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외환위기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 실물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하면서 국내 수출에 타격을 주고 이는 다시 내수 경기 악화로 이어져 성장률이 환란 수준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1분기 경기침체의 골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작년 4분기 때보다 더 깊을 것이라는 게 국내 예측기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경기침체 국면에 빠지면 대량 실업사태와 기업도산 등 환란 당시에 겪었던 현상들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 1분기 성장률 전망 -8%까지
4일 예측기관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의 작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4∼-8%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1998년 4분기(-6.0%)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작년 4분기(-3.4%) 때보다 더 나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은 "1분기 때 내수와 수출이 동반 급감해 작년 동기 대비 -5.6%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투자증권의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동기 대비 4.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상반기에는 대체로 -4~-5%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올해 상반기 성장률을 -3.9%로 예측하고 있다"며 "이럴 경우 1분기는 -3%대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1분기 성장률 전망이 악화되는 것은 무엇보다 세계 경기 침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1분기 성장률은 -5%보다 나빠질 수 있다"며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경제 성장률이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0.5%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세계 경기가 악화하면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부터 타격을 받는다. 이미 수출은 지난 1월 33.8% 감소한 데 이어 2월에도 17.1%나 줄었다.
물론 2월의 수출감소율이 1월보다 낮아지기는 했지만 이는 추세의 전환이라기보다 설 연휴 이동에 따른 조업일수 증가와 같은 일회성 요인이 작용한 탓이 크다.
LG경제연구원의 이근태 연구위원은 "세계 실물경제의 하강이 본격화하고 수출 부진이 내수에 영향을 주면서 경기하강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2008년 1분기 때 5.8%라는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1분기의 작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경기 회복시점도 내년 이후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회복 시점도 올해 하반기가 아닌 내년 이후로 늦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한국경제연구본부장은 "세계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해지면서 가장 믿었던 국내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며 "국내 경기는 올 4분기에 저점을 찍고 내년에 회복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내년에 지표상으로 플러스(+) 성장률을 나타내더라도 의미는 없다"며 "회복다운 회복을 하려면 세계 경제가 회복돼야 하는데, 그 시기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내 경기는 당분간 바닥이 넓은 U자형이나 이와 비슷한 모양새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윤기 실장은 "당초에는 U자형의 모양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U자형과 L자형의 중간 정도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도 "국내 경기는 내년에 플러스 성장을 보이더라도 지표상의 변화일 뿐 실제 체감 측면에서 보면 U자형과 비슷한 갈고리형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실장은 "바닥의 시점은 올해 2분기쯤으로 예상하나 회복 탄력은 약할 것"이라며 "바닥이 상당히 넓은 U자형의 흐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 한계기업.가계 파산 우려
예상보다 심각한 경기침체는 국민 생활과 성장잠재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한계기업과 가계가 파산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사회불안 요인이 된다.
우리투자증권의 박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계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권 실장은 "경제에서는 한번 낙오되면 다시 복귀하기 어렵고 이는 사회불안 요인이 된다"면서 "따라서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과감한 지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수출이 막히고 내수가 부진해지면 아무리 튼튼한 기업도 버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면서 금융권 부실을 가져오고 실업자를 대량으로 쏟아내는 등 그 영향이 일파만파로 확산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유 본부장은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취약계층을 넘어 중견기업, 대기업까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내수가 줄어들 뿐 아니라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면서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이 훼손되는 것도 큰 문제다. 미래의 성장동력이 싹을 틔우기도 전에 소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경제연구소의 김 실장은 "마이너스 경제성장률과 환율 급등으로 국민소득이 다시 2만 달러 아래로 내려가면서 소비조정 과정을 겪게 되고 내수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특히 투자위축으로 성장잠재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추경을 통한 과감한 재정지출 ▲추가 기준금리 인하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통 분담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한 취약계층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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