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유동성 환수? "아직은.."
2009-04-18 10:19:00 2009-04-18 10:19:00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나 홀로' 급등하면서 과잉유동성이 `주범'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기 회복의 기대감을 반영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지만, 또 다른 거품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당국이 유동성을 환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자금난과 신용경색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유동성 환수 기조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통화 당국도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 유동성 경계론 `솔솔'
단기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에는 전문가들도 크게 이견이 없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예금으로 구성된 협의통화(M1)는 2월 중 전년 동월 대비 9.8% 늘었다. 이는 2006년 12월의 10.4%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M1 증가율은 작년 8-9월 2%대 초반에 머물렀으나 당국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기 시작한 작년 10월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루짜리 콜금리는 기준금리(2.0%)보다 낮은 1.7~1.8% 선에 머물고 있다. 금리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초단기 자금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수시입출금식 예금과 저축예금, 머니마켓펀드, 단기채권형 펀드, 요구불 예금, 은행 시장성 수신,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와 고객예탁금 등 만기가 1년 미만인 자금은 80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주가가 오르고 부동산이 국지적으로 과열된 데에도 이같은 막대한 유동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800조 원은 분명 과잉유동성"이라고 진단했고,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막대한 규모의 정책자금이 새로운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음을 경고했다.

임지원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자산가격이 급등하면 저금리를 유지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된다"며 "경제 여건에 비해 자산가격이 너무 오르면서 당국이 주의를 갖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 유동성 환수한다?
이에 따라 통화 당국이 시중에 공급한 막대한 자금을 환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은은 시중에 공급했던 자금에 대해 만기가 돌아오면 그대로 회수하고 있다.
 
1월 13일 증권사와 증권금융을 통해 공급한 1조 원은 지난 14일이 만기였지만 다시 공급하지 않고 회수했다. 2월 6일 증권사 등에 지원한 9천억 원도 `연장' 없이 14일간 공급했다.

금융위기 이후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으로 14~91일간 자금을 공급한 뒤 만기가 돌아오면 비슷한 규모의 자금을 다시 지원함으로써 유동성 공급분을 유지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10일에는 3조 원 규모의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단기자금 3조 원을 회수했다.

국회 차원에서 한은이 시중 금융사로부터 국고채 등을 빌려 통화량을 조절하는 증권대차제도를 추진하는 것도 앞으로 유동성 환수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을 유동성 환수 기조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종전처럼 유동성을 공격적으로 공급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유동성을 긴축한다고 보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은의 통화정책과 별도로 정부의 재정지출이 유동성을 꾸준히 증가시킨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은 관계자는 "콜금리와 기준금리의 격차가 과도하게 벌어져 이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단기 유동성을 거둬들인 것"이라며 "금융 긴축기조로 선회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관건은 경기회복 시점"
그동안 공급한 통화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 환수는 제기될 수밖에 없는 논란이다. 문제는 시점이고, 이는 경기 흐름과 연결된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버냉키 의장도 막대한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언급하면서도 `경기 회복'이나 `금융위기 진정' 등을 전제로 뒀다.

임지원 연구원은 "유동성 환수를 말하려면 금리 인상이 뒤따라야 하고 이는 세계 경기가 확실하게 살아나야만 가능하다"며 "이번 경기 침체에서 `V자형'으로 급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이어서 당국이 단기 자금을 `미세조정'할 수는 있겠지만 `환수'는 아주 오랫동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현욱 연구위원은 "경기가 조금씩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지난 6개월간 벌여놓은 각종 과감한 조치들을 어떻게 수습할지 고민을 시작할 단계"라며 "하지만 이를 집행할 단계는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유동성이 생산 활동으로 연결되도록 길을 열어주는 방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부채를 조정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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