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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아직도 허탕도시)④허탕도시와 미래도시의 갈림길
2014-07-17 11:14:47 2014-07-17 18:29:31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도시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인 '심시티'는 임의의 대지에 도로를 짓고 주거·상업·공업지역을 개발해 도시를 육성하는 게임이다. 특히 적당한 인구를 모으려면 세율을 조정하고 수도·전기 등 각종 시설도 제때 공급해줘야 한다. 이 게임이 어찌나 정교한지 몇몇 대학에서는 도시공학 수업 교재로 활용될 정도다.
 
심시티 게임이 가상현실이기는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혁신도시 조성사업과 비교하면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제대로 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게임을 한번만 해봐도 알만한 사실들이 현실에서는 10년이 지나도록 무시되기 일쑤여서다. 
 
지금 혁신도시는 낮에는 불이 켜졌고 밤에는 아무도 없어 깜깜한 암흑도시, 공공기관 직원들도 이사하기를 꺼리는 기피지역,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민의 무관심으로 버려진 도시, 난개발에 따른 환경문제를 겪는 도시, 부동산 업자를 위한 투기도시가 됐다.
 
◇혁신도시 조성 개념도(사진=공공기관 지방이전추진단)
 
2004년 참여정부 때 계획이 세워진 혁신도시 사업이 올해로 꼭 10년을 맞았다. 원래 계획이라면 올해까지 공공기관 이전을 완료하고 내년부터는 기업·연구소 유치를 통한 산·학·연 정착단계로 나가야 한다. 그러나 '주거-경제-교육-문화가 조화된 미래형 도시'라는 혁신도시가 그야말로 시간과 돈만 쓴 허탕도시가 될 처지에 놓인 셈.
 
◇혁신도시 리빌딩(Re-Building)이 필요한 시점
 
전문가들은 혁신도시에 리빌딩(Re-Building)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07년부터 2030년까지를 사업계획 기간으로 잡은 혁신도시 조성사업이고 이제 겨우 5년이 지난 만큼 혁신도시 구조와 체계를 새로 개편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우선 혁신도시 사업을 전반적으로 관장할 기구의 위상과 성격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현재 혁신도시 사업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지방이전추진단을 중심으로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지방자치발전위원회 등이 부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장관급 추진본부를 통해 진행됐으나 전국에 걸쳐 4500만㎡나 되는 혁신도시 사업을 관장할 기구는 영향력은 미흡하다"며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을 아우를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자체가 혁신도시 조성에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토부 시행지침에 따르면, 지자체는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을 돕고 산업클러스터를 육성하기 위해 지역혁신비즈니스센터를 설치하게 됐지만, 실제 운영현황은 부실하다.
 
대구경북연구원 자료를 보면 2012년 기준 각 지자체의 혁신비즈니스센터의 전담 인력은 1명~2명에 그쳤고, 상근과 비상근 수는 총 28명 대 120명으로 혁신도시별로 상근인원이 3명이 안 됐다. 이러다 보니 지역발전을 위한 전문성이 발휘될 리 만무하다.
 
대구경북연구원 관계자는 "혁신비즈니스센터라는 간판을 달고 인원도 적고 예산도 한해 3억에 불과하다"며 "전담인력을 늘리고 도시개발에 대한 행정기능과 산업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기업지원이 성격을 갖추도록 지자체가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도시가 수준 높은 주거와 교육·문화환경을 갖춘 도시를 표방하는 만큼 이전한 공공기관과 기업 직원들의 정주여건을 높이는 문제도 시급했다.
 
한국지역학회 관계자는 "정부는 2020년까지 혁신도시 인구를 최대 5만명까지 전망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정주할 인구가 훨씬 적을 것"이라며 "우수한 교육환경과 쾌적한 주거환경, 도시서비스 기능 확충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광주·전남 혁신도시 배치도(사진=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단)
 
◇혁신도시 성공모델 해외서도 배우자
 
성공적으로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해 지역근무 기피와 인프라 조성 지연, 난개발, 부동산 투기 문제를 극복한 해외 사례에서 배우자는 제언도 있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스웨덴 남부의 웁살라(Uppsala)시는 웁살라대를 중심으로 공학·의학 관련 공공기관이 이전해 자연스레 과학단지가 조성됐고 기업들도 모여 세계적인 생명공학단지가 됐다"며 "지자체와 공공기관, 기업이 협력한 사례"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일키르크(illkirch)시도 배울만한 하다. 프랑스는 독일과의 국경에 위치한 교외인 이곳을 1980년대 말부터 과학 관련 산업클러스터로 집중 개발하면서 대학과 연구소를 유치했고 도시를 오각형 구조로 만들어 토지이용도 블럭별로 차별화했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일키르크시는 입주기업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입주기준을 엄격히 하되 연구개발 기업을 유치하려고 주변 땅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토지를 싼 값에 토지를 분양했다"며 "다양한 차원에서 혁신도시 문제 해결책에 접근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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