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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불려온 이완구 전 총리…'결백'과 '위태로움' 사이
2015-05-14 22:08:37 2015-05-14 22:08:37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우선 제 말좀 할게요."
 
'목숨까지 내놓겠다'며 결백을 자신하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말이다. 힘은 있었지만 묘하게 쓸쓸하게 들렸다.
 
14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명 가운데 이 전 총리가 '2번'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이날 오전 9시55분경 은색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출석한 그는 250여명의 취재진 앞에 섰다. 지난 8일 어색한 미소로 긴장감을 감추려 했던 '1번' 소환자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다르게 이 전 총리는 담담했다.
 
포토라인에 서자 수많은 취재진이 이 전 총리를 둘러쌌다. 그는 의혹을 받고 사퇴한 데 대한 사과의 말부터 전했다. 이어 "이 세상에 진실을 이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취재진의 질문공세에도 아랑곳없이 그는 자신의 말을 전했다.
 
말을 마치고 8~10미터 떨어진 청사 정문으로 향했다. "우선 제 말 좀 하겠다"며 우직하게 시작했지만 결국 "받은 적 없다"는 말은 없었다. 홍 지사와 마찬가지로 검찰 조사에서 혐의가 풀리길 기대하고 조사가 끝나면 입장을 밝히겠다는 그 흔한 말이 전부였다. "목숨까지 내놓겠다"던 그였지만 돌아선 뒷모습은 검찰에 소환된 여느 정치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이날 검찰에 소환된 이 전 총리의 모습에서 그의 자서전 중 한 대목이 보였다. 그는 지난 2011년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란 자서전을 내고 "정치인은 유권자인 주위 인사가 청탁을 해 오면 그 문제에 대해 알아보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고 썼다. 이어 "그러다 잘못하면 무슨무슨 게이트로 비화될 위험도 있다. 정치인은 그래서 외로운 자리이고 쓸쓸하게 사라질 존재다"며 비리 연루에 쉽게 휘말릴 수 있는 정치인의 위태로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증거가 나오면 목숨까지 내놓겠다"던 그였기에 이날 아침 그의 말과 모습에서 결백보다는 위태로움이 보였다.
 
이 전 총리는 오전 10시경 서울고검 12층 1208호 조사실에 도착해 문무일 특수팀장(검사장)과 10여분 동안 티타임을 가진 후 오전 10시16분부터 인정신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조사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 조서 상에는 이 전 총리의 신분이 피의자로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리를 상대로 한 피의자신문은 특수통으로 알려진 주영환 부장검사가 맡았고, 부부장검사 1명과 참여계장 1명이 참석했다. 주 부장검사는 이 전 총리를 상대로 금품을 받은 정황과 함께 측근을 회유하려 했다는 정황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조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 전 총리가 많은 말을 할 수 있도록 답변 기회를 충분히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자신의 변호사와 검찰 측에서 제공한 식사를 13층 별도의 장소에서 했다. 그는 설렁탕을 원했지만 배달이 여의치 않아 도시락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전 총리는 이번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말 바꾸기 등의 논란을 일으키면서 지난달 27일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 자택에서 검찰 조사를 준비해왔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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