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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임금 반납쇼..고통분담? 여론 무마, 정부 압력 때문
2013-11-13 16:25:55 2013-11-13 16:29:38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부실경영 논란에 휩싸인 에너지 공기업들이 임금을 자진 반납하고 전력난에 고생한 국민과 고통을 분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켜보는 국민의 시각은 호의적이지 않다. 여론 무마용 구호에 그친 공기업의 자성 쇼가 그만큼 많아서다.
 
13일 한국전력(015760)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036460) 등에 따르면 이들 공기업은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을 자진 반납하고 불필요 자산을 정리하는 등 대대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공기업의 부실경영이 큰 문제로 지적되자 자성노력 측면에서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것.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한전과 석유공사, 가스공사, 한전 발전 자회사 등의 부채는 2012년 기준 평균 30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데도 공기업은 그동안 임직원들이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고 원전 비리를 일으켜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붉어졌다.
 
◇주요 에너지 공기업 재무구조(자료=산업통상자원부)
 
이에 지난 10월31일 한수원은 "비리 사건과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책임을 통감하며 자성의 뜻에서 임직원의 성과급과 임금 인상분을 반납하겠다"고 밝혔고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도 "국민에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한수원과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
 
특히 한전은 사상 최대의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했다. 직급 구분 없이 임직원 전체(노조원 제외)가 올해와 내년도 임금 인상분을 전액 반납하고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 부지와 사원 연수용 덕유산 콘도회원권, 소유 지분 등을 모두 처분하기로 한 것.
 
조현진 한전 예산기획팀 차장은 "2013년도 성과급은 10%~30% 반납하고 2014년도 성과급은 50% 이상 반납할 것"이라며 "총 6조원 규모의 강력한 부채대책을 통해 부채비율을 15%포인트 이상 낮추겠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071320)도 임원과 3급 이상 부장의 올해 임금 인상분을 반납하기로 했고, 한국 남동발전 등 한전의 5개 발전사는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을 반납해 총 22조원의 재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 반납으로 조성한 재원은 에너지 빈곤층 지원 등 공익적 목적으로 쓸 예정"이라며 "앞으로 끊임없는 경영혁신과 책임경영을 통해 공기업의 청렴성을 높이고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기업의 자성노력이 대부분 구호로만 그쳐 이번 임금 반납에 대한 여론도 부정적인 게 사실이다. 실제로 올초 원전 비리가 터졌을 때 한수원과 한국원자력연료 등 원전 공기업 임직원들은 사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껏 물러난 간부는 전무하다.
 
오히려 한수원과 한전기술(052690) 임직원들은 9월까지 총 93억여원의 급여를 받아 갔고 한전기술은 추석 휴가비 명목으로 임직원에 5400여만원을 준 것으로 드러나 원전 사고에 따른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한 사표 쇼였다는 질타를 받았다.
 
◇201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D·E 등급을 받은 곳(자료=기획재정부)
 
일부 공기업의 임금 반납은 생색내기라는 지적도 있다. 한수원과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은 정부가 6월 실시한 '201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기관장 경고에 해당하는 D·E 등급을 받아 임원 및 1급 이상 전 직원의 성과급과 부장 이상 임직원의 임금 인상분을 되돌려 줘야 하는 상황이다. 어차피 반납할 돈인데 반성의 구호만 붙인 셈.
 
이에 대해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공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부실경영은 국가적으로 큰 손해"라며 "그동안 수차례 대대적 개혁을 외쳤지만 부채와 기강해이가 여전한 것은 실질적 개혁보다 민심 수습용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에너지 공기업의 임금 반납은 산업부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정부가 전력난과 원전 비리 등에 연루된 정부 측 고위 관계자는 처벌하지 않은 채 공기업에 부실경영 혐의만 씌우고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 한다는 것이다.
 
전국전력노동조합 관계자는 "한전의 부채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따른 발전사 분할과 경쟁체제로 도입된 엉터리 전력거래제 때문"이라며 "한전 부채 증가의 1차 책임은 정책 실패를 유발한 정부에 있지만 그 책임을 한전 임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한수원과 발전 5개사의 임금 반납 결정에 이어 한전도 정부의 압력에 굴복했다"며 "정부는 한전에 대한 부당한 임금 반납 압력을 즉각 중단하고 정부가 먼저 정책 실패 책임자를 색출해 처벌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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