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부호들)18.사업 다각화로 승부수 띄운다..IT황제 '딩레이'
딩레이 왕이 CEO, 中 최초 포털사이트 개설
후룬 선정한 '2003년 대륙 최고 부호' 등극
문어발식 사업 방식 추구..IT·돈육·와인 등 다양한 분야 시도
2014-05-19 10:00:00 2014-05-19 10:00:00
◇딩레이 왕이 CEO(사진=바이두백과)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한 우물만 파지 않고 여기저기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백화점식 경영 방식'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돈 되는 것이면 다 한다는 문어발식 사업과 사고방식으로는 무엇 하나 뚜렷이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입니다. 하지만 백화점식 경영을 하면서도 나름대로의 기준을 갖고 목표를 찾아간다면 예외도 생길 수 있는 것이죠.
 
중국판 빌 게이츠로 불리는 딩레이(丁磊) 왕이(網易·넷이즈) 최고경영자(CEO)도 자신의 전문 분야인 IT 업계를 넘어서 양돈, 포도주, 도자기 사업 등에까지 뛰어들고 있는데요. '물질적 가치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쫓겠다'며 다양한 변화를 꾀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양돈 사업을 시작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단지 나는 돼지를 좋아하는 미식가이기 때문"이라고 답해 주목된 적 있습니다.
 
하지만 딩레이가 줄곧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1993년 청두에 있는 전자과학기술대학교 통신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우가 좋은 전신국에 입사했지만 종종 고뇌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창조적인 일을 추구하는 그에게 철밥통 공무원은 적성에 맞지 않았던 것이죠.
 
결국 딩레이는 1995년 가족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기회에는 대가가 필요하다"며 전신국에 사표를 냈는데요. 이후 외국계 데이터베이스 회사로 이직해 첨단기술과 관련한 정보를 습득하면서 인터넷 사업에 눈을 뜨게 됩니다.
 
당시 중국에는 인터넷에 대해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었지만, 딩레이는 이미 대학 때부터 도서관에서 과학기술과 관련한 외국서적을 모두 찾아볼 정도로 컴퓨터에 대한 열정이 실로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외국계 회사와 서적 등을 통해 습득했던 지식들을 기반으로 1997년 중국에서 최초의 포털사이트를 만듭니다. 우리나라의 다음(035720)과도 비슷한 왕이를 개설해 IT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입니다.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 전송의 국경을 없애고 싶었다"
 
딩레이의 탁월한 선견지명은 중국 인터넷 산업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 왕이의 대표 사이트인 '163.com'이 현재 전 세계에서 15번째로 방문객이 많은 사이트로 성장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163.com에서 제공하는 무료 이메일 서비스는 현재 대부분 중국인들이 계정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큰 성공을 거두는데요. 실제로 사용자수는 서비스 시작 반 년 만에 30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해냈고, 올 3월 말에는 이미 6억5000만명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딩레이에게도 어려움은 있었습니다. 2000년 왕이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시켰지만, 당시 IT주 거품 붕괴로 주가가 직격탄을 맞아 첫날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입니다. 게다가 2001년에는 재무 상황을 잘못 보고해 미국 증권법 위반 혐의로 거래 일시 중지 통보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왕이의 시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마침 중국에 몰아친 인터넷 붐 덕분에 2002년부터 이윤을 내기 시작했고, 주가도 덩달아 뛰면서 나스닥에서 최고 우량주로 급부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02년 초 주당 90센트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왕이의 주가는 2003년 말에 70달러대까지 급등했습니다.
 
주가 폭등과 함께 딩레이의 몸값도 덩달아 상승 곡선을 그렸는데요. 이 여세를 몰아 그는 2003년 10월에 중국판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리포트로부터 '대륙의 최고 부호'라는 영광을 얻으며 일약 중국 IT 업계의 거부로 성장합니다. 포브스가 집계한 딩레이의 재산은 작년 10월 기준으로 42억달러에 이릅니다.
 
그래도 딩레이는 갑작스러운 부와 명예에 도취하지는 않습니다. 그에게 돈은 원하는 새 사업을 일구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그는 "단지 돈이 많다고 누군가 나를 상인이라고 부른다면 이는 일생 최대 모욕에 해당된다"고 언급한 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그는 돈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일념 아래 꾸준히 변신을 거듭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2년 전에는 중국에서 가장 안전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돼지를 팔겠다며 저장성 안지에 돼지 사육장을 만들어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현재 사육장에서는 400여마리의 돼지가 시범 양육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그는 2011년 6월 저장성 닝보에 설립된 와인회사의 주주로 참여하는 등 주류 사업에도 열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작년에는 스마트폰 게임시장에 주력하겠다고 밝혀 중국 모바일 게임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했습니다.
 
다만 그가 인터넷이 아닌 다른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직까지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딩레이는 사업 다각화를 하더라도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경영학의 일반적인 원리와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과연 IT업계의 이단아로 평가받는 그가 전형적인 경영학 교과서의 틀을 깨고 또 다른 성공을 거머쥘 수 있을 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선영 아이비토마토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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