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김민성기자] 잇따른 금융사고 등으로 소비자보호 문제가 커지면서 금융사들도 일단 소비자보호 강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아울러 신년 은행권 화두로 '금융 소비자보호'를 던지고 소비자보호 조직을 강화하며 소통의 장도 키우고 있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여러부서로 흩어져 있던 소비자보호 관련 기능을 통합시키고 인력을 강화하는 등 소비자에 집중한 최근 금융권의 움직임은 환영할 만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금융사 '인식전환' 제스처?..'장기전'으로 이어질까
그동안 금융사가 정보의 불균형과 우월적 힘을 관행처럼 여기며 갑의 위치를 유지했다면 이제는 '인식전환'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서고 있다.
금융사 내의 소비자보호 관련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은행 고객의 불만과 불편사항 등을 직접 듣고 제도에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민은행은 고객 중 패널을 뽑아 영업관행과 상품 등에 대한 의견을 듣는 'KB호민관제도'를 도입했다. 하나은행은 '소비자보호자문단(하나솔로몬)'을 확대 운영하고, 신한은행은 소비자 알 권리 강화를 위해 '신한 금융정보 가이드' 창간호를 발간했다.
이 뿐 아니다. 은행권 소비자보호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고, 담당 부서장은 임원급이 맡고 있다.
국민은행은 기존 고객만족본부 소속이었던 소비자보호부를 소비자보호본부로 독립·승격 시켰다. 신한은행은 소비자보호본부와 브랜드전략본부를 합쳐 소비자브랜드그룹(부행장급)을 만들었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금융소비자 보호 총괄책임자를 임원 중에서 지정해 부서를 관할토록 하고, 업무상 독립성을 보장하는 등 기존과 달라진 금융권의 움직임에 당국과 소비자단체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용우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 소비자보호총괄국장은 "올초 금융회사 인사에서 임원급이 소비자보호조직을 맡게 했다는 것 자체가 금융사들의 경영진들이 소비자보호에 대한 인식이 기존과 달라졌다는 방증"이라며 환영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도 "올초 금융사 CEO들이 신년사에서 고객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신뢰를 쌓겠다고 강조한 것은 바람직하다"며 "다만 이같은 경영진의 소비자보호에 대한 인식전환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보호' vs. '수익성 강화'..양날의 검?
하지만 금융사의 이같은 소비자보호 마인드가 '초지일관'이 될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금융업의 성장속도가 다시 더뎌져 업계는 소비자보호와 동시에 '새 먹거리 창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가 소비자보호 강화에만 집중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방은행 지점 관계자는 "대부분 직원들이 소비자보호는 영업행위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은행 이미지 제고 등 무형적인 부분에서는 기대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사실 직원입장에서 실적압박과 고객응대라는 이중부담을 지게 되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푸념했다.
결국 보이지 않는 업무원가 측면에서 상당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표현을 에둘러 한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보호까지 강화되면 비용 뿐만 아니라 영업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소비자보호 문제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금융사 수익성이 훼손될 수 있는 딜레마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소비자보호가 강화되면 보상금을 받으려고 일부러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 같은 일부 소비자들은 이를 역이용할 수 있어 아무래도 영업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금융회사 간 경쟁이 심해지는데 일방적으로 소비자보호를 이유로 '명령'만을 강조하면 업계는 보수적 행태를 띠게된다"며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 결과적으로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뢰'를 강조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회장. ⓒNews1
하지만 소비자보호 문제를 단기적인 수익악화와 연관 지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크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박사는 "단기적으로는 은행권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생'이란 관점에선 이익이 크기 때문에 넓은 관점에서 봐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미 금융소비자보호 강화가 전 금융권 내에서 트랜드가 됐고, 소비자들도 최근 금융사고 등의 경험이 축적돼 이전처럼 '을'의 소비자가 더이상은 아니라는 것.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융사들이 성장 위주의 영업을 하며 소비자 보호에 소극적이었다면 소비자 보호 강화가 금융사고를 줄일 뿐 아니라 선순환적인 구조로 건전한 금융산업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금융권의 소비자 보호 강화 대책이 최근 계속 발생하고 있는 금융사고와 당국의 강화 움직임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강화 제스처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강화 움직임을 키우기 위해서는 금융권이 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하면 시장에 도태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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