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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KDN, 전순옥 의원 등 4명에 '입법로비' 의혹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 위해 '쪼개기 후원' 혐의
전순옥 "입법취지 어긋나 개정안 발의한 것..정치 탄압"
2014-11-18 15:32:32 2014-11-18 15:32:34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경찰이 한전KDN의 입법로비 혐의를 확인하고 국회의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사자로 지목된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은 "정치 탄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8일 한전KDN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을 위해 직원 명의의 '쪼개기' 후원을 통해 입법로비를 한 정황을 확보하고, 이들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한전KDN 임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아울러 한전KDN 측으로부터 각각 995만~1816만원씩의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여야 의원 4명과 해당 의원들의 보좌진을 다음 주부터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여야 의원 4명 중 두 차례에 걸쳐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전순옥 의원을 주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입건을 자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의원 3명에 대해선 "로비 의혹에 대해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1월 국회에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발의되자 한전KDN은 김 모 본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소프트웨어사업대처팀(사업대처팀)'을 발족했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은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공공발주 소프트웨어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한국전력공사가 100% 출자해 만든 한전KDN은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한전과 그 자회사인 발전회사들로부터 사업 수주를 받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한전KDN 사업대처팀은 같은 달에 전 의원 등 국회의원 4명을 선정해 이들에게 후원금을 단체로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김 본부장 등 사업대처팀이 이후 11월 하순부터 전순옥 의원실을 수차례 방문하고, 참여제한 대상기관에 공공기관을 제외하도록 돼 있는 법률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한전KDN은 같은 해 12월 중순 소속 직원 491명이 1인당 10만원씩 후원하는 이른바 '쪼개기' 방식으로 의원들에게 995만~1280만원을 후원하고, 지난해 8월에는 입법을 주도한 전 의원에게 같은 수법으로 536만원을 추가 후원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또 한전KDN측이 후원 내역을 서류로 정리해 전 의원실에 건넸다고 밝혔다.
 
경찰은 한전KDN 임원들이 전 의원실을 방문했다는 한전KDN 직원의 진술을 확보했으나 해당 임원들은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전 의원은 지난해 2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적용대상에서 공공기관을 제외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 제안이유를 보면 '특수한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공기업에 대해서는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적시돼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한전KDN은 지난해 6월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책 300권을 구입하고, 책값으로 900만원을 지불하고 출판기념회 이후 개정안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가결됐다. 이후 개정안은 미방위 전체회의와 법사위를 잇달아 통과한 뒤, 지난해 12월19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찰은 국회의원 및 보좌진 등에 대해선 아직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지만 의원들의 입법로비 혐의에 대해선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전KDN의 주요 임원들에 대해서는 입법로비를 시도한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상태로,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 대표 발의자인 전 의원은 경찰 발표 후 즉각 성명을 내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경찰 수사는 정치적 탄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전 의원은 개정안 발의 이유에 대해 "공공기관의 공공부문 발주 사업 참여가 배제돼 공공기관이 민영화 되는 상황을 막아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대한 근거로 국회 논의 당시 미방위 수석전문위원이 '민간 중소소프트웨어 사업자의 참여가 쉽지 않아 오히려 외국계 대기업들의 수주하게 되는 등 법 취지에 어긋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검토 보고서를 작성한 점을 제시했다.
 
또 개정안이 '산업통상자원위 피감기관 노조들과의 간담회에서 들은 정책 현안을 검토해 발의한 여러 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당시 노조들과의 토론 내용은 지난해 2월 자료집으로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이와 함께 자신이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의 정부 업무조정으로 해당 법안의 담당 상임위가 변경됐다며 "(산업통상자원위 소속인 저와는 무관하게) 법 발의 후 법안 상정이나 법안 심사 등은 모두 미방위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전 의원은 "법 발의 과정에서 한전KDN으로부터 어떠한 로비도 받은 바 없다"며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에 대해 입법로비라고 규정하는 것은 국회 입법권에 대한 침해이자 정치적 탄압이다.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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