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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전문위원, 해촉된 뒤 돈 받으면 뇌물죄 안돼"
"해촉과 동시에 전문위원 지위 상실..사후수뢰 해당"
2013-12-10 06:00:00 2013-12-10 0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공무원이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서 지방자치단체가 위촉한 심사업무를 하던 중 기업의 편의를 봐 주고 위촉업무가 종료된 뒤 그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면 뇌물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특정 기업에게 하수장처리시설 공사를 맡도록 해주고 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기소된 경기도 소재 모 우체국장 조모씨(56)와 조씨에게 돈을 준 혐의(뇌물공여)로 함께 기소된 업체 관계자 최모씨(59), 지모씨(54)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공무원이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에 관해 전문가로서 위원 위촉을 받아 한시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 그 위촉이 종료되면 위원으로서 새로 보유했던 공무원지위는 소멸한다"며 "그 후에 종전에 위촉을 받아 수행한 직무에 관해 금품을 수수하더라도 사후수뢰죄에 해당할지언정 일반 수뢰죄는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 조씨가 돈을 받을 당시 위촉위원의 지위를 상실했으나 여전히 공무원인 우체국장 신분이라는 이유로 뇌물죄를 인정하고 돈을 건넨 피고인 최씨와 지씨 역시 뇌물공여죄의 유죄를 인정한 것은 뇌물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조씨는 경기도의 한 우체국장으로 일하던 중 2010년 5월 부산광역시가 추진 중인 하수슬러지 육상처리시설 공사 설계의 심의·평가를 위한 건설기술심의위원으로 위촉됐다.
 
당시 공사에 컨소시엄으로 참가한 대우건설(047040)의 입찰 총괄책임자 최씨는 같은 회사 국내영업본부 수주지원팀 임원인 지씨와 함께 조씨에게 좋은 점수를 줄 것을 부탁한 뒤 그 대가로 돈을 건네기로 했다.
 
조씨는 최씨 등의 부탁으로 공사 설계 심의·평가에서 대우건설 컨소시엄에 1위 점수를 줬고 최씨 등은 조씨가 평가위원에서 해촉된 뒤 같은 회사 임원을 통해 조씨에게 3000만원을 지급했다가 나중에 이 사실이 적발돼 각각 뇌물공여 및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조씨에게 뇌물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하는 한편 최씨와 지씨 역시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했으나 다른 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 위원에게 뇌물을 준 것을 뇌물공여죄의 유죄로 인정해 최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지씨에게는 벌금 2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조씨 역시 공무원의 지위에서 청탁과 함께 그 대가로 부정한 행위를 했다며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하고, 최씨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지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에 조씨 등이 상고했다.
 
◇대법원 전경(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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