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반도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들을 살펴보면 된다. 흔히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도 수없이 많은 반도체가 들어간다. 제품의 성능을 결정하는 CPU나 저장장치 램, 그래픽 코어, 이미지 센서, 어플리케이션 센서 칩 등 다양한 반도체들이 작고 얇은 스마트폰 안에 전부 들어가 있다.
그 중에서도 아날로그디바이스(ADI)는 스마트폰에서 고음질 오디오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오디오 증폭기를 생산한다. 특히 아날로그디바이스는 음악용 오디오 인터페이스에서도 초고가대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올해 50살 된 유서깊은 반도체 기업
아날로그디바이스는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반도체 기업이다. 기업명을 보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아날로그 반도체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자연계의 아날로그 신호를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것을 말한다.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시켜주는 ADC(Analog to Digital Converter)나 DAC(Digital to Analog Convertion,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ytems, 미세전자기계시스템), DSP(Digital Signal Processing, 디지털신호처리) 칩 등을 생산하고 있다.
주력으로 생산하는 제품은 데이터 변환기와 증폭기(앰프)로, 이들 제품이 전체 매출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아날로그디바이스는 설립된지 4년만에 주식회사로 전환됐고,10년 뒤인 1979년에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현재는 시가총액 규모 163억4000만달러로 나스닥100에 편입돼 있다.
본사는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州)의 노우드에 위치해 있으며, 프랑스, 이탈리아, 인도, 한국, 싱가폴 등 전세계에 88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1분기 순이익 전년比 16%↑..주력 제품 매출 꾸준히 늘어
"우리가 예상한대로다"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빈센트 로체 아날로그디바이스 최고경영자(CEO)가 한 말이다.
아날로그디바이스의 2014회계연도 1분기(12~2월) 순이익은 1억5258만달러(주당 49센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억3122만달러(주당 43센트)보다 16.3% 증가한 결과다.
이 기간 매출액도 6억2823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 늘어났고, 매출총이익 역시 지난해 1분기의 62.7%에서 65.1%로 개선된 모습을 나타냈다.
낮은 공장사용률과 비용 절감 노력이 실적 개선으로 연결됐을 뿐 아니라 지난 1월부터 수주가 늘어나기 시작한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아날로그디바이스의 순이익은 2013회계연도에도 전년대비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어 올해 첫 분기에도 16%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2014년 실적 전망도 낙관적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날로그 디바이스 분기별 순이익과 변환기 매출액 변동 추이(자료=AD IR, 뉴스토마토)
아날로그디바이스의 최종 소비 시장별로 매출 구성을 살펴보면 산업재와 통신 인프라, 자동차 부문 시장에서의 매출이 전체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매출액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9%나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일반 소비자 시장의 매출액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1분기에는 일반 소비재 매출이 전년대비 31% 감소해 직전분기와 동일한 감소폭을 나타냈다.
◇최종 소비 시장별 매출 구성(자료=AD IR, 뉴스토마토)
제품별로는 변환기와 앰프를 비롯한 아날로그 신호 처리기의 매출 비율이 압도적이다. 변환기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5% 늘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포인트 상승했다. 앰프 매출액도 전년대비 4% 증가해 2분기 연속 확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아날로그디바이스는 실적이 부진한 사업부문은 과감히 접고 주력제품 생산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아날로그디바이스는 샌프란시스코 새너제이에 있는 마이크로폰 생산라인을 모션센서 반도체 생산기업 인벤센스에 매각했다.
마이크로폰은 아날로그디바이스의 지난해 4분기 전체 매출에서 1% 미만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에 아날로그디바이스는 변환기와 앰프 등 주력 제품의 생산을 강화하고, 전원공급관리와 센서 등으로 생산 범위를 확장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아날로그디바이스 제품별 매출 구성(자료=AD IR, 뉴스토마토)
현재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매출이 전체의 63%를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 13%를 점유하는 중국시장은 꾸준히 확장세를 이어가는 추세다.
아날로그디바이스 이사회는 실적 개선의 영향으로 배당금을 주당 34센트에서 37센트로 9% 늘렸다. 회사는 오는 11일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며, 이와 함께 1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매입을 시행한다.
◇완만한 상승세..주가 상승 모멘텀도 충분
아날로그디바이스의 주가는 지난달 18일 1분기 실적발표 이후 현재까지 완만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한 달 새 7.5%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는 3.1% 오른 모습이다. 더 큰 그림으로 봤을 때도 아날로그디바이스의 주가는 상승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6개월동안에는 9%, 지난 1년새에는 12.4% 올랐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28일 아날로그디바이스의 주가는 전일 대비 0.41% 내린 50.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아날로그디바이스의 현재 주가는 지난 2013회계연도(2012년 12월~2013년 11월)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23.20배 수준으로, 텍사스인스트루먼트(23.54배)와 비교해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올해 추정 실적을 기준으로 분석하면 밸류에이션 매력은 다소 높아질 수 있다.
◇지난 한 달 간 아날로그디바이스 주가 변동 추이(자료=야후파이낸스)
◇"2분기도 자신있다"..장밋빛 전망에 목표주가 상향 조정
아날로그디바이스는 현재 모멘텀이 이번 2분기(3~5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 측은 2분기 목표 매출액 범위를 6억6000만~6억8000만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매출액 6억5900만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매출총이익 역시 1분기때보다 0.5~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고, 주당 조정 순이익은 54~58센트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아날로그디바이스 매출총이익 변동 추이(자료=AD IR, 뉴스토마토)
로체 CEO는 "2분기에도 모멘텀이 이어질 것"이라며 "매출 신장과 함께 빈틈없는 영업레버리지 관리, 그리고 공장가동의 효율성과 제품 믹스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에 월가에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아날로그디바이스 목표주가 상향 조정에 나섰다.
JP모건체이스는 아날로그디바이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50달러에서 55달러로 상향 조정했고, 오펜하이머 역시 기존의 58달러에서 60달러로 조정했다.
오펜하이머는 투자의견을 '보유'로 제시하고 있으며, 향후 아날로그디바이스의 주가가 16.73% 상승의 여지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밖에도 도이치뱅크가 아날로그디바이스의 목표주가를 44달러에서 47달러로, 크레딧스위스 역시 50달러에서 5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트렉셀 해밀턴은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조정하면서 목표주가를 48달러에서 60달러로 올리기도 했다.
16명의 애널리스트 중 2명은 '매도' 의견을 내놨고 7명은 '보유', 5명은 '매수', 나머지 2명은 '강력매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평균해 계산하면 아날로그디바이스의 목표주가는 평균 52.79달러, 그리고 투자의견은 '보유'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과 미국의 4세대(4G) 이동통신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통신시장의 반도체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올해 들어 신규 수주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배당금과 자사주매입의 확대 실시 등이 향후 성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전체 매출의 32%를 차지하는 유럽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단기적 관점에서 주가 상승의 발목을 붙잡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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