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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다발 비리수사..朴정부에는 '약(藥)' 검찰에겐 '독(毒)'
대통령·국무총리 앞다퉈 '부패와의 전쟁' 선언
칼빼든 檢 '수사보안·화력분산' 우려 전전긍긍
2015-03-18 18:23:58 2015-03-18 19:23:59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김진태 검찰총장.ⓒNews1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재계가 검찰수사에 연일 난타를 당하고 있다. 지난 13일 포스코건설이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전격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기업 잔혹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주말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대기업과 회장들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동부그룹의 김준기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회사 직원들의 월급을 부풀려 지급한 뒤 차액을 현금으로 되돌려 받아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이 비자금이 자녀들을 위한 경영권 승계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7일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에 협력한 혐의로 흥우산업 등 협력사 3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18일에는 MB정부 시절 자원외교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경남기업과 한국석유공사를 거의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경남기업은 2010년 마다카스카르의 니켈광산 사업과 아제르바이잔 석유탐사사업 등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한국석유공사는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 인수 등에서 각각 특혜나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에는 SK건설에 대한 담합수사도 시작했다. 이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과태료 처분으로 종결한 사건이지만,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 행사로 검찰이 사건을 가져왔다. 지난 13일에는 신세계가 비자금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오른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같은 일련의 검찰 수사는 대부분 전 정부와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폭발력이 크다.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은 MB정부 당시 실세들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차관과 천신일 세중나모회장 등이 뒤를 봐줬다는 의혹을 취임 당시부터 현재까지 달고 있다. 베트남법인 임원들의 비자금 조성 시기도 그가 포스코건설 사장이었을 당시와 일치한다. 때문에 그 비자금이 MB정부나 그 실세들에게 흘러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잠재적으로는 박 전 차관이 속해있던 '영포라인' 역시 검찰 수사대상에 포함된다.
 
경남기업과 한국석유공사로 본격화된 해외 자원개발 비리의혹 수사는 MB정부 인사들이 사실상 직접적인 타깃이다. 이 전 대통령이 스스로 큰 성과로 자평하고 있는 자원외교에서 비롯된 사건인 만큼 기업비리로 시작된 이번 수사의 종착역이 결국 MB정부일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비리사건' 수사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2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데 이어 전날에는 박 대통령까지 나섰다. 그는 국무회의에서 "부패청산은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말고 국민과 나라 경제를 위해 사명감으로 반드시 해주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검찰을 독려했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같은 날 대검찰청 간부회의에서 "부정부패 척결은 검찰본연의 사명이자 검찰의 존립근거"라며 엄정수사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수사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검찰로서는 내심 부담을 느끼고 있음이 역력하다. 대검 중수부가 살아있던 지난 2012년 발생한 '파이시티 비리' 사건에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큰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박 전 차관 등을 구속기소해 실형을 받아냈지만 '영포라인'을 비롯한 배후는 밝혀내지 못했다.
 
포스코 역시 포항을 연고로 한 영포라인과의 연관성 때문에 당시 수사를 받았지만 성과가 없었다.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찰 인사도 "포스코와 MB정부 인사를 잇는 연결고리를 찾기가 핵심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수사 방식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최강화력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같은 대형비리사건을 한 번에 몰고 가는 것은 역시 부담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보안이 새어나갈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고 검찰 수뇌부와 법무부까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 검찰은 이 외에도 '방위사업 비리사건', '리퍼트 피습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처리 중이다. 
 
반면, 박 대통령과 이 총리는 대대적인 이번 수사로 오랜만에 얼굴을 펴고 있다. 박 대통령은 '리퍼트 피습'사건 이후 지지율이 상승세고 이 총리는 최근 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이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앞섰다.
 
법조인 출신의 한 정치권 인사는 "매 정부마다 국면전환이 필요한 때에는 공교롭게도 기업 또는 권력비리 사건 수사가 있었다"며 "우연이겠지만 이번은 시점이 참 절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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