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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후, 여전히 제자리
오늘 부는 바람은
2015-04-17 16:10:00 2015-04-17 17:49:00
잃은 것에 대한 기억은 ‘쓰라리기’ 마련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잃고, 되찾거나 영영 찾지 못한다. 물건을 잃고, 인연을 잃고, 생명까지도 잃는다. 잃어버린 직후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잠시 멍하다. 처음엔 남 탓, 상황 탓을 하다가 그 다음엔 내 탓이다. 조금만 더 주의할 걸, 조금 더 신경 쓸걸, 자책한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열심히 찾는 수밖에 없다. 찾거나 못 찾거나 시간은 흐른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그것들을 모두 기억하고 살기엔 삶이 너무 치열하기에 우리는 서서히 그것들을 잊고 살아간다. 그러나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 날 그 때의 상황과 감정이 고스란히 기억 속에 남아, 시간의 흐름마저 무색하게 만든다.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슬프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나른한 오후에 느린 걸음으로 수업에 가는 길이었다. 알록달록 포스터,홍보지들이 붙어 있는 버스 정류장 한 가운데에 눈에 띄게 커다란 대자보가 있었다. 수업까지는 여유가 있어 잠시 서서 읽기로 했다.
 
◇‘세월호 희생자 형제자매들이 세상의 모든 형제자매들에게’(사진=바람아시아)
  
언니라고 했다. 자신을 그 아이의 언니라고 소개한 그녀는 아직도 그 날, 그 아이의 목소리 숨소리까지 생생하다고 했다. 당연히 돌아와 즐거웠던 기억을 재잘거리며 자랑할거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버텼지만 돌아오지 못했다.
 
3월 28일, 특별법 시행령이 입법예고 되었다. 그녀는 정부가 내놓은 이 안이 독립기구인 특별조사 위원회를 공무원으로 장악해 진상규명을 완전히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위원회와 참사 희생자•실종자 유가족 측에선 이 시행령 안(案)에 "특조위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진상규명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그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또 유가족들은 세월호 선체 인양이 마무리될 때까지 정부의 피해 배•보상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 1 기사 발췌.)
 
1년이 지났다. 1년 내내 전국 곳곳이 노란빛으로 물들었고, 안산의 거리엔 학생들의 행렬이 이어졌으며, 부모들은 거리에 나서서 자리를 지켰다. 수많은 외침, 수많은 행동들이 있었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제자리걸음이다.답답하고 막막한 마음에 울어도 보고, 굶어도 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시선들. 차갑게 식은 관심이었다.
 
한없이 여리고 아름다웠을, 아직 꽃봉오리조차 미처 다 맺지 못한 꽃들이었을 것이다. 그토록 귀했던 그들을 가족들은 여전히 그리워한다. 날이 변해도, 해가 변해도 그리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잊혀지지도 않고 잊고싶어하지도 않을 그 사람들에게 세상은 ‘이제 좀 그만하라.’고 한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쉬이 들었더라면 진작에 접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저히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 말하는 그들은, 오늘도 그 아이 보고 싶은 마음이 사무친다는 그들은 멈출 수가 없다. 그래서 그렇게 여전히,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나 보다.
 
 
문혜현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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