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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꼬리 잡겠다더니 결국 용두사미
리스트 인물 8명 중 2명만 기소…'봐주기' 비판
2015-07-02 16:44:51 2015-07-02 16:44:55
"용두사미로 끝내지는 않겠다. 범 꼬리라도 잡겠다." 성완종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의 한 관계자는 수사 중반에 이런 말을 했다.
 
그러나 수사 81일 만에 받아 든 성적표는 초라했다. 잔뜩 뜸을 들이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만을 불구속 기소한 것이 결과의 전부다. 리스트에 올랐던 나머지 6명은 혐의 없음 또는 공소권 없음 처리하면서 면죄부를 쥐어줬다.
 
이번 수사로 논란 속에 국무총리에 임명됐던 이 전 총리는 재임 최단 기록을 세우며 낙마했다. 홍 지사도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던 거물에서 추락했다. 하지만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키고 진실을 규명하겠다"던 특별수사팀의 목표와는 핵심을 빗겨가면서 '봐주기', '물타기' 수사란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번 사건 수사의 핵심은 지난 대선당시 불법자금 규명이었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사결과 발표에서 밝힌 것은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돈을 줬다고 지목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혐의에 대해서는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없다는 이유로 성 전 회장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나머지 대선자금 의혹에 대해서도 결국 확실한 단서를 찾지 못한 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씨를 소환 조사하고도 혐의를 밝혀내지 못하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망신주기가 아니냐는 비난까지 받았다. 기소 방침을 정한 이 전 총리와 홍 지사 외 리스트 인물 6명 중 홍 의원만 한 차례 소환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면 조사로 수사를 마친 것과 대조적인 행보를 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도를 바꾸지는 않았다.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별도의 정치자금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의원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할 방침이지만, 현재로서는 수사의 당위성도 잃은 상태다.
 
이로써 대선자금과 특별사면 등 성 전 회장과 연관된 특별수사팀의 수사가 더는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이날 결과 발표는 '중간'이 아닌 '최종'에 가까운 성격을 띠게 됐다.
 
이들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면서 검찰의 소환에 불응했으며, 특히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 초기 언급한 이른바 '가이드라인'대로 가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남기업 비리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기 직전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관계자 2명이 구속 기소된 가운데 특별수사팀이 은폐 의혹을 제기했던 '로비 장부'의 실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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