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뱅뱅사거리에서 작은 서비스업체를 운영해온 강모(39)씨.
강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심각해진 적자를 견디다 못해 최근 사업을 정리했다. 강남의 비싼 빌딩 임대료 내기가 버거워 개인 사무실도 성남시로 옮겼다.
18일 강씨는 "지난 연말부터 이 일대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고 나가더니 지금 빈 사무실이 수두룩하다"며 "반면 사무실 임대수요는 크게 줄다보니 보증금 빼는 데 두 달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를 비롯한 도심 업무용 빌딩이 '임대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된 경기침체로 입주 기업들이 사무실 면적을 줄이거나 임대료가 싼 외곽으로 떠나면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빈 사무실이 크게 늘고 있다. 부도, 폐업 등으로 사무실 임대 수요가 급감한 것도 원인이다.
공실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상반기와는 완전 달라진 모습이다.
◇ 강남 오피스 '엑소더스' = 초대형 오피스 빌딩이 늘어선 강남 테헤란로 일대는 건물마다 '임대' 현수막이 널려 있다.
역삼역의 S타워는 물론 K타워, A빌딩, K빌딩 등 요지에 있는 유명 빌딩에도 빈 사무실이 속출하고 있다.
강남 대로변의 P빌딩, 뱅뱅사거리 일대 사무실은 지난해 가을부터 4∼5개월째 비어 공실이 장기화된 곳이 적지 않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해도 공실률이 1%대로 임차인 걱정이 없었지만 지금은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특히 최근 신축한 빌딩 가운데 일부는 연면적의 70∼80%가 빈 사무실로 남아 있다. 지난해 11월 준공한 서울 교대역의 D빌딩은 4개월이 지났지만 15층 건물 가운데 3개층만 입주했고 나머지는 비어 있다.
이에 따라 올들어 서울지역 업무용 빌딩의 공실률도 늘고 있다. 신영에셋에 따르면 2월말 현재 서울지역 대형 오피스 빌딩의 평균 공실률은 3.1%로 지난해 말의 2.1%에서 1%포인트 늘었다.
강남권은 지난해 4분기 2.4%에서 지난달 말 기준 3.3%로 0.9%포인트 상승했고, 도심권의 경우 2.0%에서 2.9%, 여의도는 1.5%에서 2.6%로 각각 늘었다.
강남 이면도로나 강남구청 사거리의 실질 공실률은 20%대, 논현역세권과 도산대로변은 10∼12%, 서여의도 국회 의사당 인근은 7∼8% 선에 이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공실이 늘면서 2분기부터는 임대료도 본격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시즌컨설팅 정성진 대표는 "올들어 경제위기를 못견뎌 문을 닫았거나 규모를 줄여서 임대료가 싼 외곽으로 떠난 기업체들이 많다"며 "이 여파로 대로변의 값비싼 사무실이 텅텅 빈 반면 구로구 등 임대료가 싼 중소형 건물이 오히려 공실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 '빌딩 팝니다' 매물도 급증 = 경기가 나빠지면서 서울 도심의 빌딩 매물도 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지역에 매물로 나와 있는 대형 빌딩은 약 20여개, 총 3조5천억원 규모에 이른다.
경제위기가 닥치기 전 빌딩 매물 규모가 평균 4천억∼5천억 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7∼8배 많은 수준이다.
실제 충무로 극동빌딩, 역삼역 인근 ING생명 빌딩과 아주산업 빌딩 등 대형 오피스를 비롯해 강남역 신성건설 빌딩과 월드건설 빌딩, 교대역 우림건설 빌딩 등이 모두 새주인을 찾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와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건설회사 사옥 등이 대부분이다.
최근 들어 달러와 엔화 강세 등으로 환차익을 기대한 미국, 일본, 유럽계 펀드들이 국내 빌딩 매물을 입질하고 있지만 가격차가 커 거래는 잘 성사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기업들이 내놓는 빌딩 매물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영에셋 홍순만 이사는 "펀드들은 투자가 목적이어서 현 시가보다 20%는 싸게 사려해 당분간 거래가 힘들 것"이라며 "상반기까지 가격이 더 하락하면 하반기부터는 빌딩 거래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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