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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은행권, 구조조정 겪나..9개 은행 도마 위
9개 은행 자금 부족분 97억유로..EU "6~9개월 안에 충당해야"
2014-11-04 14:36:09 2014-11-04 14:36:09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이탈리아 은행들이 위기 관리 능력을 평가하는 스트레스테스트에 무더기로 탈락하면서 구조조정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3일(현지시간) CNBC는 이탈리아 은행권이 자금 부족분을 스스로 충당하지 못해 유럽연합(EU)이 수혈해주는 돈을 받는 대가로 구조조정을 하게 생겼다고 보도했다.
 
ECB의 스트레스테스트에 낙오된 13대 유럽 은행 중 9곳이 이탈리아에서 나와 금융권의 근심이 깊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몬테 데이 파스치 은행(BMPS) 등 9개 은행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권고에 따라 97억유로에 달하는 자금 부족분을 6~9개월 동안 다 메꿔야 한다.
 
탈락 명단에는 까리제은행, 포로라레 디 밀라노, 비첸자은행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의 자금 부족분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문제는 1472년에 설립돼 지금까지 살아남은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은행인 BMPS다. 이 은행은 홀로 21억유로의 자금을 기한 내에 채워야 한다.
 
◇몬테 데이 파스치 은행 본사 입구 (사진=로이터통신)
 
그러나 이 회사가 자본 부족분을 다 채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탈리안 정부의 공금이 투입되지 않는 한 BMPS가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BMPS가 자금 동원에 실패하면 ECB가 제공하는 자금을 급한 대로 동원할 수 있겠지만 대신에 강력한 구조조정 또한 감내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대출이 줄어들고, 급기야는 경제 성장률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니퍼 맥권 캐피털 이코노믹스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2011년 스페인이 연상될 정도로 이탈리아 은행들의 자금 부족 상태는 매우 심각한 편"이라며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좋지 않아 공공재정을 둘러싼 위기감이 커지고 은행 대출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스트레스테스트에서 많은 낙오 은행을 배출했던 스페인은 EU로 부터 10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은 바 있다. 이 때 돈을 받는 대가로 시작된 구조조정은 지금까지 남아 스페인 은행들을 괴롭히고 있다.
 
한편, 일각에선 이탈리아 은행권이 어떻게든 부족한 자금을 채우기만 하면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야쿱 리히와 다이와캐피탈마켓 애널리스트는 "만약 가장 재무구조가 약한 이탈리아 은행이 자본금을 확보하는데 성공하면, 이탈리아 은행 전체의 자신감은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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