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양창순 지음 | 센추리원 펴냄
|
나와 상대방을 위해서 언제나 스스로의 본심을 당당하게 표현해야 한다. 상처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나 자신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건강한 까칠함'은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줄 수 있다. 대신 내 의견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정보와 함께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필요하다. 매너도 빠지면 안 되는 필수요소다.
▶ 전문성: 5번째 챕터에서 건강한 까칠함을 방해하는 9가지 심리적 문제를 소개한다.
▶ 대중성: 저자가 상담했던 여러 사람들의 케이스를 차분히 이해하기 쉽게 풀어 이야기해준다.
▶ 참신성: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가 많아 참신성은 떨어진다.
|
"왜 그렇게 두번 세번 꼬아서 생각하고 스스로 그 늪에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해? 사람들은 생각보다 너의 행동이나 말에 대해 신경쓰지 않아. 그냥 '아니면 말지'하면서 돌아서면 되는거야."
한참 방황하던 20대 시절.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살아가던 나에게 오래된 친구가 던진 말이었다. 과거에 집착하며 스스로 마음을 끓인 탓에 이유 모를 피부병이 도졌고 얼굴 구석구석 여드름이 자리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마음의 병이 몸을 집어삼킨 때였다. 긍정적이고 건강한 멘탈을 가진 이 친구의 세뇌(?) 덕분에 몸과 마음은 한결 나아졌다. 지금까지도 '쿨해지기'를 연습하며 살고있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는 비범한 제목으로 시작하지만 그 내용은 단순하고 평범하다. 굳이 정신과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상투적이고 진부한 이야기다. 그만큼 보편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자는 '다 괜찮다,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으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과거에 발목 잡히지 말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시키면 된다'고 독자를 위로한다. 쉽게 말하면 스스로를 들볶지 말고 쿨하게 살자는 것이다.
"저 사람, 까칠해"라고 하면 보통 신경질적이고 괴팍하다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이제는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공격적이고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주는 부정적인 까칠함이 아닌 건강한 까칠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정확히 표현해 상대방과의 오해의 소지를 줄여 에너지가 쓸데없이 낭비되는 것을 막아 미래를 준비하자는 의미다.
내가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다 포착하고 내 마음대로 움직여줄 사람은 세상에 절대 없다. 부모 자식 간에도 이런 수준의 '이심전심'은 힘들다. 남의 반응에 일희일비하고 마음 써가며 아파할 필요 없는 이유다. 그래서 본심을 당당히 그리고 명확하고 간결하게 표현해야한다. 이는 나 뿐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업무와 관련 있거나 장기적인 관계에서는 더더욱 필요하다.
저자는 수많은 상담사례를 동원해 상처 받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그 중 주요 사례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성공한 중년세대의 고민' 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나는 문제가 없는데 주변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거나 피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들은 오직 성공만 바라보고 살아온 나머지 그를 둘러싼 가족 및 직장 선후배간 소통에 서툴다.
불통의 세월이 쌓이고 그 갈등이 곪아터지면, 자식과 불화나 배우자와의 이혼, 조직에서 배반과 좌천 등의 극단적인 결과로 치닫게 된다. 물론 본인은 그 원인을 알지 못한다. 저자는 그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시작함으로써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그를 둘러싼 환경과 관계, 마음상태를 하나둘씩 꺼내며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갈등을 풀어나가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상담의 중요성과 함께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부분이다.
요즘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명량>의 한 대목이다.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후배 장수의 갑옷을 그 아들에게 건네며 "내 너의 아비와 너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라고 하자 그 아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장군의 배에 타고 싶습니다"라고 간청한다. 생사가 오가는 전투를 치른 후에 이순신 장군은 이 어린 병사로부터 토란을 건네 받는다. 그리고 옆에 앉으라 손짓한다.
극중에서 이순신 장군은 상대방의 마음을 존중하고, 공감하며 상대방이 스스로 중요한 존재로 여기도록 행동하고 있다. 누구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리더다운 마음 씀씀이다. 직장의 후배, 사춘기의 자녀들은 '너의 아픔을 나도 이해한다'는 류의 공감을 듣고 싶을 뿐이다. 이 시대의 중년들이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다. 이야기는 처음으로 다시 돌아온다.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까칠함이 필요하다.
별점★★☆
연관 책 추천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당신 참 괜찮은 사람이야>(양창순 지음)
이보라 산업1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