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한국거래소(KRX) 이정환 이사장이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식사 도중 불쑥 꺼낸 말이다.
뒤 이어 이시장은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이 철회되면 이사장직을 내놓겠다고 해 좌중을 놀라게 했다. 이사장직에서 물러날 테니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을 철회해 거래소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게 해 달라는 의지를 표현했다.
이날 평소 기자간담회 장소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기획담당 이사와 부장을 배석시켜 이사장직 사퇴 의사 공론화 이후 후속 경영계획 등을 준비하라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동안 이 이사장이 자리를 고수하는 바람에 지난 1월 29일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는 불만과 여론이 종종 제기돼 왔다. 결국 이사장이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을 되돌리기 위한 고육책으로 이 같은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다음달 국회에서 논의 예정인 ‘복수거래소허가’ 법률 통과 여부다. 지난 1월 국회의원 22명이 발의했던 이 법률안은 금융위원회가 정부 측의 전반적인 거래소 발전 방안에 관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4월로 연기된 바 있다.
금융위가 현재 마련 중인 거래소 발전 방안 로드맵과 복수거래소허가제 법률안을 검토해 최종 방안이 나오면 국회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어차피 이 법률안이 통과되면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사유였던 수수료 독점 문제가 자연 해결되기 때문에 이 이사장이 본인 자리를 걸고 정부 측을 압박한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기존 법정설립주의에서 허가제로 법체계가 바뀌면 독점사유 요건이 해소되는 효과를 가져와 더 이상의 공공기관 지정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다만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에서 이를 어떻게 판단해 적용하는지가 최종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거래소 허가제와 거래소 상장(IPO) 문제는 지난 2006년 당시 금감위가 먼저 추진의사를 밝혔던 사안”이라며 “금융위 로드맵 내용이 무엇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아마도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로드맵 구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 다음달 복수거래소 허가법률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 추진하려 했던 ‘서울거래소’ 문제도 이 기회에 법률안이 통과되면 가능해짐에 따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통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편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이 철회될 경우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던 거래소 상장 문제도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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