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김성근 공정위 국제협력과장 "담합, 상부상조 미덕 아냐"
"경쟁법 준수, 기업문화로 체화해야"
"기업 해외 경쟁력 강화위한 노력..한국 기업에 익숙한 법제도 조성 유도"
2014-10-28 08:46:03 2014-10-28 08:46:03
[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국가 간 관세장벽이 낮아지면서 신보호주의의 새 수단으로 '경쟁법'이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려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경쟁당국을 통해 국내·외 기업 간 차별적인 집행으로 관철된다는 비판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EU와 미국 등 선진 경쟁당국의 제재 수위가 높아져 국외 경쟁법 집행에 대한 이해 요구도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 10개 소관법령을 통해 경쟁당국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공정위에 '경제검찰'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런데 공정위가 경쟁법 집행만 하는 것은 아니다. 타국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할 예정인 한국 기업들을 위해 국내의 경쟁법을 외국에 '수출'하기도 한다. 한국 기업들에 익숙한 경쟁법 환경을 외국에 선제적으로 조성해 '경쟁법 리스크'와 이에 따른 불필요한 국익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공정위에서 이같은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곳은 '국제협력과'다. 국가 간 기업활동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국제협력과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지만, 카르텔총괄과 등 공정위 내 다른 과들의 업무에 견줘 관심을 받지는 못 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뉴스토마토>가 김성근 공정위 국제협력과장(사진)을 만나 공정위의 '또 다른 업무'를 들여다봤다. 경쟁 조성을 위해 기업에 '채찍'만 가하는 것이 아니라 '당근'을 주는 업무로서다. 아래는 이와 관련 김 과장과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최근 들어 경쟁법이 일종의 관세처럼 각 국가에서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얘기가 많다. 경쟁법 집행이 신보호주의의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비판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나.
 
▲세계 경제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자국 산업과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경쟁법, 지식재산권, 환경규제 등을 신보호주의에 활용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일부 지적이 있다. 그러나 경쟁당국 간 결정이 상이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보호주의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공정위 차원에서는 FTA협상에서 피심인 방어권 보장, 법집행의 투명성 확보, 내·외국 기업 간 비차별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시아권 기업들의 '상부상조'하는 기업문화가 미국 등 서구권 국가에서는 담합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경쟁하기 앞서 협업하려는 시도가 문제 시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담합 의혹을 받기 쉬운 기업문화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에 한 마디 부탁한다.
 
▲1960~1980년대 정부 주도의 압축 성장 과정에서 자동차와 정유, 철강, 반도체, 항공 등 여러 분야에서 소수 대기업 위주의 독과점적 시장 구조가 형성돼 고착됐다. 여기에는 치열한 경쟁보다 협력과 네트워크를 중시하고, 경쟁법 위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문화가 배경으로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EU, 중국 등이 국제카르텔에 대한 법 집행을 활발히 하면서 한국 기업 사이에서도 답합이 한 기업의 명성을 깍아내릴뿐 아니라 한국의 국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는 의식이 생겼다. 공정위도 담합에 대한 제재수위를 높혀왔고, 이 결과 한국 기업들 사이에도 더이상 담합이 미덕이 아니라 중대한 범죄이고, 적발되면 기업이 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경쟁법을 준수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외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는 기업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 당부할 사항은 최고 임원뿐만 아니라 실무에서 뛰는 말단직원까지 법 준수 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경쟁법 준수가 스스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CP(Compliance Program, 자율준수프로그램)를 운용하는 등 경쟁법 준수를 기업문화로 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해외 경쟁정책 동향 얘기에서 빠질수 없는 게 특허괴물(NPE)이다. NPE와 관련해서는 경쟁당국간 취하는 관점이 다르다고 하던데, 어떤 측면에서 그런가.
 
▲NPE는 개인과 중소기업의 발명과 특허를 장려하고, 지식재산의 자본화와 유동화를 촉진하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특허소송을 통해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도록 하거나, 특허이용과 관련해 특정 기업을 차별하는 등 특허 지체(Hold-up)를 유발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9월 공정위가 개최한 제8차 서울국제경쟁포럼에 참석한 경쟁당국과 관련 전문가들도 NPE의 지재권 남용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그 속도와 방법론에서 다양한 견해를 나타냈다. 특히 선진 경쟁당국들은 NPE의 긍정적 측면 등을 고려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공정위는 특허괴물이 IT분야에서 경쟁질서를 교란하지 않도록 국제기구가 적극적으로 NPE 관련 룰 정립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제8차 서울국제경쟁포럼을 열어 세계 주요 경쟁당국 관계자들과 특허괴물, 공공기관 경쟁도입 등을 논의했다.왼쪽부터 Frédéric Jenny OECD 경쟁위원장, Paul Nihoul 벨기에 루벵대 교수, Maureen Ohlhausen 미국 FTC 위원,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 Scott Kieff 미국 ITC 위원, 강기중 삼성전자 부사장, Allen Lo 구글 법률고문.(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한국과 달리 EU 등 일부 지역에서는 경쟁법 위반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뿐 형사처벌은 가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경쟁법 위반에 따라 형사처벌까지 당할 수 있는 나라는 어디인가. 특히 미국과 중국 등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많은 다른 주요국들은 어떤가.
 
