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 / 미케 마스무센 지음 | 박수철 옮김
이 책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숭앙하는 논리적 해결법으로서의 디폴트 사고(관성적인 사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오로지 생산성 극대화라는 비즈니스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경우에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이 디폴트 사고가 지나치게 소비자들을 단순화시키기 때문이다.
관성적이면서도 단선적 사고방식은 기업을 앞이 보이지 않는 미지의 바다 한 가운데로 몰아넣을 수 있다. 저자들은 이 책이 일종의 항해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또한 그 항해의 키는 인문학과 철학이 쥐게 될 것이라고 제안하면서 이러한 방법론을 센스메이킹(상황 이해) 방법론이라 명명했다. 철학이나 인문학, 사회학, 사회 심리학 같은 연성 과학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센스메이킹 방법론은 더 이상 직진이 불가능한 상태의 도전과제에서는 더욱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저자들이 주장하는 센스메이킹 방법론이 단순히 기존의 디폴트 사고를 대체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디폴트 사고와 센스메이킹 방법론이 저마다 다른 용도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이해해야 무리가 없다. 둘은 경쟁적 관계가 아니라 상보적 관계라는 얘기다. 이 책의 진수를 제대로 얻는다면 원 제목처럼 명료함의 순간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안개 속에서 긴 항해를 마치고 밝은 여명을 맞이하듯이.
▶전문성: 전문적이기라 하기에는 쉽게 읽히고 입문서라고 하기에는 저자들의 인사이트가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이런 경우 저자들의 제안들이 독자에게는 단지 ‘좋은 소리’ 혹은 ‘당연한 소리’로 가치폄하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 책은 전문용어를 남발하면서 자신들의 식견을 자랑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경영지식을 다루면서 독자들에게 스트레스를 강요하지 않는다. 사례도 적절한 수준으로 배치되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는 점에서 책의 구성은 친절하다. 하지만 우리가 인문학이나 철학이라는 대상에서 생득적 혹은 학습적으로 취득한 일종의 거부감이나 부담감은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대중성: 경영서적이라는 집필의 목적 상 일반 소비자보다는 마케터나 경영진에게 보다 권한만한 책이다. 하지만 다른 일반 경영서와 달리 이 책의 저자들은 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의 해결책을 인문학이나 철학에서 찾고 있다. 이 책을 다른 경영서적과 구분시키는 유니크한 포인트이다. 마케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살펴보고 싶거나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인문과학과 철학이 어디까지 그 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분명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참신성: 기존 경영서들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초일류 기업이라도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역사의 뒤안길에 오른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예측해왔던 실증주의적 관점의 경영관에 문제가 생겼다. 예측 가능했던 소비자들이 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을 이해하기 위해 마케터들이나 경영진들은 더 많은 데이터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해답을 인문학과 철학에서 발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러한 주장이 과연 신선하지 않은가.
■요약
정보와 기업 생존 간의 역학 관계
바야흐로 정보의 시대다. 정보를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와 권력 격차가 존재한다. 수렵을 하던 원시 시대에는 사냥을 잘 하는 사람이 힘을 가졌고 문자의 시대에서는 글을 알고 있는 자들이, 언어의 시대에서는 웅변가나 철학자들이 권력을 가졌다. 역사는 매번 권력의 속성을 이해하는 사람에게 그 힘을 허락해왔다. 이제는 정보가 권력의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반대로 얘기하면 정보의 부재는 권력에서 배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도 이러한 속성을 너무도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자사뿐만 아니라 타사의 강점이나 약점,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을 분석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카테고리의 브랜드까지도 경쟁의 대상으로 삼는다.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닌텐도’라는 주장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여하튼 이렇게 얻을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들은 기업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어느 정도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예측 지표가 된다고 믿어 왔다. 불확실성이 감소하고 긴장이 해소되는 순간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이 가설에 바탕을 두고 정확성을 추구하는 실증주의적 관점의 디폴트 사고 중심의 경영 방식을 수정하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예측대로 움직이지 않고 기업은 안개 속에 빠져 갈 길을 잃었다.
인문학과 철학이 기업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들 대부분이 아는 세상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경험이 가능하며, 이는 실증적으로 증명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때문에 사람들의 행동도 예측이 가능할 수 있고 기업은 이를 근거로 전략을 세운다. 하지만 이런 사고방식은 인간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할 뿐이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깊은 사고는 결여되어 있다.
저자들은 소비자들을 이해하는 데 한계를 느끼는 기업들의 곤궁한 상황을 보면서 인문학이나 철학이 그 길을 보여줄 것이라고 언급한다. 이러한 센스메이킹 방법론은 세계를 어떻게 봐라 봐야 하는지, 그 안에 인간은 어떻게 존재하면서 다른 사람이나 대상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지를 관찰한다.
현재 많은 경영서적들은 대부분 ‘세상에 있는 모든 데이터를 모으면 답이 나올까’, ‘위대한 천재가 우리를 구원해줄까?’, ‘고객의 소리를 경청하기만 하면 답이 나올까’와 같은 것에 매진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각각의 솔루션이 모든 상황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이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는 점이다. 성공의 몇 단계 방법이나 비즈니스 과제를 해결해 줄 마법의 알고리즘은 없다. 사람들이 실제 삶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온 몸으로 이해해야만 ‘명료함의 순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밑줄 긋기
-걸작 논픽션 <하나님 나라는 그대 안에>에서
레오 톨스토이Leo Tolstoy는 이렇게 말한다.
“가장 난해한 것도 가장 우둔한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다.
그 사람이 이미 그것에 관한 선입견이 없다면.
반면 가장 총명한 사람도 가장 쉬운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 사람이 자기 앞에 놓인 것을 의심할 나위 없이
이미 잘 알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면.”
- 현상학과 같은 인문과학이 경영과학이나 합리적 추론과 다른 점은
첫째, 후자는 속성properties을 다루는 반면,
전자는 양상aspect을 다룬다는 것이다...
가령 생물학적 성(남자, 여자)이 ‘속성’이라면,
문화적 성(남성성, 여성성)은 ‘양상’이다.
과학이 누군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가려줄 수는 있다.
하지만 ‘남자답다거나 여성스럽다는 경험은
어떤 상태이며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남자가 된다는 것 혹은 여자가 된다는 것은 뭘 의미하는 걸까?’ 등의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것은 현상학밖에 없다.
우리가 양상에 관해 말하기 시작할 때, 사물은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 현상학은 자동차나 레스토랑 같은 사물의 본질을 밝혀주지 않는다.
오로지 우리가 그것과 맺은 ‘관계의 본질’만을 보여준다.
존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과 관계를 맺지만, 현상학은 언제,
그리고 어떤 것이 우리에게 중요한지 알려준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물들을 과학은
저마다의 고유하고 불변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보는 반면,
현상학은 그것이 매우 상대적이며 서사적이라고 본다.
■별점 ★★★★
■연관 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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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 산업1부 기자
이 뉴스는 2014년 09월 14일 ( 9:40:21 ) 토마토프라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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