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시장 상황은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본다. 현재 전세시장 상황은 매년 가을 이사철에 나타내는 수준이다. 전세 관련 대책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
2010년 9월 28일. 당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한 말입니다. 당시 전국에서는 전세난이 감지되며 불안감이 커지던 시기였죠. 그 해 1~9월 전국 평균 전셋값은 4.4% 올랐습니다. 2008년 1.7%에 그쳤던 전셋값 상승률은 2009년 3.4% 커지고, 2010년에도 전셋값이 꺾이지 않자 전세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죠.
그래도 국토부 장관은 아무 걱정할 것 없다고 시장을 안심시켰습니다. 하지만 우려했던 전세난은 현실이 됐고, 지난 6월까지 75개월 연속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죠. 역사상 이보다 긴 전셋값 상승기는 없었습니다.
2011년 5월 정 전 장관이 떠난 자리는 1차관 출신 권도엽 전 장관이 차지하게 됩니다. 취임 100일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권 장관은 이런 얘기를 합니다. "8.18전월대책 등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서민임대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런데 2011년 전국 전셋값은 12.3% 상승, 전년 7.1%보다 오름폭이 확대됐죠.
또 2012년을 맞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금년에는 지난해 12·7대책결과로 해서 생애 최초 구입자에 대한 자금도 저리로 지원을 하게 되고 수도권시장은 매매권시장이 지난해 보다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는데요. 2011년 0.4% 상승, 힘겹게 강보합세를 유지했던 수도권 아파트값은 2012년 3.9% 하락합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바뀌며 국토부 장관 자리에는 부동산학자 출신인 서승환 장관이 옵니다. 서 전 장관은 매매를 부양시켜야 전세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죠. 전세수요의 주택매입을 권장해 전체 전세수요를 줄이겠다는 복안이었죠.
시작은 좋았습니다.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주택소유주들은 환호했죠. 2012년 73만건이었던 주택매매량은 2013년 85만건으로 증가하고, 2014년에는 100만건을 돌파합니다. 올해는 역대 최고 매매량 달성이 유력한 상황인데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전셋값은 여전히 상승 중이죠. 매매가 증가하지 않았다면 더 심한 전세난이 왔을 것이라고 위로할 수 있겠지만 힘든 건 매 한가지입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를 보인 월세화가 변수였죠.
지난 3월 서 전 장관의 바통을 이어받은 유일호 현 국토부 장관. 유 장관은 여러 공식 석상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주택 공급과잉 아니고 과열이나 급락은 없다"라고. 최근 분양이 급증하고, 수백대 1의 청약경쟁률 단지가 속출하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를 불식시키려는 발언으로 풀이되는데요.
혹시 그걸 아시나요? 2008~2009년 불꺼진 아파트 사태와 역전세난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호황기 분양급증에서 시작됐죠. 참여정부 당시 연평균 분양물량은 29만가구. 현 정부 들어서는 이보다 많은 34만가구가 분양되고 있습니다. 2007년 주택보유율 99.6%. 2013년 103.0%. 인구는 갈수록 줄고. 월급은 제자리고. 뭘 걱정하지 말라는건지.
관료는 정치인이 아닙니다. 인기에 편승하는 자리가 아니죠. 국내 부동산시장을 관장하는 최상위 기관의 수장으로서 시장을 달래기 위한 달콤한 사탕같은 전망보다는 조금은 쓰지만 약이 될 수 있는 보수적 예측으로 어떤 상황이든 대비할 수 있게 해야하지 않을까요.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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