▲경쟁법상 형사처벌 도입 여부에 대해 몇 년전 OECD 사무국이 3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 있다. 당시 응답한 17개국 중 10개국이 형벌을 도입했다고 밝혔고, 나머지 7개국은 미도입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크게 봐서는 50% 정도가 형벌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국가들을 들여다보면, 미국의 경우 반경쟁적 행위를 한 개인에 대해 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데, 이는 DOJ(법무부)가 전담한다. 법인에 대해서는 주로 벌금을 부과하고, 경성카르텔에 한정해 형사처벌을 한다. 영국에서는 경쟁법·기업법에 따라 공정거래청(CMA)이 카르텔 행위자를 직접 법원에 기소할 수 있도록 해놨다. 사건이 중대하거나 사기(fraud)와 관련된 경우 검찰이 중대비리조사청(Serious Fraud Office)에 고발한다.
 
일본 공취위는 전속고발제도를 두고 있어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경쟁법 위반에 대해 시정권고나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행정제재 위주로 집행한다.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는 2009년 거래관행법을 개정해 심각한 카르텔에 대해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행위 금지와 과징금 부과 청구 등 행정제재를 연방 법원에 제기한다.
 
중국의 경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공상행정관리총국, 상무부가 반독점법을 집행한다. 중지명령을 내리거나 과징금 부과, 불법이익 몰수는 할 수 있으나 형벌부과 조항은 없다. EU집행위원회는 담합,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행위 금지명령 등 행정적 제재를 가하고, 형사적 제재 권한은 없다.
 
-공정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남양유업 건과 같은 대기업의 횡포를 제재하는 제재당국으로서의 이미지다. 국제협력과 업무는 중요한만큼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 공정위에서 중국으로 파견 나간 직원 한 명이 중국 내 반경쟁적 조례를 없애는데 크게 일조했다는 보도를 봤다. 국제협력과의 성과들에는 또 뭐가 있나.
 
▲국제협력과는 2012년 8월부터 한중 FTA 경쟁 분과 협상에 참여해 22개 협상 분과 중 최초로 올해 7월 협상을 타결해냈다. 중국 국영기업에 대한 경쟁법 적용 규정 등을 경쟁 챕터에 도입해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의 경쟁 환경이 개선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현재는 한·베트남 FTA와 한중일 FTA, RCEP 협상을 진행 중이다. 외국 경쟁당국의 차별적 법집행을 방지하고 한국 기업의 해외 경쟁법 리스크를 감소시키려는 취지에서다. 또 신생 경쟁당국에 기술을 지원해 한국 기업에 익숙한 법·제도를 조성하려고 유도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에는 한국 기업이 다수 진출해 있는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일본 등 3개 국가와 MOU를 체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12일 EU, 중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14번째로 브라질 경쟁당국(CADE)과 경쟁분야 MOU를 체결했다.(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애플의 불공정약관에 대한 시정조치, 에실로의 대명광학 인수 시도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치 등 MNC를 다루는 공정위의 업무가 늘고 있다. 그런데 관련 업무는 모두 서로 다른 국에서 이뤄져 효율성이 떨어지는 같다.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라도 MNC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국이 필요할 것 같은데, 내부 사정은 어떤가.
 
▲현재 공정위에서는 경쟁정책국 소속 국제협력과에서 해외 경쟁당국과 양자협력, 국제기구 논의 대응, 개도국 기술지원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결합, 국제카르텔 등 개별 사건은 시장구조개선정책관 또는 카르텔조사국의 담당과에서 처리한다.
 
개인적으로는 글로벌 M&A, 국제카르텔 업무, 양·다자 간 협력업무 등을 총괄하는 국이 신설되면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동감하고 희망하는 바다. 하지만 국제업무국을 도입하는 조직개편이 현재로서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OECD 경쟁분과에서 부의장국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국제협력과 업무에서 부의장국 지위가 주는 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한국은 2001년 6월 스위스를 대신해 최초 의장국(Bureau) 멤버(13인)가 된 이후 현재까지 Bureau member로 활동하고 있다. Bureau는 34개 OECD 회원국을 대표해 OECD 의제 선정과 회의 운영을 사전에 협의하고 검토한다. 경쟁위원회의 향후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 역할은 경쟁법·정책 집행에서 주도적인 10개 국가에만 부여되는 자리다. 때문에 최신 경쟁정책을 논의할 때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 한국 기업이 연루된 국제적 경쟁법 사건에서도 경쟁당국 차원의 외교 창구로 활용할 수도 있다.
 
-경쟁법이 뒤늦게 도입된 국가에서는 경쟁당국이 제재를 가하려 해도 법과 수단적 한계 때문에 집행력이 떨어진다고 호소한다. 국제협력과가 이들 국가를 위해 몇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무엇이 있나.
 
▲공정위는 개도국 경쟁법 집행을 지원하기 위해 9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기술지원(Technical Assistance) 사업을 실시해왔다. 각종 연수사업과 자문사업이다. 연수사업에는 개도국 경쟁당국 직원 인턴십, 국제경쟁정책워크숍, KOICA 경쟁정책 연수과정 등이 있다. 자문사업으로는 개도국 경쟁당국 경쟁전문관 파견, UNCTAD 경쟁전문관 파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식공유사업(KSP)도 실시하고 있는데 올해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와 KSP사업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내년에는 인도네시아 경쟁당국(KPPU)와 KSP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앞으로 공정위 국제협력과의 정책 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국제협력과의 주요 정책 중 하나는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경쟁법 리스크를 줄여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기본 방향에서 해외 경쟁당국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OECD과 ICN 등 국제기구의 경쟁법 논의에서 한국 입장을 적극 반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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