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2인자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삼성카드와 현대카드가 전혀 다른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카드는 삼성페이와 빅데이터 등을 적극 활용하며 금융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핀테크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반면 그동안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했던 현대카드는 전통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는 유통채널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의 성적표만 놓고 보면 핀테크를 필두로 한 삼성카드가 현대카드보다 앞서고 있다. 다만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 사태로 움츠렸던 소비심리가 점차 회복되고 있는 만큼 또 다시 판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커 두 회사의 치열한 2위 전쟁이 예상된다. (편집자)
오는 2017년 업계 1위 도약을 목표로 삼고 있는 삼성카드의 무기는 '트렌드'다. 삼성페이와 빅데이터 등을 앞세워 시장에 불고 있는 핀테크 바람을 타고 날아보겠다는 계획이다.
삼성 계열사인 만큼 삼성카드는 국내 카드사 중 가장 먼저 삼성페이 베타테스트를 시작했다. 지난달 1000여명을 대상으로 삼성페이를 먼저 써볼 수 있는 베타테스트를 실시했으며, 이달 초 2차 참가자를 추가로 모집했다.
마케팅에도 빅데이터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적합한 혜택을 맞춤형으로 연결해주는 '삼성카드 링크(LINK)' 서비스를 업계에서 처음으로 상용화 하는데 성공했다.
대표상품인 '숫자카드'에도 빅데이터를 적용했다. 지난 2011년 출시한 숫자카드의 사용패턴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생활변화를 314개의 변수로 재구성했다. 이후 스마트 알고리즘으로 해당 변수를 분석해 7개의 소비성향을 규명, 숫자카드를 재구성했다. 최근 숫자카드는 누적발급량이 500만장을 돌파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사진/삼성카드
빅데이터는 지난해 초 취임한 원기찬 사장의 승부수이기도 했다. 원 사장은 취임후 8개월만에 거티렝커 등 세계적 기업에서 빅데이터 전문가로 활약한 이두석 전무를 영입하면서 관련 사업에 속도를 냈다.
원 사장 취임 초기만해도 삼성전자에서 30여년간 인사 업무를 담당해온 '인사통'이 금융회사를 이끌어갈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으만 빅데이터를 바탕으로한 숫자카드 V2의 흥행 성공으로 의구심을 씻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취임 이후가 평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4월에는 삼성 계열사의 서버가 있는 삼성SDS 과천센터에서 화재가 나 삼성카드의 홈페이지 및 모바일 접속, 온라인 쇼핑몰 결제, 앱 서비스, 카드 결제 알림문자서비스 등이 중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이후 삼성카드의 주전산 데이터는 수원 삼성SDS 전센센터로 이전됐다.
하지만 삼성카드는 작년초 있었던 롯데·국민·농협카드의 정보유출 사고의 반사이익을 얻으며 실적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카드의 매출액은 3조5218억원으로 전년보다 23.7% 늘었고, 당기순익은 6560억원으로 140.1%나 급증했다.
삼성카드는 현재 시장에서 2위 자리에 안착을 넘어 1위 도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1분기 기준 삼성카드의 점유율은 15.79%로 1위인 신한카드(20.07%)를 뒤쫓고 있다. 두 회사의 점유율 차이는 1년새 0.27%포인트 좁혀졌다.
반면 현대카드와의 격차는 더 벌렸다. 지난해 1분기 기준 3.34%포인트였던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 차이는 올해 3.62%포인트로 0.28%포인트가 더 벌어졌다.
경쟁사와 달리 은행이나 자동차(현대차-현대카드), 유통(롯데백화점-롯데카드) 같은 캡티브마켓이 없다는 점도 삼성카드의 고민거리다.
이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삼성카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다른 금융계열사와 금융 복합점포를 통한 협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신규 카드모집 5건 중 1건이 복합점포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 초 종료된 현대차와의 복합할부금융 계약도 현대차와의 2위 경쟁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카드는 지난 6월 6년만에 자체 자동차복합할부금융을 출시했는데 해당 상품이 기존 복합할부금융의 빈자리를 채워준다면 현대카드를 무리없이 따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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