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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엇갈리는 글로벌 제조업 경기..선진국vs신흥국
제조업 성적표 제각각 美 '안정'·유로존 '회복'·中 '침체'
통화정책도 경제따라.."긴축과 부양 사이"
2014-04-02 14:56:54 2014-04-02 17:08:39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글로벌 제조업 중심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이 앞장을 서고 유럽이 뒤를 따르며 장기간의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부양했던 중국 등 신흥국들은 힘을 잃고 휘청거리고 있다.
 
◇안정적인 미국·부활의 기지개 유럽
 
1일(현지시간) 미국 구매관리자협회(ISM)는 3월의 제조업 지수가 53.7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직전월의 53.2에서 0.5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사전 전망치 54.0에는 조금 못 미쳤다.
 
지수 상승폭은 크지 않았지만 하위 항목을 살펴보면 미국 경제가 충분한 동력을 얻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생산 지수가 55.9로 무려 7.7포인트나 뛰어 오르며 작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 주문지수도 54.5에서 55.1로 상승했다.
 
전체 18개 산업 중 14개 산업 종사자들은 "날씨가 따뜻해지며 미국 경제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며 "개별 기업의 이윤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다만 고용 지수가 1.2포인트 하락한 51.1로 나타난 점은 과도한 낙관론에 제동을 걸었다.
 
ISM은 "제조업체들의 고용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작년 여름을 기점으로 그 속도는 점차 둔화되고 있다"며 "주문과 생산이 늘고 있음에도 기업들은 신규 채용에 소극적이다"고 진단했다.
 
유로존은 경기 회복을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마르키트는 3월의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3.0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직전월의 53.2보다는 소폭 둔화됐지만 9개월 연속 경기 확장을 가르킨 것이다.
 
국가별로는 문제국으로 지목됐던 스페인이 52.8로 47개월만의 최고치에 오른 점이 고무적이었다. 최근 부진이 두드러졌던 프랑스 역시 52.1로 33개월만에 가장 양호한 모습을 나타냈다.
 
반면 유로존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은 53.7로 예비치보다도 0.1포인트 물러나며 4개월만의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크리스 윌리엄슨 마르키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의 제조업 경기가 아주 조금 주춤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2011년 초부터 시작된 회복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며 "유럽 경제 전반에 아주 의미있는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엔진꺼진 신흥국..中, "바닥은 어디?"
 
중국은 세계 경제의 엔진이라 불렸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HSBC가 발표한 중국의 3월 제조업 PMI 최종치는 48.0을 기록했다. 지난 1월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 기준선 아래로 내려온 후 8개월만의 최저점을 경신한 것이다.
 
중국 물류구매연합회(CFLP)가 공개하는 정부 집계치가 50.3으로 전달보다 0.1포인트 오르긴 했지만 경기 둔화의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케이스 니콜라우스 유니크레딧 이코노미스트는 "종합적으로 3월의 제조업 지표는 연초들어 심화된 중국 경제 비관론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부양책 출시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뿐 아니라 다른 신흥국의 제조업 분위기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같은날 HSBC는 3월 인도의 제조업 PMI가 51.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년래 최고치에 달했던 직전월의 52.5에서 물러난 것.
 
구체적으로는 신규 주문 지수가 64.9에서 52.7로 2.2포인트나 하락한 점이 제조업 성장세를 둔화시켰다. 생산 지수 역시 52.2로 확장국면은 유지했지만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의 제조업 PMI도 50.1로 0.4포인트 하락하며 7개월래 최저치를, 러시아의 제조업 PMI는 48.3으로 5개월 연속 위축 국면에 머물렀다.
 
◇통화 정책도 경제 따라 제각각..美 '조이고' 中 '풀고'
 
제조업 경기가 상이한 모습을 보이면서 각국의 통화 정책 역시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일제히 돈을 풀었던 과거와 달리 각국의 경제 상황에 따라 개별적인 통화 정책을 선택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점진적인 긴축을 지향하는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행보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로이터는 "미국의 일련의 경제 지표들은 연준이 시장의 유동성을 줄일 수 있는 여지를 넓혀주고 있다"며 "성장을 위해 돈을 푸는 다른 중앙은행들과는 반대의 움직임"이라고 풀이했다.
 
리차드 프라눌로비치 웨스트팩 뱅킹코프 선임투자전략가도 "미국 경제는 2~2.5% 정도의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준이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반대로 중국은 인민은행과 정부가 나서 시장의 우려를 잠재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중국 정부는 인프라 투자를 비롯한 정책 사용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언급한 점은 이 같은 기대를 높인다.
 
필립 소 인벤텍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제조업 지표는 중국 경제가 모멘텀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며 "인민은행이 모종의 액션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유로존은 경기 회복세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통화 정책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각이 공존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즉각적인 부양책을 사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더딘 성장과 낮은 물가를 감안한다면 새로운 정책을 내놓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말은 참 쉽다"고 평했다. 지난 몇 달간의 통화정책회의 결과에 대한 갑론을박이 무성했지만 ECB는 단 한 차례도 특별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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