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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의 서태지, 시대감성의 빅뱅
2015-07-02 09:02:26 2015-07-02 09:02:26
빅뱅 신드롬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시작된 인기 열풍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뜨거워지고 있다.
 
빅뱅은 지난 1일 신곡 '이프 유'(If you)와 '맨정신'을 발매했다. 두 곡은 각종 음원 차트의 1, 2위에 나란히 올랐다. 이에 앞서 빅뱅은 지난 5월에는 '루저'(LOSER)와 '배배'(BAE BAE)로, 6월에는 '뱅뱅뱅'(BANG BANG BANG)과 '위 라이크 투 파티'(WE LIKE 2 PARTY)로 음원 차트를 접수했다. 각종 음원 사이트의 월간 차트 1위는 두 달 연속 빅뱅의 차지였다.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빅뱅의 압도적인 인기 행진은 90년대 가요계를 주름 잡았던 서태지와 아이들을 연상시킨다. 지난 1992년 '난 알아요'로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지금의 빅뱅처럼 가요계를 휩쓸었다. 팀의 리더를 중심으로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를 발표한다는 점과 가요계뿐만 아니라 방송, 패션계에 영향을 끼치며 '문화 아이콘'으로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두 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또 듣는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노래를 발표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점 역시 공통점이다. 하지만 두 팀이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시대정신을 노래했다. '발해를 꿈꾸며'에서는 통일에 대해 다뤘고, '교실이데아'와 '컴백홈'에서는 학교 교육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또 '시대유감'에서는 "거 자식들 되게 시끄럽게구네 그렇게 거만하기만 한 주제에. 거짓된 너의 가식 때문에 너의 얼굴 가죽은 꿈틀거리고 나이든 유식한 어른들은 예쁜 인형을 들고 거리를 헤매 다니네"와 같은 가사를 통해 사회에 대한 불만을 거침 없이 토해냈다.
 
반면 빅뱅은 시대감성을 노래한다. 모순과 오류로 가득한 사회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던 서태지와 아이들과 달리, 빅뱅은 그런 사회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의 감성을 어루만져주는 노래로 사랑을 받고 있다.
 
'루저'는 자기 자신을 루저라고 자책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너나 나나 그저 길들여진 대로 각본 속에 놀아나는 슬픈 삐에로", "언제부턴가 난 하늘보다 땅을 더 바라보게 돼. 숨쉬기조차 힘겨워. 손을 뻗지만 그 누구도 날 잡아 주질 않네"와 같은 가사가 포함돼 있다. 만만치 않은 세상살이에 지쳐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의 가사다.
 
'이프 유'에서 빅뱅은 이별에 대해 노래한다. 빅뱅은 차분하면서도 세밀한 멜로디와 슬픈 가사에 이별 이야기를 녹여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쉼표가 될 만한 노래다.
 
'맨정신'은 '이프 유'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신나는 여름 노래다. 하지만 이 노래에서도 빅뱅의 시대감성이 드러난다. 일탈을 꿈꾸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마음을 담아낸 노래다. "돈 쫓다 권력 쫓다 명예만 쫓다 가랑이가 찢어져 자빠질 테니까. 사랑 좋다 우정 좋다 말들 하지만 각오해 뒤통수가 시릴 테니까", "시간은 더럽게 안 가고 나이만 들어 죽은 듯 살아. 할 일은 더럽게 많은데 하고 싶은 건 하나도 없어"라는 가사다.
 
빅뱅은 다음달 1일에도 신곡을 공개해 신드롬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어 오는 9월에는 올 들어 발표된 신곡들을 바탕으로 새 앨범을 내놓는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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