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광신 광후이그룹 회장(자료=바이두백과)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중국의 일촉즉발 화약고로 불리는 신장지구.
소수민족들의 분리·독립운동이 끊이지 않아 중국 정부의 오랜 화근덩어리로 자리 잡았죠. 하지만 동시에 석유, 천연가스 등의 천연자원 매장량이 무궁무진해 중국의 보배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경제 부흥에 필요한 천연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이 덜된 신장 지역에 집중적으로 재정투자를 쏟아붓고 있는데요. 이러한 정부의 지원을 기회로 포착해 신장에서 세계 굴지의 갑부로 성장한 한족 출신 기업가가 있습니다. 바로 신장 광후이그룹(廣匯集團)의 쑨광신(孫廣信) 회장입니다.
쑨광신은 2012년에 195억3000만위안의 자산으로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부호 순위 14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 10년 동안에는 단 한번도 중국 부호 순위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신장 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시에서 신발 수리공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쑨광신의 첫 번째 꿈은 30대에 장군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는 다섯 남매 중 유일하게 정규 교육을 받은 다음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직업군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간부 자제에게 두 차례의 승진 기회를 뺏기면서 첫 꿈을 포기하고 결국 전역을 선택하게 되는데요. 이는 결과적으로 그를 신장 최대 사업가로 성장하게 만들어 준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됩니다. 쓰라린 실패의 경험이 결과적으로 성공의 발판이 된 셈이죠.
쑨광신이 처음 시작한 사업은 불도저 등 중장비의 위탁 판매였습니다.
당시 그는 300위안의 전역비와 40만위안의 대출금만을 갖고 광후이그룹 전신인 광후이공업무역유한책임회사를 설립한 뒤 신장 구석구석을 다니며 불도저를 팔러 다녔는데요. 10개월 동안 하룻밤 0.9위안에 지나지 않는 허름한 여관을 전전하며 각지를 돌아다닌 덕분에 무려 103대를 판매하는 기적을 이룹니다. 1년도 채 안돼 신장 중장비 업체의 10년 판매량을 달성한 것입니다.
자금이 어느 정도 모이자 쑨광신은 요식업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우루무치에서 빚더미에 앉은 한 광둥식 음식점을 67만위안에 인수한 것인데요.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불과 4개월 만에 17만위안의 적자를 기록하며 또 한번 위기를 맞게 됩니다.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군인정신이 발휘된 것일까요? 이후 매일 꾸준히 손님들에게 음식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단골손님을 특별 관리한 끝에 반년 만에 투자금액을 전부 회수하게 됩니다.
그는 더 나아가 기회 포착의 명수답게 자신의 음식점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통해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는 단 한 번의 술자리에 거금 5000위안을 주저 없이 지불하던 석유 개발업체 인사들과 친분을 맺어 종종 유전 사업과 관련한 정보를 얻고는 했는데요. 당시 신장 남·북부의 타림 분지 등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됐고, 정부에서 유전 건설에 수 백억위안을 투자한다는 소식은 그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이후 쑨광신은 이 손님들을 통해 인맥을 넓혀갔고, 결국 석유 개발 사업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그는 석유 개발 장비와 관련한 무역 사업에 주력했는데요, 쑨광신 회사의 무역 거래는 신장 수출입의 6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습니다.
"시장은 전쟁터와 비슷하기 때문에 제일 약한 곳을 공격해야 이길 수 있다"
그는 역발상을 갖고 침체돼 있는 시장에 진출하는 기지도 발휘했습니다. 90년대 들어 중국 부동산 시장은 과도한 투자 열기를 잠재우기 위한 정부의 긴축책으로 일시적인 위축 국면을 면치 못 했습니다. 이로 인해 당시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 진입을 망설이는 분위기가 만연했는데요. 쑨광신만큼은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신장 부동산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우루무치에는 148개에 이르는 부동산 개발회사가 있었음에도 이들 중 공사에 착수한 곳은 10곳이 채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쑨광신은 신장 부동산 시장에 대해 갑자기 위축된 것이 아니라 원래 활성화되지 않은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는데요. 그는 당시 업계에서 명성이 자자했던 난더그룹과 션양페이룽그룹에서 7일간 근무하며 남몰래 부동산 시장에 대해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쑨광신이 이끄는 광후이그룹은 1993년 우루무치에서 신장 최고층 빌딩을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이후 대규모 부동산을 보유한 7개의 국유기업을 헐값에 매입하며 신장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로 성장했습니다.
쑨광신은 2000년대 초반 천연가스 분야에서도 사업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광후이그룹은 당시 정부로부터 서부 내륙 지역의 천연가스 채굴권을 취득하였고, 이로 인한 독점적 이익을 누리게 됐습니다.
이처럼 쑨광신은 석유, 부동산부터 천연가스 사업까지 신장의 지역적 특성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일각에서는 쑨광신의 성공 비법으로 정보를 잘 수집하는 능력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동서양 상인들의 꿈이었던 실크로드의 허브 신장. 이 지역의 진가를 일찍부터 꿰뚫어 본 쑨장신은 과거 대상(隊商)들의 꿈을 다시 살리기 위해 지금도 늘 호시탐탐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