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치로 내건 ‘창조경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호하지만, 그나마 당국이 성과의 하나로 내세우는 건 자본시장 정책이다. 특히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자금 공급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코스닥과 코넥스 시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증시에서는 코스닥 68개, 코넥스 34개 기업이 상장됐는데 올해는 상장 목표가 50% 이상 늘었을 정도로 기업유치에 적극적이다.
그런데 이런 성과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다음달 거래소 구조개혁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지난해 논란이 됐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코스닥시장 독립이 또다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코스닥 법인 독립과 지주회사 신설, 거래소와 코스닥을 모·자회사 체제로 만드는 방안 등을 놓고 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코스닥시장을 한국거래소에서 다시 떼어내는 방안은 현 정부가 강조하는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을 근거로 하고 있다. 코스닥이 거래소에 묶여 있으면 규제가 많아 벤처기업 상장과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스닥의 독자 생존 가능성, 개인투자자 피해 우려 등을 감안하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코스닥시장은 지난 2005년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가 합병된 한국거래소가 출범하면서 거래소와 한 식구가 됐다. 하지만 코스닥은 지난해 4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을 정도로 여전히 독자 생존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동안 거래수수료율이 크게 인하되면서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지만 인력이나 인프라에 들어가는 비용은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코스닥이 독립될 경우 수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고 개인투자자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코스닥은 모험자본 만을 위한 시장이 아니다. 독립 운영과 함께 상장기준 완화로 시장이 혼탁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의 몫이다.
일각에서는 코스닥이 창조경제의 들러리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코스닥에 상장하는 기업 수가 늘어나면서 정책이 효과를 내는 것처럼 보이자 당국이 정책의 성과를 과대 포장하기 위해 과욕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코스닥이 거래소와 같이 있으면 당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는데다 창조경제의 성과로 치장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니지만,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욕심 때문에 멀쩡한 시장을 망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안그래도 코스닥 신용잔고가 사상 최고에 달하면서 과열 우려가 적지 않은데, 풍선을 바늘로 찌르는 결과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정경진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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