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업계 “고환율..팔수록 손해!”
2009-03-17 20:38:00 2009-03-17 20:38:00
“죽을 맛입니다. 이러다간 원가 부담 때문에 밑지고 파는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렇다고 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우리가 ‘환율’ 덕을 보고 있다며 현지 유통업체들이 가격을 대폭 내려달라고 요구하니 더 답답할 노릇이죠.”

‘환율’ 덕으로 국내 휴대폰업계의 이익이 짭짤할 것이란 일반인들의 예상과 달리 ‘앞에서 벌고 뒤로 밑지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어 업계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세계 2, 3위를 달리고는 있지만 환율 급등으로 핵심 수입부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국내시장에선 사실상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는데다 최근 수출단가마저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 특히 글로벌 시장에선 가격경쟁이 가열되면서 현지 유통업체들의 가격인하 압력이 거세다.

■국내장사는 팔수록 밑진다

올 들어 내수 시장이 살아나고 있지만 휴대폰 업체들의 얼굴은 밝지 않다. 핵심 부품을 일본 등에서 수입해 만들다 보니 별로 남는 게 없어서다. 그렇다고 값싼 중국산이나 국내 부품으로 교체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아직까지 기술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휴대폰업계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 하반기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고환율과 수요예측 아래 부품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 업계는 3∼6개월 전에 부품 수입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고민이 큰 곳은 팬택계열이다. 국내 매출이 약 45%(팬택, 팬택앤큐리텔)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핵심 부품을 수입에 의존(약 40%)하다 보니 치솟은 원가를 제품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팬택 관계자는 “일본 등에서 수입하는 부품 값을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특히 국내 판매 비중이 높다 보니 고환율의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삼성과 LG전자도 속이 편치 않다. 내수 비중이 10% 이내지만 환율 급등으로 부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30만∼40만원대 저가 단말기는 수익성 확보가 거의 불가능한 형편이다. 여기저기서 “수익률 급락으로 보급형 제품은 밑지고 장사하는 형편”이란 푸념이 터져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수는 팔면 팔수록 손해”라고 털어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괜찮았지만 핵심 부품을 수입해 쓰다 보니 환율 영향이 심각한 게 사실”이라며 작금의 실태를 우려했다. LG전자 관계자도 “하반기에도 지금 수준의 환율이 지속된다면 국내 출시 제품가격에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현재 삼성의 부품 수입 의존도는 부품 개수 기준으로 약 20%(햅틱2 기준) 수준이며 금액 기준으로는 이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금액 기준으로 약 50%에 달한다.

■거세지는 단가 인하 압력에 수익성 휘청

최근 휴대폰업계의 주름살이 하나 더 늘었다. 해외 현지 유통업체들로부터 “환율 덕을 보고 있는 만큼 가격을 대폭 인하해 달라”는 압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 “기존 가격의 80%까지 낮춰 달라”는 요구도 심심찮게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유럽이나 미국 등 현지 이통사들의 사정이 좋지 않아 최근 가격인하 요구가 더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팬택 관계자도 “아직까지는 수출에서 환율 덕을 보고 있지만 현지 이통사 등 유통업체들의 가격인하 요구가 강해지고 있어 고민”이라고 했다.

실제로 불황이 엄습하면서 노키아와 소니에릭슨은 올 들어 유럽시장에서 일부 중고가 모델의 가격을 10% 상당 인하했다. 모토로라도 일부 제품 가격을 인하한데 이어 최신 제품의 가격인하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들도 현지에서 가격을 적극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원가 상승에다 평균판매단가(ASP)가 하락하면서 국내 업체들은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휴대폰의 ASP는 지난해 1·4분기 140달러에서 지난해 말 121달러로 떨어진데 이어 올 4·4분기에는 118달러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LG전자도 지난해 말 159달러에서 올 1·4분기엔 148달러로 떨어지고 4·4분기엔 126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SP가 떨어진다는 것은 다른 곳에서 원가절감을 하지 않는 이상 영업이익률이 하락한다는 의미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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