장, 이모 팀장, 최모 부장 외에 1~2명의 영업팀 직원이 상황에 따라 모임에 참석했다는 게 제보자의 주장이다. 이들 8인회는 대외적으로 ‘본사와 특약점 간 영업 활성화와 친목 도모’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사조직이었다.  
 
여타 특약점의 원성이 자자하자, 8인회는 지난해 7월 해체됐다. 효성중공업 감사팀(윤리경영팀)도 실체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누군가 효성중공업 감찰 윤리경영팀에 투서를 넣었고, 평일 업무시간에 골프를 친 게 문제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부 특약점들은 8인회에 대해 명백한 특혜와 차별이라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사우디 ‘마덴’ 프로젝트…석연찮은 특판점 끼어들기
지난 2008년 말 효성은 삼성엔지니어링과 ‘사우디 마덴’ 해외 EPC 프로젝트에 대한 제품납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270만달러(한화 약 29억원) 규모다. 계약에 대한 최종 결재만 남겨둔 상황에서 갑자기 OB 출신 특약점인 B사가 뛰어들었고, 삼성엔지니어링과 계약한 뒤 효성에 150만달러(약 16억원)의 제품 발주를 넣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효성 특약점인 B사와 270만달러보다 낮은 금액에 계약을 체결했고, B사는 다시 효성에 150만달러에 제품을 납품 받아 삼성엔지니어링에 제공했다. 결국 효성의 이익으로 처리 가능했던 120만달러가 B사 수익으로 넘어갔다. 이 회사는 알짜배기인 삼성전자 거래를 도맡아 한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당시 문모 상무(현 전력PU장)에게 보고되는 결재서류에 효성-삼성엔지니어링 간 직접 계약서가 실수로 함께 보고됐고, 박모 팀장이 담당 사원에게 시켜 해당 계약서를 다시 빼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담당 프로젝트를 맡았던 사원은 양심의 가책으로 2개월 뒤 퇴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효성은 "악의성 제보"라며 "사실관계가 틀리다"고 반박했다. 또 "수주는 개별 특약점의 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며 "본사가 거래처에 직접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특약점이 거래처에 영업을 해 제조사인 본사에 주문을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약점은 효성 품목 이외에 경쟁사 제품도 취급한다"고 했으나, 내부 제보자는 "경쟁사는 고사하고 다른 회사 물품을 취급할 수 없도록 특약에 명시돼 있다"며 "이를 어길 시 해지 사유가 된다"고 정반대의 주장을 내놨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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