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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日 20개월째 무역 적자행진..엔저 공세 무용지물
日 무역수지 적자 8003억엔..전월보다 급감
"에너지 수입 가격 상승에 무역적자 계속된다"..엔저 역풍 우려
2014-03-19 13:06:27 2014-03-19 15:14:08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지난달 일본 무역 적자폭이 축소됐다. 중국 수출이 급증했던 데다 소비세 인상을 앞둔 반짝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수입 증가 속도가 더뎌졌기 때문이다.
 
다만 무역 수지의 적자 행진은 20개월 연속 지속되면서 여전히 일본 경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 기조가 지속되고 에너지 수입 물가 부담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일본의 무역 적자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해외 경제 여건도 악화되고 있어 일본의 비관적인 수출 전망에 더 큰 힘을 실을 전망이다.
 
◇日 2월 무역수지 적자폭 축소...20개월 연속 적자 행진은 지속
 
19일 일본 재무성은 지난달 무역 수지가 8003억엔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전 전망치 5900억엔보다 큰 적자폭으로 지난 1979년 이후 최장인 20개월 연속 무역 적자 흐름을 이어간 것이기도 하다.
 
다만 지난달 무역 수지는 직전월의 2조7900억엔 적자보다는 크게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무역수지 추이(자료=Investing.com)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일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9.8% 늘었다. 이는 예상치 12.4% 증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직전월의 9.5%보다는 증가세가 가팔라진 것이다.
 
반면 수입은 1년 전에 비해 9% 늘어 직전월의 25%에 비해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중국 수입이 5.7%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수출은 무려 27.7%나 급증했다. 아울러 아시아 전체 지역으로의 수출은 12.5% 증가했다.
 
이 밖에 대미 수출과 수입은 각각 5.6%와 20.8% 개선됐다.
 
◇대중국 수출 급증..소비세 인상 앞둔 수요 둔화로 수입 '주춤'
 
일본 무역수지 적자폭이 축소된 데에는 중국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월 긴 춘제 연휴를 앞두고 급격하게 위축됐던 중국 수요가 다시 살아나며 수출 호조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의 2월 대중국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8%나 늘어났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 1월 일본의 무역수지가 중국 춘제 여파로 왜곡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춘제 여파가 사라지면서 2월 중국 수출이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4월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활발해졌던 일본 수입 업체들의 럭셔리 차, 아이폰, 고가 가구 등 재고 쌓기도 주춤해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무역수지 결과는 그간 일시적으로 급증했던 수입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롱한화왕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이코노미스트도 "소비세 인상을 앞둔 일시적 수요에 따른 수입 증가세는 점점 더 완만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간 무역 적자를 확대시켰던 요인들이 사라지면서 무역 적자폭이 축소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LNG 수입價 상승은 '골칫덩이'..해외 경기 여건도 부진
 
다만 에너지 수입 가격 상승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일본 정부의 고민거리로 남아있다. 엔저에 따른 수출 증가가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이끌 수는 있지만 에너지 수입 비용이 덩달아 올라 일본 정부의 경기 부양책인 '아베노믹스'가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2011년 후쿠시마 방사능 누출사고로 원전 가동이 중단된 이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지난달에도 전년 동기 대비 10% 넘게 뛰면서 LNG 수입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로 2월 LNG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1.4%나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림 세이 분 DBS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무역수지 적자폭이 축소됐지만 아직 게임은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엔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은 여전히 높고 원전 가동은 중단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무역수지가 발표될 때마다 엔저 수혜 여부가 항상 거론된다"며 "향후 원전 재가동 여부에 따라 무역수지 흐름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아베노믹스로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한 일본이 무역 적자 행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마쓰무라 히데키 일본종합연구소(JRI) 이코노미스트는 "곧 무역 적자가 또 다시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적자 규모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롱한화왕도 "양호한 이날 지표 결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무역 적자폭 확대 추세는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일본 무역 적자폭 확대의 요인으로 부진한 해외 경기 여건이 지목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카히데 기우치 일본은행(BOJ) 심의위원은 "중국 제조업 부문이 악화되고 있고, 다른 신흥국도 경제 불균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일본 수출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일본의 주력 수출 품목인 전자 제품의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전자 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며 "이는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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