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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취임 100일..성과와 과제
2014-06-24 17:38:59 2014-06-24 18:05:17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권오준 회장이 '포스코호(號)' 선장에 오른 지 지난 21일로 100일을 맞았다. 위기의 포스코가 그 앞에 주어졌고, 그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고강도 개혁의 칼을 빼들고 빠른 속도로 포스코를 수술대에 올렸다.
 
중국발 철강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으로 업황이 장기간 침체된 가운데 현대제철이 모그룹의 든든한 지원 속에 포스코를 위협할 일관제철소로 탄생했다. 방대한 사업 확장으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와 전임자였던 정준양 회장의 색깔 지우기는 필수과제였다. 이는 곧 포스코의 명운과 직결됐다.
 
올 초 포스코 제8대 회장으로 선임될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는 권 회장이 경영자보다는 엔지니어로서의 경력이 많은 데다, 이른바 포스코 주류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을 던졌다. 샌님 같은 성격 탓에 내부 이해관계에 휘말리지 않고 고강도 혁신을 단행할 수 있을지는 여전의 의문이었다.
 
하지만 선제적이고도 과감한 구조조정과 혁신을 단행하며 시장의 우려를 충분히 불식시켰다는 게 포스코 안팎의 지배적 평가다. "빚 진 게 없다"는 사석에서의 말은 오히려 그가 혁신을 꺼내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포스코를 포스코답게, 본연의 경쟁력인 철강에 집중하겠다는 그의 선언은 포스코의 기류를 단번에 휘어잡았다.
 
권 회장은 24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기간 내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등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통해 철강명가 재건의 기틀을 확실히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00일 동안 국내외 생산현장과 고객사, 공급사를 방문하면서 임직원들의 열정과 고객들의 변함없는 신뢰와 애정을 확인했다”면서 “현재 한국 철강산업과 포스코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대단히 어렵긴 하지만 취임식 때 밝힌 대로 신뢰와 사랑을 받는 ‘POSCO the Great’를 이룩하겠다”고 역설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24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포부를 밝히고 있다.(사진=포스코)
 
권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조직의 군살을 빼고 '철강' 본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을 슬림화했다. 취임 이전 TFT를 통해 다듬었던 안을 실행에 옮겼다.
 
기존 기획재무, 기술, 성장투자, 탄소강사업, 스테인리스 사업, 경영지원 등 6개 부문을 철강사업, 철강생산, 재무투자, 경영인프라 등 4개 본부제로 개편하고, 경영임원의 수도 50% 이상 대폭 줄였다.
 
또 '가치경영실'을 신설해, 그룹 차원의 투자 사업과 경영정책 등을 조율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도록 했다. 그룹 전체의 컨트롤타워로 권 회장 직속기관이다.
 
이와 함께 권 회장은 단기간 내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프로젝트 중심의 일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를 위해 부서 간 협업이 필요한 통합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임원과 단독 프로젝트를 맡는 부장급 PCP(POSCO Certified Professional)를 선발, 프로젝트 수행을 전담토록 했다. 현재 427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들이 성공하면 올해 약 1조원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조직을 정비한 권 회장은 국내 주요 고객사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를 방문한 데 이어 일본 자동차 부품사인 주오정기 등도 찾아 협조를 당부했다. 사실상의 영업전선에 선 것으로 수장의 과감한 행보는 포스코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
 
짧은 기간임에도 권 회장 취임 이후 개선된 성과가 여기저기서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먼저 포스코가 메가 성장 엔진으로 설정한 에너지 분야에서 국내 최대 민간 석탄화력 발전 허가업체인 동양파워 인수에 성공했다. 포스코가 철강사업을 중심으로 석탄화력발전을 포함한 청정에너지를 성장의 한 축으로 삼겠다고 밝힌 이후 내놓은 첫 인수·합병 결과물이다.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솔루션 마케팅 실적도 늘어났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솔루션 마케팅 판매량은 40만톤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두 배의 실적을 올렸다.
 
또 자동차산업 등 수익성이 높은 강재를 소비하는 7대 산업군을 선정해 판매활동을 집중한 결과, 같은 기간 이 분야 판매량이 680만톤에서 738만톤으로 8.5% 늘어났다.
 
최근에는 한국GM과 함께 GM의 차량 설계기술과 포스코의 강재기술을 융합해 경량 차체를 개발하고, 첨단 초고강도 강판 등을 GM의 글로벌 사업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키로 해 고부가가치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재무구조 개선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한 7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채권을 이자율이 7%포인트 가까이 저렴한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해 상환함으로써 연간 570억원의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대구경 스파이랄 강관을 생산, 판매하던 미국의 USP 매각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매각은 여기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대우인터내셔널까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라면 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등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던졌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 상황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한편 급격하게 몸집을 불리며 포스코를 추격하고 있는 현대제철을 견제해야 한다. 낮은 가격을 앞세워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저가 중국 철강재와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최근 급락한 신용등급 회복은 물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주가의 안정화를 통한 주주 설득도 과제다.
 
지난 3월 취임 이후 이제 100일이 지났다. 앞으로 남은 3년의 임기 동안 권오준 포스코호의 변신을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 초기 우려의 시선은 기대와 희망으로 바뀌었다. 권오준 회장이 선언한 ‘위대한 포스코’를 향해 이제 겨우 한 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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