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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이상의 이란전, 전력 다해 뛰어 넘는다
2014-11-17 16:19:58 2014-11-17 16:26:04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축구대표팀의 이란전 승부는 평가전이든 공식 대회든 상관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꼭 이겨야 하는 경기가 됐다. 어느새 한일전 못지않은 치열한 경기가 됐다.
 
대표팀은 오는 18일 밤(이하 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이란과 평가전을 치른다. 지난 9월 축구대표팀에 부임한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의 네 번째 평가전이지만 이미 분위기는 '자존심 대결'로 커졌다.
 
이란 테헤란에서 훈련에 한창인 대표팀은 17일 오후 훈련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후 첫 비공개 훈련을 진행하며 '철통보안'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란전이 단순한 평가전 이상의 경기라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6월 '주먹 감자' 사건을 일으킨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사진캡쳐=SBS 중계화면)
 
아시아 대부분 국가는 한국팀을 강팀으로 분류하지만 이란만큼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란의 시각에서 보면 충분히 그럴만하다. 상대 전적에서 대표팀은 이란에 9승7무11패로 뒤져있다. 대표팀은 1974년 0-2 패배를 시작으로 40년 동안 이란 원정에서 이기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에서도 이란은 51위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다. 반면 한국은 네 번째인 66위에 머물러 있다. 특히 이번 맞대결이 열릴 아자디스타디움에서 대표팀은 아직 1승도 올리지 못했다. 통산 전적은 2무3패로 완벽히 열세다.
 
가장 최근엔 '주먹 감자' 사건이 대표팀과 이란의 관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지난해 6월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대표팀은 이란에 0-1로 졌다.
 
안방에서 이란에 진 것도 억울한데 경기 직후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 벤치를 향해 악수가 아닌 '주먹 감자'를 날렸다. 당시 대표팀을 이끈 최강희 감독과 코치진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팬들과 여론은 들끓었다. 여전히 이란은 케이로스 감독이 지휘한다.
 
이란과의 악연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1996년 아시안컵 8강전이다. 당시 대표팀은 이란에 2-6으로 지면서 아시아 최강이라는 자부심이 크게 무너졌다. 아시아 국가 중 월드컵에 가장 자주 나가는 국가가 한국이었는데 이란에 크게 진 것이다.
 
새벽에 열린 이 경기는 아침을 시작하는 국민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소식으로 전해졌다. 스포츠 신문 1면과 TV·라디오 방송 뉴스는 어쩌다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분석하기에 바빴다. 반대로 이란 국민들에게 이날 경기는 자랑스러운 추억이 됐다.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 ⓒNews1
 
슈틸리케 감독도 이러한 '악연'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출국 전 인터뷰에서 "한국이 이란전에서 어떤 성적을 냈는지 알고 있다"며 "이번에 갚아줄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란전을 바라보는 축구 전문가들도 평가전에 앞서 결과를 놓칠 수 없다는 의견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이란전은 최상의 선수 구성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아시안컵으로 가기 전 최종 모의고사 성격이 강하다"며 "이번이 슈틸리케호의 네 번째 평가전인데 뭔가 정리하는 맛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김태륭 KBS 해설위원도 "이란전은 요르단전과 달리 최상의 전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원정이라 이기기 쉽지는 않겠지만 현시점에서 대표팀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강팀인 만큼 지난 요르단전에서 엿보인 중앙 수비의 불안함을 걱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준희 위원은 "중앙 수비는 신태용 코치부터 꼽아온 후보군이 있다. 기본적으로 홍정호와 김영권에 곽태휘, 김주영 등이 있고 장현수도 있다"면서 "다만 홍정호와 김영권 조합은 다소 성향이 비슷한 부분이 있어 역할 분담이 안 되는 모습이다. 결국 어떤 조합을 잘 찾느냐가 관건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어 "상대도 아시안컵 4강 수준의 이란이기 때문에 수비, 공격, 골키퍼 같은 어느 특정 부분이 아닌 전체를 지켜봐야 할 경기"라고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김태륭 위원은 "중앙 수비는 일단 아시안컵까지는 지금과 같이 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판을 받고 있긴 해도 기본적으로 실력이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사실 지난 브라질월드컵 당시 대표팀은 '플랜 B'가 없었다. 하지만 슈틸리케호는 결과를 떠나 지금까지 평가전에서 나름의 컨셉이 있었다"며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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