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검찰 '정윤회 문체부 인사개입 의혹' 수사 난망
靑 인사개입 부인..수사 사실상 불가
'위계 공무집행 방해'도 입증 어려워
2015-01-09 17:41:28 2015-01-09 17:41:28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정윤회 문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이제 관심은 정윤회씨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개입 의혹으로 쏠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달 7일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한 6가지 의혹에 대해 검찰에 정씨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을 고발 및 수사의뢰 했다.
 
6가지 의혹은 '정윤회 문건' 내용과 관련한 3건의 수사의뢰 외에도 ▲정씨와 이 비서관의 문체부 인사개입설(직권남용 등) 고발 ▲이재만 비서관의 김진선 평창조직위원장 사퇴 개입(직권남용) 수사의뢰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청와대 파견 경찰관 인사 개입(직권남용) 고발 건 등이 있다.
 
정씨는 그러나 지난달 16일 새정치연합의 고발 및 수사의뢰 내용이 전부 허위라며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이 중 핵심은 정씨가 지난 2013년 문체부 승마협회 특별감사 담당이었던 노모 국장과 전모 과장의 경질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정씨는 지난달 10일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9월 '인사개입설' 속의 인사조치 당사자인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을 소환 조사했다. 이들은 정씨가 '박지만 미행설' 등 국정개입설을 보도했던 <시사저널>을 같은 해 7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의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두 사람은 검찰 조사에서 "외압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에 대한 조사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추가 소환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정윤횠가 지난달 11일 새벽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빠져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News1
 
새정치연합이 문체부 인사개입설과 관련해 정씨를 고발한 혐의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다. 여기서 말하는 위계(僞計)의 사전적 의미는 "거짓으로 계략을 꾸밈. 또는 그러한 계략"을 말한다.
 
서울지역에서 근무하는 A판사는 위계에 대해 "뭔가 거짓된 것을 말한다. 남을 속이는 '기망(欺罔)'과 비슷하다. 즉, 상대방의 오인이나 착각을 이용하거나 유발하도록 하는 걸 위계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검찰이 정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정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무엇인가로 속였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상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한 법조인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는 경우는 예를 들어 국가공인시 대리시험을 쳤을 경우다. 다른 사람의 신분을 자신인 것처럼 속인 게 문제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정씨의 인사개입설을 보면, 떠오르는 위계가 없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가 인사개입설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조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검찰의 고민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4일 <한겨레>가 '인사개입설 의혹'을 보도하고, 다음날인 5일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보도 내용 중 '박 대통령의 직접 지시' 부분을 인정하자,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당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을 정리하면 '체육계 적폐 해소가 지지부진한 이유가 인사 조치된 문체부 국·과장이라는 보고를 박 대통령이 받았고, 이후 유 전 장관에게 적극적 적폐 제거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을 조사한다고 해도,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진전을 보긴 어려운 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사진=뉴스토마토)
 
이와 관련해 앞서 지난달 3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5월 문체부는 청와대의 지시로 승마협회를 조사했다. 문체부는 이후 정윤회씨 측과 반대 측 모두 다 문제가 많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같은 해 8월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과 독대한 자리에서 문체부의 승마협회 조사를 담당한 노모 국장과 진모 과장의 이름을 언급하며 인사 조처를 요구했다.
 
청와대와 유 전 장관 모두 박 대통령이 직접 인사조치를 요구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유 전 장관은 지난달 5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도 유 전 장관 인터뷰 보도 당일,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이를 인정했다. 다만 청와대는 "체육계 비리 척결에도 진척이 없어 적폐 해소 과정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라며 해명했다.
 
이 같은 의혹이 처음 공개적으로 언급된 것은 지난해 4월이었다.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의혹을 제기한 것.
 
그는 "정씨 딸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특혜 의혹이 있다. 승마계에선 보이지 않는 검은손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승마협회 살생부가 2013년 5월 작성돼 청와대에 전달됐다. (문체부는) 청와대 지시로 체육단체 특별감사를 추진했다"며 "살생부에 오른 인사들에게 사퇴 종용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지난달 새정치연합의 고발 이후에도 문체부 수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 시까지 "수사예정"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정윤회 문건'과 '문건 유출'로 투트랙 수사를 진행하다보니 여력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검찰 관계자는 중간수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통상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