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북한과 대화하는 법
2015-08-23 11:47:56 2015-08-23 11:49:09
북한의 목함지뢰도발로 촉발된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북한의 요청으로 마련된 고위급 회담의 결과에 따라 일시적 상황 변화는 있겠지만 근본적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 군의 확성기 대북방송 재개는 실질적으로나 상징적으로 북한에 큰 위협이 된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전해온 내부 생활을 보면 비밀리에 남한 드라마와 뉴스 등을 보는 등 더 이상 북한사회에서 정보 확산은 막을 수 없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자유로운 정보 제공을 통해 ‘자스민 혁명’이 일어났고 중동의 독재정권들이 무너지지 않았는가. 궁극적으로 남한 정부가 불완전한 남북한 관계를 종식하고 하나의 국가로 가기 위한 ‘통일 프로세스’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방법이다. 특히 대화하는 방법이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통일이라는 대원칙하에 정권을 뛰어넘어 일관된 방향이 있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있거나 정부의 치부가 드러날 때 일종의 물타기 형태로 대북문제가 다루어져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오락가락한 행보를 해왔기 때문일까. 리서치앤리서치가 K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10~11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에서 ‘현재 남북관계가 10년전(2005년)과 비교하여 어떻다고 보는지’ 물어본 결과, ‘10년 전보다 더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의견이 10명 중 6명이 넘는 63.6%로 압도적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반드시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통일숙명론에 공감하는 응답은 33.9%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정상적으로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대해 시민의식이 성숙되었다는 자의적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지난 수 십 년간 변하지 않는 남북관계를 바라보며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의도적 무관심’ 비중이 더 높아진 건 아닐까. 북한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 그리고 우리 국민들에게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통일이라는 분명한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대화하는 법’은 일관되어야 한다.
 
대화의 일관성은 우선 북한에게 주는 영향이 적지 않다. 북진 통일을 이야기했던 이승만 정부이후 과거 우리 정부의 대북 메시지는 우리 국민들이 이해하기엔 들쭉날쭉 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때에는 7.4 남북공동성명과 적십자회담 등으로 통일이 가까워진 것처럼 느껴졌었지만 북한의 김신조 일당 침투와 영부인 총격 등으로 급격히 냉각되었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서도 통일방안을 내놓았지만 아웅산 테러와 KAL기 폭파 만행으로 남북한 사이는 극도로 예민해졌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으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지만 통일을 위한 선순환적 관계는 다음정권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으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취임 초 ‘통일대박’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사로잡았지만 그 열기는 북한의 호전적인 태도로 오래가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북한의 태도에 따라 남북한 관계는 ‘롤러코스터 현상(급격히 올라갔다 급격히 내려오는 모습)’을 반복했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 우리의 대응이 일희일비한다면 ‘통일’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가 전달되지 못한다.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이든 우리의 대응은 일관되어야 한다. 즉 어떤 군사적 도발도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 천명과 동시에 통일을 위한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어놓아야 한다.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행동으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북한주민들의 비정상적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 국민들의 안위를 잠재적으로 위협하는 북한을 언젠가는 ‘자유민주주의 시장체제’로 통일하겠다는 의지를 우리 국민들은 물론이거니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에 분명하게 각인시켜야 한다.
 
1990년 10월 브란덴부르크 장벽이 무너지면서 최초의 통일 독일 총리가 된 헬무트 콜의 일성은 우리를 막연한 ‘통일의 잠’에서 깨어나게 한다. ‘통일이라는 기차가 플랫폼에 와 있다. 지금 이 기차를 타지 않으면 우리는 한참동안 불신과 대결이라는 분단의 상황에 놓여있게 될 것이다. 나는 지체 없이 이 기차에 올라탈 것이다.’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 이후 서독의 대동독정책은 폐기되지 않고 계승되었다.
 
콜 총리의 전임인 슈미트 총리 역시 변함없이 승계했다. 콜 총리 이후 통일 독일의 총리였던 슈뢰더나 통일 독일의 부흥을 일구어낸 메르켈 총리에까지 그 정신은 이어지고 있다.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 대북한정책에서 승리하려면 가장 유념해야할 핵심은 흔들림 없는 일관성이다. 이것이 북한과의 대화에서 성공하는 법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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