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 감독 (사진제공=무비꼴라쥬)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완득이'로 다문화 가정이 처한 현실적 문제를 유쾌하게 꼬집은 이한 감독이 이번에는 '왕따'에 돋보기를 댔다. 감성적으로 가장 민감한 시기의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남은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낸 '우아한 거짓말'이 그 결실이다.
영화는 딸을 잃은 가족의 슬픔을 희망차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려고 한다. 상당한 절제가 돋보인다. 충분히 울릴 수 있는 소재를 두고 울리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한 감독 특유의 담백한 연출이 눈에 띈다.
그런 이한 감독을 지난 7일 만났다. 영화에서 느껴지는 착한 연출에서 알 수 있듯이 심성이 좋다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까칠할 법한 여배우들이 괜히 극찬한 게 아니었다.
◇이한 감독 (사진제공=무비꼴라쥬)
◇"천지·화연이 주위에 있다면 다독여 주길"
-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심정이 어떤가.
▲정말 중요한 것은 일반 관객들의 반응인 것 같은데 나쁘지 않아서 안도를 하고 있다. 다만 임팩트 있는 플롯에 익숙한 분들이 내 영화를 보면 지루해 하지 않을까하는 고민이 생긴다.
- 영화가 착했다. 울리려고 했으면 더 울렸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굉장히 담백하게 풀어냈다. 담담하게 풀어내려는 연출진의 노력이 영화에서 느껴졌다.
▲울리려고 하면 더 안운다. 관객들에게 '이건 슬픈 거예요'라고 던져주면 더 안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냥 느끼면서 감정을 받아야 관객들도 공감할 거라 생각했다.
이 영화를 끝까지 가지고 가는 힘은 절제다. 다 드러내면 힘이 없다. 최대한 절제를 통해 마지막에 터뜨리려고 했다.
- 이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어떤 느낌을 받았으면 하나.
▲천지도 피해자지만 화연이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가해자면서 피해자인 셈이다. 주변에 화연이나 천지가 같은 친구가 있다면 빨리 가서 따뜻한 얘기를 건넸으면 좋겠다. '너 괜찮니'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내 느낌엔 화연이도 자살할 거 같았다. 화연이도 위태위태해 보이게 그렸다. 그에게도 죄책감이 있다. 만지(고아성 분)에게 전화해 상박(유아인 분)이 성추행을 했을 거라고 얘기한 부분이 화연이의 진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그에게 죄책감이 심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위에 분명히 천지나 화연이 같은 애가 있다. 관심으로 다독여주고 행동으로 막아줬으면 한다.
- 유아인을 유머코드로 캐스팅한 점은 '신의 한수'라는 생각이 든다.
▲유머는 연기자가 잘해야 생기는 것이다. 연기자가 못하면 안 재밌다. 아인이가 잘해줬다고 할 수밖에 없다. 영화가 무겁고 슬퍼서 유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유아인이 해서 더 웃었다고 생각한다.
- '왕따 영화'라고 하는데 이는 소통의 부재가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소통의 부재를 말하고 있다. 그런면에서 천지도 가해자라고 할 수 있다. 조금만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소통 얘기를 많이 한다. 가족부터 시작해서 이웃, 학교의 사람들까지 소통이 넓어져야 하는데, 말이 쉽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또 한 번 터 놓으면 쉽다. 100% 악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마음을 터 놓고 얘기하면 서로 편안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한 감독 (사진제공=무비꼴라쥬)
◇"심성도 곱고, 연기도 잘하는 우리 배우들"
- 배우들의 연기 평가를 듣고 싶다. 먼저 김희애씨, 같이 해보니 어땠나.
▲김희애씨 연기를 보면서 내 연기관이 바뀌었다. 개인적으로는 색이 뚜렷한 연기를 하는 게 잘하는 연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작품을 같이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무게가 있고 중심을 잡는 연기를 하더라. 튀는 장면도 김희애가 있으면 안 튀어보인다.
성격도 정말 좋다. 연기를 한다는게 얼마나 날카롭고 예민한 건지 잘 안다. 특히 오래 연기를 한 사람들이 더 심하다. 그런데 이렇게 표 안내고 현장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배우는 김희애가 처음이었다.
- 고아성은 어땠나. 개인적으로는 아우라가 가장 빛났다. 임팩트 있는 장면이 많았다.
▲아성이가 제일 고생했다.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다. 내가 요구한 것이 감정 표현을 할 줄 모르는 만지였다. 웃는 거나 슬픈 거나 감정을 드러내는데 익숙치 않은 인물을 그려달라고 했다. 대신 임팩트있게 대사를 쳐달라고 했다.
쉽게 수행할 수 있는 요구가 아니었다. 그런데 해냈다. 그 나이에 정말 쉬운게 아닌데 대단한 여배우다. 또 만지가 축이니까 민감하게 찍었다. 아마 여러모로 가장 힘들었을 배우다.
- 김유정은? 이번 악역 도전을 통해 변신에 성공했는데.
▲악역이지만 나쁘게 보이면 안된다는 것을 처음부터 주지시켰다. 천지보다 더 외로운 아이라고 생각하게 했다. 남을 괴롭히는 재미에 중독될 정도로 외로운 아이라고 설명했다.
그걸 어떻게 표현하나. 쉬운 디렉션이 아닌데 똘똘하고 어른스러워서 그런지 훌륭히 표현해 내더라. 밉지 않은 악역을 만들어냈다.
- 시종일관 슬픔을 품고 있는 향기는 어떻게 평가를 하고 싶나.
▲다른 배우들은 노력파라고 한다면 향기는 천재 과인 거 같다. 캐릭터의 감성을 미뤄짐작하는 수준이 탁월하고 타고난 것 같다. 다양한 감정을 몸과 대사를 통해 표현한다.
- 끝으로 영화를 볼 관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선입견을 갖지 않고 봤으면 좋겠다. '울릴 것이다', '지루할 것이다' 이런 선입견 말이다. 선입견을 안 갖고 오셔서 조그만 의미라도 가지고 가신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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