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사적연금 활성화..증권가, 기대감 속 "증시영향 지켜봐야"
위험자산 비중 높아져..대형증권사·자산운용사 수혜 기대
수익률보다는 안정 추구..주식시장 자금 유입 제한적
투자 손실에 대한 리스크도 고려해야
2014-08-28 16:54:40 2014-08-28 16:59:01
[뉴스토마토 최하나기자] 정부가 전날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기업의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고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며, 자산 운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 등이 골자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증권업 전반에도 위험자산의 공급과 운용자로써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로 인해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진 만큼 손실 가능성도 커졌기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험자산 비중 높아져..대형증권사·자산운용사 수혜 기대
 
일단 그동안 안정지향형 퇴직연금 운용구조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특히 확정기여형(DC형)의 위험자산 보유한도를 기존 40%에서 70%로 상향조정하고, 확정급여형(DB형)의 외부 위탁 규모를 확대할 경우 금융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중원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퇴직연금 제도 개선으로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할 경우 단기적으로 10조원 규모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수 있다"며 "단기적 효과 외에도 매달 상당 규모의 자금이 지속적으로 주식시장에 유입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팀장은 "기존의 퇴직연금 제도의 문제는 과도하게 위험자산의 투자를 제한하고 있어 저금리 시대의 연금 수익률이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수익률 제고의 필요성이 있었다"며 "선진국의 퇴직연금은 주식투자 비중이 50%가 넘는 경우도 많아 국내 퇴직연금의 주식투자 비중확대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김고은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도 "도입율이 낮은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자로 퇴직연금 도입이 의무화되면서 적립금의 증가가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DC형의 경우 위험자산 비중이 약 20%로 비교적 높아 DC형 비중 증가로 인한 위험자산 비중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이 단기적으로 증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 등 실적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지만, 변화를 주도하는 증권사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현 NH농협증권 연구원도 "퇴직연금 시장 성장의 수혜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증권업종 펀더멘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퇴직연금의 자산운용 규제 완화에 따른 증시로의 기관 자금 유입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퇴직연금 상품의 개발과 운용 능력이 있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의견이다.
 
정길원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은행과 보헙사가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은 금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반면 증권사들은 위험자산의 개발과 공급, 중개 기능을 가지고 있어 증권업계는 이번 대책이 장기적인 수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연구원은 "또한 자산운용사들의 경우에도 DB형 일변도에서 얻기 어려웠던 퇴직연금자산의 운용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며 "위험의 인수 능력에 따라 상품의 개발과 운용 능력이 결정되고, 브랜드 밸류가 중요하기에 대형증권사와 경쟁력 있는 자산 운용사를 보유한 증권사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삼성증권(016360)우리투자증권(005940), 한국금융지주(071050)를 비롯한 대형 4개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번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으로 퇴직연금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가 높은 미래에셋증권(037620),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의 수혜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NH농협증권은 이번 대책의 수혜가 예상되는 증권사로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금융지주를 꼽았다. 운용수익률이 중요해지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계열사와 자회사인 운용사의 탁월한 운용능력과 브랜드 가치, 위험자산에 대한 컨설팅 능력을 바탕으로 한 점진적인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사진=기획재정부)
 
◇수익률 보다 안정 추구..주식시장 자금 유입 제한적
 
하지만 일각에서는 퇴직연금 가입률 확대 등 퇴직연금 시장 확대에는 이번 대책의 효과가 있다는데 동의하지만, 주식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DC와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총위험자산 투자한도 확대와 DB형 설정 기업의 투자위원회 설치로 인한 주식시장 자금 유입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해 6월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87조5102억원 가운데 주식에 투자된 비중은 0.7%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DC형과 IRP 가입자 기준으로도 주식에 투자된 비중은 1.7%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강 연구원은 "현재 DC형과 IRP의 매우 낮은 위험자산 투자비중을 고려할 때 총위험자산 투자한도가 확대된다고 해도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는 여전히 대부분의 가입자가 퇴직소득에 대해 수익률 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그는 "퇴직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 확대라는 이번 제도 개선의 근본적인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이에 따라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는 과도한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은 운영 주체인 국가가 책임을 지지만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은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투자 손실에 대한 리스크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로 퇴직연금의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져 수익률을 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 만큼 투자손실 위험성도 커졌다"며 "이 경우 손실의 책임을 개인 스스로가 져야하기에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며, 정부의 추가 보완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