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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날카로워진 '무한도전' 식 정치 풍자
2014-05-04 10:51:03 2014-05-04 10:54:58
◇'무한도전'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차세대 리더를 뽑는 '선택 2014' 특집을 진행했다 (사진제공=MBC)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지난 2009년 MBC '무한도전'에서는 '그때를 아십니까-6남매' 특집을 방송했다. 옛 추억을 떠올리는 역할극이라는 주제로 각자 독특한 개성으로 똘똘 뭉친 6남매를 재구성 했었다.
 
당시 고약한 심보의 첫째 아들 역에 박명수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동생들을 괴롭혔다. 그 와중에 등장했던 자막이 아직도 또렷이 기억난다. 'XX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 격'이었다. 2009년 초 광우병에 걸린 소 수입 파동이 일었을 당시 김태호 PD는 콩트를 통한 자막으로 정치 풍자 개그를 선보였다. 이날 김 PD는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당시 정치 상황을 6멤버의 콩트 사이에서 교묘히 비꼬기도 했다.
 
이전에도 '무한도전' 멤버들의 추격전을 이용한 '독도 특집' 등 정치적인 풍자를 방송해 왔다.
 
지난 3일 '무한도전'은 다시 풍자 개그를 시도했다. 이날 '무한도전'에서는 지난달 16일 진도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참사로 인해 재난 대처 시스템이 무너진 현 정부와 이러한 정부를 비판하는 대통령의 화법을 우회적으로 풍자했다. 더 날카로웠고, 직접적이었다.
 
오는 6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무한도전'은 멤버들을 두고 '무한도전' 선거특집을 진행했다. 각 멤버들이 후보로 나와 앞으로 '무한도전'의 10년을 책임질 리더를 뽑는 과정을 그렸다. 이날 멤버들은 '무한도전의 현주소'와 '정책 발표 및 질의 응답' 등 실제 토론회와 다름 없는 방식으로 '무한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 눈에 띄었던 장면은 정형돈이 "시청률 위기시에 개그 컨트롤 타워가 없다. 시청률 재난본부 설치를 통해 위기 극복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들어본 적 없는 듯한 이 내용은 현 정부의 '재난위기 대처 시스템'의 부재에 대해 다소 직설적으로 꼬집는 말로 해석된다.
 
또 있었다.'무한도전'을 시즌제로 하자는 하하의 말에 박명수가 "생각이 잘못됐다. 멤버들부터 노력을 해야한다. 시즌제로 해서 집에 누워만 있으면 뭐하냐"고 말하자 멤버들은 "잘 알고 있네요"라며 박명수가 평소 자기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듯 놀려댔다.
 
기존 방송에서 보여줬던 방식으로 멤버들이 "뻔뻔하다"며 박명수를 놀리는 장면이었다. 이때 제작진은 '소름끼치는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자막을 넣었다.
 
이는 이번 세월호 참사 때 정부의 위기관리능력 부재에 대해 사과보다는 비판을 앞세운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한 자막으로 보인다.
 
'유체이탈 화법'은 자신이 한 행동을 마치 남이 한 것처럼 말하는 것을 일컫는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대선 전에 후보자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데 주로 사용했던 단어다.
 
뿐 만 아니라 유재석이 말한 "방송시간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면 시청자들이 지루해한다. '무한도전'은 절대 방송시간을 늘리지 않겠다"는 부분 역시 최근 4시간에 육박하며 늘어나고 있는 주말예능 편성에 대한 비판을 가한 것. 이는 제작진이 유재석의 입을 통해 방송사 및 현 시스템에 직격탄을 날린 장면이었다. 
 
정권을 우회적으로 꼬집는 '무한도전'에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겁다. 각종 게시판의 네티즌들은 오랜만에 등장한 레전드편이라며 3일 방송을 칭찬하고 있다.
 
한동안 정치풍자를 아껴두고 재미에 더욱 목적을 둔 '무한도전'이 지방선거를 본 따 만든 '선택2014' 특집을 통해 직접적으로 정치풍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
 
얼마나 속시원히 현 실태의 문제에 대해 풍자를 할까. 이제껏 멤버들의 웃음 사이에서 촌철살인 자막을 통해 풍자와 해학을 해왔던 '무한도전'인지라 더욱 기대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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