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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3년전으로 회귀..다시 '반도체'(종합)
메모리 영업익 3조원 추정..전사 영업익 75% 비중
2014-10-30 14:34:18 2014-10-30 14:34:18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4년래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3년간 '갤럭시의 힘'을 과시하며 매 분기마다 고공행진을 이어왔지만 스마트폰 수익성이 급격히 추락하면서 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에 턱걸이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반면 메모리 사업부는 3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체 영업이익에서 75%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전자(005930)는 30일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47조4473억원, 영업이익 4조605억원을 기록했다고 확정 실적을 내놨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9%, 영업이익은 44% 가량 감소했다. 영업이익 1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던 지난해 3분기에 비해서는 매출은 19.7%, 영업이익은 60% 가량 급감했다. 정확히 1년 만에 상황은 반전됐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스토마토)
 
◇부품(DS), 완제품(DMC) 역전..뒤바뀐 주력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완제품(DMC) 사업과 부품(DS) 사업의 희비가 엇갈렸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을 통해 총 2조3300억원의 수익을 거둔 반면 완제품 사업에서는 1조8000억원에 그쳤다. 부품 사업이 완제품 사업보다 더 높은 이익을 기록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과거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이자 캐시카우는 단연 메모리 반도체였다.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반도체 부문은 분기마다 2~3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이며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부문보다 3배~4배 높은 수준의 비중을 차지했다. 반도체 지수에 따라 주가가 일희일비하던 반도체 기업이었다.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IM부문의 영업이익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2011년 3분기부터 매 분기 영업이익 2조원을 넘나들던 IM 부문은 2012년에 접어들며 4조원대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했고 지난해 3분기 6조7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이번 3분기에는 1조원대의 영업이익으로 다시 4년전으로 회귀하게 됐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스마트폰 사업 경쟁 심화와 CE 사업의 계절적 수요 약세 영향이 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의 경우 애플이 여전히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견고함을 유지한 반면 삼성의 갤럭시는 크게 힘이 떨어졌다. 여기에다 중국의 샤오미, 화웨이 등이 신흥국에서 중저가 시장을 휩쓸며 삼성이 설 자리는 좁아졌다.  이로 인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평균판매단가(ASP) 또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소비자가전(CE) 부문 역시 삼성전자의 간판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주력인 TV의 경우 월드컵 특수 이후 상대적으로 판매가 둔화되면서 실적이 감소했고, 생활가전도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판매가 줄어들었다. 특히 에어컨 성수기마저 조기에 종료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실적이 크게 감소했다.
 
반도체 부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시스템LSI 사업부 역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애플과의 소송 이후 파운드리 물량이 끊기며 가동률이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의 사업부별 실적이 공개되지 않아 적자 규모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최저 5000~70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액정표시장치(LCD) 판매 호조가 이어졌지만 캐시카우인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판매 약세로 실적이 감소했다. 전분기는 물론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줄었지만 그나마 적자전환에 대한 시장 우려와는 달리 6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불투명한 4분기.."스마트폰 사업은 더 어렵다"
 
4분기 역시 장담하기 힘들다. 실적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무선사업부(IM) 부문에서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연말 성수기에 스마트폰, 태블릿 수요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업체간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4, 갤럭시노트엣지 등 전략 신제품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아이폰6가 출시와 함께 프리미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우려는 더 깊어졌다. 또 보급형 갤럭시 라인업이 중국 화웨이나 샤오미 등의 저가 공세를 얼마나 막아낼 지도 미지수다.
 
소비자가전(CE) 부문 역시 4분기 TV 등 계절적 성수기 진입으로 실적 개선세가 기대되지만, 대형 LCD 패널 가격 상승이 수익성 향상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생활가전 부문에서도 수익성 개선을 좀처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업황 호조가 이어지면서 4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부담이 되고 있는 시스템LSI는 내년 1분기에나 본격적인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연내 14나노 공정이 본격화되며 퀄컴, 애플에 대한 파운드리 수주가 예상되지만 실적에 본격 기여하는 건 내년부터다.
 
한편 3분기 '어닝쇼크'에 이어 4분기 실적이 윤곽을 드러내는 시점에서 향후 경영진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희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이를 돌파할 새로운 체제 변화가 시급한 가운데, 연말 그룹 인사에서 사업부별로 '이재용 시대'를 맞아 새 얼굴들이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안팎의 공통된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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