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스트리. 화학 반응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가 최근에는 두 사람 사이의 찰떡 호흡을 이르는 말이 됐습니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 간의 어울림을 주로 지칭하는데요, 이성 사이 못지않게 '케미'가 필요한 곳이 바로 직장입니다.
같은 일을 해도 '쿵짝'이 잘 맞아야 업무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 취업정보사이트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80%가 넘는 직장인들이 직장 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즐거운 직장을 만들기 위한 리더십에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는 배경입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뛰어난 리더의 자질로 '소통 능력'을 꼽습니다. 소통을 자주 해야 서로가 원하는 바를 잘 파악할 수 있고, 이렇게 다져진 '케미'로 일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짧게 자주 만나라"…5분 모니터링 '주목'
엔젤투자자이자 스타트업 멘토로 유명한 마틴 즈윌링 스타트업프로페셔널 최고경영자(CEO)는 팀원과의 효과적인 소통 방법으로 '5분 모니터링'을 제안합니다. 의미없는 한 시간 동안의 회의보다 단 5분이라도 자주 만나며 조직원의 역할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5분 모니터링의 핵심은 리더가 대부분의 의사 결정권을 갖는 전통적인 회의 방식에서 벗어나 조직원 개인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주자는 것인데요, 회의의 목적과 가치를 분명히 전달하고 방향성을 간결히 제시하면 된다고 그는 설명합니다.
즈윌링 대표는 성공적인 5분 모니터링의 주의사항도 잊지 않았습니다. 조직원에게 많은 결정권을 주되, 리더로서의 모습을 숨겨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조직원의 자율성을 늘려주지만 그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효과적으로 팀을 이끌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조심해야 할 점은 소통이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주라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업무 연계성이 크지 않은 잡담은 되레 일을 망치는 장애물입니다. 업무와 관련이 있는 주제에 한해서만 긍정적인 피드백을 줘야 하는데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피드백은 가급적이면 빨리 건설적인 내용을 담아 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회의가 끝나고 개인적으로 의견을 전달하기 보다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 좋은데요, 만약 부정적인 피드백을 해야 한다면 긍정적인 면을 먼저 부각시키는 것을 명심해 주세요. 개인적인 신상에 대한 공격은 물론 금물입니다.
◇전문가들은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소통'을 꼽는다. 프란치스코 1세 교황은 소통의 리더십으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사진=로이터통신)
◇목표는 분명히, 칭찬은 후하게
조직원들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올바른 소통의 한 방법입니다. 선장이 목적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배가 좌초되는 것처럼 리더가 조직원과 목표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으면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작부터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돌발 변수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정을 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중앙정보국에서 30여년 간 군사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던 티모시 킬번은 "리더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은 소통과 투명성"이라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정확히 조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직원들이 개인의 역량에 따라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일을 배분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리더의 기본 업무이며, 계획대로 완성한 일에 대해서는 반드시 노고를 치하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후쿠다 마티 N2퍼블리싱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리더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원칙들을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조직원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 주라는 것입니다. 살아오며 만났던 유능한 리더들을 닮아가도록 끊임없이 노력해 후배들에게도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얘기인데, 이렇게 쌓인 존경심은 개인은 물론 회사의 성장도 도울 수 있는 동력이 된다고 그는 조언합니다.
후쿠다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록 초심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며 "조직원과 조직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조직원 스스로가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는 리더가 앞장서야 한다고 재차 강조합니다.
◇이기적이고 책임감 없는 리더는 'NO'
바람직한 리더가 되기 위해 지켜야 할 것도 많지만 이것만은 반드시 피해야 할 행동도 있습니다. 타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태도가 그것입니다.
히더 허만 컴리코멘디드 대표는 "동료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은 리더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며 "타인의 도움에 관심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스스로의 능력 만으로 뛰어난 성과를 냈던 사람일 수록 리더가 된 후 이 같은 문제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고 그는 덧붙입니다.
이 같은 유형의 사람이 리더가 됐다는 사실에 안주하고 더 이상 자기계발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그보다 나쁠 순 없습니다.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록 새로운 것에 대한 열린 마음과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는 필수 덕목입니다.
허만 대표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쉽게 들쳐내는 사람도 리더로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누군가의 실수로 프로젝트가 잘못 진행되고 있다면 긍정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리더이지,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겁니다.
'좋은 조직을 넘어 위대한 조직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가 주창한 '창문과 거울' 원칙에서도 이를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일이 잘 될 때는 창문 밖을 내다보며 자기 자신 외의 요인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일이 잘 안될 때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고 운이 나쁜 것을 탓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잘 될 때 거울을 보고 안될 때 창문을 보는 어리석은 행동은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일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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